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인간

by 숭어

나는 쓸모 있는 인간인가를 처음 생각한 것은 대학교 졸업반일 때였다. 이름을 알 만한 기업부터 생소한 작은 기업까지 자소서를 조금씩 수정하여 전부 지원했다.

대학시절 내내 성적관리를 잘해서 장학금도 타왔고 영어점수도 다 만들어 놨기에 금방 취직이 될 줄만 알았다.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자소서를 계속 수정했더랬다. 그중에 몇몇 곳에서는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첫 면접은 한 중소기업이었다. 오만가지 물건을 다 파는 유통회사였다. 아웃렛에 가서 싸구려 정장을 사서

갖춰 입고 면접을 봤었다. 10년도 더 전의 일이라 희미하지만 꽤나 자신감이 있었다.


결과를 기다리며 또 도서관에서 다른 기업들을 지원하던 날이었다. 문자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친구들은 대기업 면접을 보거나 인적성검사 시험을 보러 간다는데 나로선

이름도 처음 듣는 중소기업에 면접에서 탈락했다니 괜히 분했다. 분하고 속상한 마음에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나 불합격했어 나는 쓸모없는 인간인가 봐”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다. 참 이기적인 인간이었던 것이다. 남에게 상처를 줘가며 자기 비하를 한다니

지금 생각해도 불효가 따로 없다. 엄마는 이에 나를 위로해 주기 바빴고 나는 짜증으로 답했던 것 같다.

그 이후 좀 더 좋은 기업에 합격해서 회사생활을 했었다. 어쩌면 이전에 나를 불합격시켜 준 것이 더 고마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취직이 결국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라고 느끼게 해주진 못했다. 나는 내손으로 일을 그만두고 내 사업을 하고 있는 지금도 내가 어떤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다

쓸모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냐 마는 쳇바퀴 같은 하루들 속에서 내가 하는 일들에 늘 권태감을 느낀다. 권태로움을 느끼면 무기력해지고 무기력해지면 내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에 갇히고 만다. 늘 새로울 수는 없지만 언제까지 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나 하는 고민은 늘 나를 따라온다.


움직이자. 움직여야 변화가 찾아온다. 사실 혼자 메모장에만 썼던 일기들을 모아 이렇게 작가신청을 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다. 작은 움직임이 가져온

작은 변화가 참 감사하다. 쓸모 있는 인간인지는 몰라도 쓸 말 있는 인간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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