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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06. 2024

선의와 따뜻함이 넘쳤던 ‘읽는 기쁨‘ 북토크

정림건축 본사에서 열렸던 북토크 후기입니다

어제 북토크를 하면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휴일 전날인 6월 5일 저녁 7시에 맞춰 남대문 근처 북토크 현장까지 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멋진 장소를 무료로 쓰게 해 주신 방명세 정림CM 대표님의 선의도 쉬운 결단이 아님도 충분히 알고 있고요.

강연장을 채워주신 60명 넘는 참가자들은 감동이었습니다. 제 글에 유머와 위트가 있어서 첫 책부터 눈여겨보고 추천사를 써주셨다는 장석주 시인의 말씀도 고마웠고 “내가 아는 남자 중 글을 제일 잘 쓰는 사람이 편성준”이라 과찬을 해주신 윤영미 아나운서도 고마운 분입니다. 오기로 했다가 요즘 피로가 너무 누적되어 못 갈 것 같다며 꽃을 보내주신 김미옥 선생께는 오히려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괜히 오시라고 해서 부담감을 안겨 드린 것 같아서요. 정림 식구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김혜민 PD에게 북토크 사회를 맡아달라고 한 아내의 선택은 절묘했습니다. 이래저래 북토크를 많이 참가해 봤지만 김혜민 PD만큼 저자를 미리 파악하고 질문거리를 준비한 것은 물론 시시때때로 작가를 높여주고 참가자들까지 배려하는 이런 유려한 진행은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요. 김혜민 PD는 제 책  『읽는 기쁨』이 다른 책을 사도록 ‘뽐뿌질’을 하는 책일 뿐 아니라 이전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때문에 얼마 전 퇴사도 하게 되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을 웃겼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작가가 책 읽은 걸 자랑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책을 권하는 마음이 정갈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문장에 실려 있어 좋다고 했습니다. ‘독후감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면서 술술 읽힌다’는 독자평도 발췌해서 읽어주는 센스를 잊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아내 윤혜자는 “아나운서와 PD의 진행이 얼마나 다른지를 가르쳐 주는 좋은 예”라며 격찬을 했고 안지선 대표도 “형식도 내용도 너무 좋았던 북토크였고 특히 김혜민 PD의 센스 넘치는 진행이 돋보였다“라는 평을 남겼습니다.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청중을 보고 “편성준 작가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것 같다”라고 한 말은 제게 최고의 칭찬이었습니다. 저는 광고회사 다니며 피칭할 때는 ’저 자식이 어떻게 하나‘ 하고 눈을 부릅뜨고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북토크에 온 분들은 모두 완전한 내 편이라서 좋다, 라는 철없는 소리를 해댔습니다. 보령에서 올라와 저희와 함께 움직여 준 자란님, 피낭시에를 만들어 오고 멋진 사진까지 찍어 준 재열 씨도 든든한 아군이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 분은 제 첫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읽었는데 회사를 그만두는 게 무섭지 않았느냐는 현실적인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또 내 선택이 옳은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이어령 선생이 가르쳐 준 ‘꿀벌과 나비의 꿀 따는 법’ 얘기를 했고 안 읽은 책 얘기가 나올 때 대처법으로는 “읽었는데 별로야. 그 책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아.”라고 사기 치는 법도 알려 드렸습니다. 책을 빌려주고 어떻게 돌려받느냐는 질문을 한 장동민 원장의 질문에 답을 하고 “저분은 답십리에서 하늘땅한의원을 운영하는 장 원장님입니다”라고 소개했더니 김혜민 PD가 웃으며 침 맞으러 가면 할인해 주냐고 물었습니다. 영화 제작발표회에 박경림이 있다면 북토크엔 김혜민이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김혜민 PD가 북토크를 하면서 느낀 점을 표현해 달라고 해서 ’꿀통에 빠진 꿀벌처럼 행복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더니 다들 공감의 박수를 보내 주히더군요.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망친 건 저의 기타와 노래였습니다. 유재석과 이적의 ‘말하는 대로’였는데 지난주 ‘소금책’ 행사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너무 서툰 노래와 연주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들 즐거워하시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행사가 모두 끝난 후엔 싸인회가 이어졌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줄을 서서 서명을 받았고 친구들에게 줄 선물로 세 권, 네 권씩 싸인을 부탁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한 젊은 여성은 처음 북토크에 참석해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해서 고마웠습니다.

책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반응이 더 좋다고 합니다. 6월 한 달 동안 교보문고에서 ‘이달의 책’에도 선정되었고요. 몽스북의 안지선 대표와 타인의취향 한정덕 실장, 김경민 대리 모두 표정이 밝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만 제 프라이탁 가방을 잃어버렸네요. 가방도 비싼 거지만 그 안에 참가자들에게 보여 드렸던 리뷰 노트 네 권이 들어 있거든요. 마침 보령에 내려가는 날이었지만 아침에 택시를 타고 정림건축으로 달려갔는데 9층은 닫혀 있고 지하 3층주차장엔 아무것도 없더군요. 어제 행사장은 출판사 측에서 깨끗이 정리를 했으니 가방이 있을 확률이 낮고 아무래도 회식을 했던 식당으로 내일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저는 지금 보령에 있습니다. 가방 때문에 아침부터 전화로 카톡으로 괴롭혀 드린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가방은 돌아오겠죠. 프라이탁아, 좋은 말 할 때 얼른 돌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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