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상을 지키는 방법
아침 시사 뉴스 방송을 안 듣기로 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때부터 아침 시사 프로그램을 자주 들었지만 열혈 청취자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특히 작년 12월 3일 이후부터는 《겸손은 힘들다》나 《김종배의 시선 집중》을 틀어 놓는 게 일과의 시작이었다. 어쩌다 놓친 방송은 늦은 아침 식사 시간에 식탁에서 스마트폰으로 들으며 밥을 먹었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답답하고 궁금해서 그날의 뉴스 토픽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새벽 세 시에 여당 대통령 후보가 바뀌기도 하는 나라였으니 어찌 마음을 놓을 수가 있나. 한때 들었던 《김현정의 뉴스쇼》는 '조국 사태' 때부터 안 듣기 시작했다. 모든 정치 사안을 스포츠 중계 보듯이 팔짱 끼고 바라보는 김현정의 비겁한 시선이 싫어서였다. 그리고 거기 매일 출연하는 여론기관 수장의 목소리가 너무 신경질적이라 아침부터 신경이 긁혔다.
그저께부터 아침 방송을 일절 안 듣기로 결심했다. 아내와 나는 둘 다 아침에 뭔가 읽고 쓰거나 생각을 가다듬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그 시간이 매우 중요한데 7시 5분부터 시사 뉴스를 들으면 하루가 다 깨지는 기분이었다. 아내는 말한다. "이제 아침엔 각자 글을 쓰자. 김어준이나 김종배 듣지 말고." 작년에 보령으로 이사를 왔고 올해는 겨울부터 봄까지 새 집을 고치고 또 이사를 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다. 번잡하고 심란한 일들이 많으니 자연히 집중력도 흐트러지고 해마다 더 더워지는 날씨, 구치소에서 속옷 바람으로 버티는 윤석열 씨 등도 짜증과 화를 돋워서 정상적인 컨디션과 사고를 방해했다. 그래도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쓰긴 했지만 책을 쓸 엄두는 내지 못했다.
아내나 나나 써야 할 책이 있다. 그리고 글쓰기 강연 준비, 책 쓰기 워크숍 모집, 인문학 행사 기획, 주문받은 책자 만들기 등 생계 문제에도 열심히 뛰어들어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당분간은 저녁에 하는 '겸공특보'에서 이재석 앵커의 방송만 챙겨 듣기로 했다. 《매불쇼》 같은 방송은 재밌긴 한데 너무 게걸스러워서 우리 취향엔 안 맞는다. 아, 이래저래 아침 뉴스는 몸과 마음에 안 좋다.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할 소중한 시간에 이런 글을 쓰느라 한 시간 넘게 책상 앞에 꼼짝 않고 앉아 있다는 게 그 증거다.
아침엔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듣거나 무음으로, 그리고 캐비초크에 토마토(장석주 선생은 사과 한 알을 드신다고 했지. 지금도 그러시나?) 낫또 같은 걸 섭취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젯밤에 메모해 놓은 것들을 살펴보고 거기서 건질 게 없나 푸른 마음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저께 1통 통장님과 막걸리를 마시는 자리에서 월남전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하다가 고엽제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동네 노인께 '당신은 뭘 해서 먹고 사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저는 글을 쓰고 책도 쓰고 글쓰기 강의도 해요, 그런 걸로 먹고살아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 말이 거짓말이 되지 않으려면 틈나는 대로 읽고 쓰고 궁리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아침 방송을 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