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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줄리 Jun 26. 2016

2016 봄차 #2

하동에 가면, 녹차도 있고 홍차도 있고.

하동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출발하면서도 하동 이야기를 봄 차(tea)특집의 첫 포스팅으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의 알프스'라는 하동 지자체의 패기있는 수식어에 조금은 웃었고 조금은 기대되었다. 한국 토종 차(tea) 밭의 싱그러운 봄 풍경을 사진에 담을 요량이었고, 하동의 올 해 봄 차(tea)를 마시겠노라 계획했으나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게다가 결혼 2주년에 즈음하여 나보다 쇼파를 더 어루만져주시는 남편과 오랜만의 남도 여행이라니...사실 차(tea) 시음 보다는 로맨틱 무드(mood)에 조금 더 기대치가 있었다고나 할까...


마주한 하동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차(tea) 도.

하동의 차밭. 계단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하동은 우리나라 차(tea)의 시배지(始培地)가 있는 곳이다.

흔히 사람들은 한국의 차(tea) 재배지로 '보성'과 '제주'를 먼저 떠올린다. 하동에서 매년 5월 '야생차 축제'를 하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자락의 '화개장터'에 '구경' 한 번 해보고자 들르는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그 '화개면'이 바로 한국 차(tea)의 과거와 현재에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쌍계사 인근 우리나라 최초의 차 시배지로 불리는 곳.

신라시대 차(tea)문화의 트렌드 세터(?)들이 있었다던 쌍계사로 향하는 그 아름답다는 십리벚꽃길을 아래로 두고 야산 등성이 등성이는 모두 차나무로 가득했다. 늦봄인지라 나부끼는 벚꽃잎 한 장도 보지 못했지만 푸르름으로 씌워진 벚나무 터널 길은 두근거리는 설렘보다 편안하고 상쾌한 힐링을 선물했다. 당시 남편과 내게 필요한 꼭 그것이었다.


그 길을 따라 소규모 '다원'(tea maker) 간판이 즐비했다. 한 다원에서 차(tea)를 마시다 들은 말로는 아주 예전부터 집집마다 차를 만들어 약(藥) 대용으로 마셨다고 한다. 현재 제다업을 하시는 분들의 아버지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 부터. 그러다 하동시에서 차(tea)를 특산물로 지정하고 난 후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등록제를 시행했지만 그 수가 수백개에 이르고 다원마다 제다방법이나 품질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이는 앞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라고도 했다. '하동녹차'라는 일괄된 패키지가 각 다원에 보내져서 포장이 되지만 그 내용물의 맛과 향은 모두 다르므로 패키지 뒷면의 라벨에 적혀있는 '다원'의 이름을 꼭 확인하여 재구매해야 한다는 팁(tip)이다.


사실 보성, 제주에는 '설록'을 필두로한 대기업 및 전문기업이 관리하는 다원이 대부분인것에 반해 하동은 이러한 소규모 다원의 개성들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나에게는 오히려 더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기업화로 돌아서지말고 하동만의 특색있는 차(tea)문화를 잘 발전시켜 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신 2016년 하동의 봄 차(tea) 두 가지를 소개한다. 두 제품 모두 지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정성스레 차(tea)를 소개해 주셨던 *한밭제다의 차(tea)다.


하동 우전 (雨前)

곡우(穀雨)를 전후에 수확한 하동의 첫물차. 종류는 녹차다.

*1창 1기 혹은 2기의 여린잎을 사용하여 작은 찻잎을 야무지게도 비벼 유념했다.

마른 상태의 짙은 초록은 만든 사람의 우직한 고집을 담고 있는 듯했고, 우려낸 후 보여준 연한 초록은 드디어 찻물을 만나 움켜쥐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은 편안한 모습 같았다.  

한 김 식은 물을 부어 재빨리 우려내었다. 덖은 차의 꼬순내가 입안 가득 진동을 한다. 첫물차 이니만큼 맛보다 먼저 다가오는 풍성한 향기에 아까워서 *세차(洗茶)하지 않고 첫 포부터 그대로 마셨다. 2포, 3포 그리고 4포째 까지... 향기로운 찻자리가 계속되었다

하동 우전 한 잔. 언젠가(?) 쌍계명차에서 산 다기를 써봤다. 그 쌍계가 이 쌍계인줄은 몰랐는데...


하동 홍차 (紅茶)

하동의 우전이 내 기대를 한껏 충족 시켜주었다면, 기대 이상의 놀라움을 준 것은 하동의 홍차였다. 하동에서는 '발효차'라고 부르고 그렇게 판매한다. '발효차'라는 구분을 듣고 조금 의아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홍차형 발효차' , '청차형 발효차'라고 나누어 부르기도 한다는데... 그래도 익숙치는 않다. 그냥 '홍차'라고하면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텐데.


아무튼 추천을 받고 한 잔 마셔보았다.

한국 홍차의 시음기는 대부분 망실(?)한 내용들이 많았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무심히 받아 마신 나는 그 향미에 눈을 크게 떠버렸다. 풍부한 과일향과 달큰한 캐러멜향이 느껴졌다. 신차로 만들어서 그런지 홍차임에도 싱그러웠고 떫음없이 넘어가는 부드러움과 입안에 계속 남는 후미는 대만 일월담 홍차에서 느껴지는 향기와 견줄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기분좋은 당황이었다.

빛깔이 고운 하동의 홍자. 한밭제다 차다.

분위기에 취해 과한 점수를 주었던 것이 아닐까..? 스스로 의심하며 집에 돌아온 후 사온 하동 홍차를 꺼내 다시 한번 마셨다.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다행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차 후 첫 우림에 맛과 향이 가장 좋았고 이후에는 다소 급격히 향미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아 아직 내포성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는 듯 하다. 중국과 대만을 오가며 열심히 제다를 연구하신다고 하던데 앞으로의 하동 홍차가 기대된다.


이렇게 2016 봄차의 첫 포스팅을, 계획에 없던 하동의 차(tea)로...그리고, 이리저리 차밭을 끌고 다니며 이 차(tea) 저 차(tea) 계속 마셔보는 것이 즐거운 여행이라며 강요 아닌 강요를 해도 끝까지 즐겁게 함께 해 준, 커피(coffee)를 좋아하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으로 마무리해본다.


고즈넉히, 꼭 살고만 싶었던 한옥 게스트하우스 사진을 끝으로 마치 여행기와도 같았던 포스팅을 마침.

아원산방. 우리는 언제든지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과 연결된 독채에서 묵었다.

- 옆집 줄리.


*한밭제다 : http://www.teaspace.kr/ (웹사이트 관리는 꾸준히 안하신다는 것이 함정)

*1창(槍) 1기(旗) : 하나의 순(뽀족한 창과 같다하여) 하나의 잎(깃발과 같다 하여)

*세차(洗茶) : 차에 물을 부어 먼지나 불순물을 씻어냄. 대부분의 차는 가볍게 세차 한 후 우려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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