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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12. 2023

공공기관 글쓰기 강연

보도자료 쓰는 법에 대한 네 시간의 강연 후기


어제는 수원시청 근처에 있는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에 가서 보도자료 쓰는 법에 대한 강연을 했습니다. 저는 카피라이터 시절 '반성문 전문 카피라이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사과문을 자주, 잘 썼다는 우스갯소리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문을 쓸 일이 생기곤 하는데 그때마다 제가 쓴 글이 뽑혔던 경험을 얘기한 것이죠. 제가 기관명이 너무 길다고 불만을 터뜨렸더니 웃으시더군요. 기관명을 당장 바꾸자는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수용자 중심의 글쓰기를 얘기하는 자리인 만큼 너무 긴 기관명도 커뮤니케이션에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음을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죠. 모든 것은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산하의 이 센터는 인터넷이나 온라인 등 디지털성범죄와 관련된 상담(피해발생시 초기상담과 피해접수를 통해 피해자에게 필요한 맞춤형 지원), 신고, 삭제, 복구 등 당사자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꼭 필요한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강의를 들으러 오신 센터장님과 직원분들은 비록 출범한 지는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광역 지자체 최초의 디지털성범죄 대응기관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기관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만큼 직원들의 홍보와 보도자료 작성 능력 등에 대한 학습의 필요성은 더 절실했고요.


저는 《맥락을 파악하면 글은 저절로 써진다》로 강연 제목을 정하고 에세이 쓰는 법과 보도자료 쓰는 법이 어떻게 다른가부터 시작해 두괄식으로 써라, 짧고 간결하게 써라, 쉽게 쓰고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라 등등 뻔하지만 꼭 해야 하는얘기를 했습니다. 중간에 쓰기 실습도 15분, 10분 두 번을 했습니다. 여기는 업무 특성상 이름이 알려지면 안 된다고 하셔서 다들 즉석에서 지은 닉네임을 사용했습니다. 센터장, 김주임, 이주임, 김사업, 온라인(SNS업무를 맡아서 하기는 분이었음), 슈가 등 학습자들의 닉네임을 부르는 재미도 각별했습니다. 보도자료 뿐 아니라 UX라이팅에 대한 강연도 한 시간 했습니다. 강연 말미에 내용 정리를 하면서 제가 "기자들도 다른 사람과 똑같습니다(보도자료는 보통 기자들 읽으라고 쓰는 글입니다), 맥락을 이해하고 깔끔하게 잘 정리한 글을 좋아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얘기했더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 주셨습니다.


저는 전날 강연안를 점검하다가 심각한 헛점을 발견하고는 새벽 세 시까지 강의안을 다 뜯어 고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전 강의안과 새 강의안에 백승권 대표의 『보고서의 법칙』, 최보기 선생의  『공무원 글쓰기』, 도영태·곽승훈의 만화책  『한번에 오케이! 보고서 작성법』 등을 참조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은 짐 베더하이의  『스마트 브레비티』였습니다. 이 책은 최인아책방에 갔다가 산 책인데 요즘 정말 자주 들여다 보는 애독서가 되었습니다. 자그마치 네 시간을 서서 떠들었더니 다리도 아프고 목도 아팠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잘 들어주신 센터 직원들의 얼굴을 보니 피곤이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행사를 진행해 주신 코바코(KOBACO)의 탁예슬 과장님도 하루 종일 강연장에 앉아 제 얘기를 들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공공기관 글쓰기 강연도 잘합니다. 그러니 불러 주십시오. 글쓰기에 관련된 일이라면 장르 불문하고 도움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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