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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스타코리아 Sep 03. 2021

작은망고의 인턴 적응기 - 01

위챗? 중국어? 번역? 다시 호출???

드디어 붙었다. 머릿속엔 그 생각뿐이었다. 출근은 6월 22일이었고 나는 한 달 전부터 모든 위챗 방에 초대되어 있었다. "위챗은 처음이죠? 이제 한 번 써봐요." 면접에서 업무 메신저로 슬랙을 사용하냐며 순진한 표정으로 묻는 내게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말 위챗은 처음이었다. 우리에겐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있었으니까.




위챗은 이용자를 강하게 단속한다. 그게 첫 번째 인상이었다. 방에 있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게 위챗은 '어뷰징 유저'라는 딱지를 붙였다. 친구 추가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신규 채팅방에 초대될 수 없었고, 모든 사람과의 친추를 진행하고 영어로 된 약관에 전부 동의한 후에야 위챗은 나를 받아주었다.


위챗의 '자동번역기능'은 정말 좋다.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며 빠르기까지 하다. 그러나 한 낱말로 된 글자는 번역해주지 않는다. 'translate'을 누를 수 없다는 말이다. 회사에서는 '早'라는 낱말로 출석을 체크하는데, 나는 아직도 이 말의 뜻을 모른다. 그냥 다른 사람들 것을 복사 붙여넣기 할 뿐이다. 아마 'present' 정도의 뜻이겠거니, 짐작하면서.


 'recall' 기능은 정말 최근에 용도를 알았다. 바로 지우는 기능이다! 이것도 제한 시간이 넘어가면 버튼이 사라지지만, 만약 메시지를 잘 못 올린 경우 재빨리 recall 버튼을 눌러 삭제할 수 있다. 그러면


위챗 'recall (다시 호출)' 기능


'ㅇㅇㅇ님이 메시지를 다시 호출하였습니다'라는 말이 뜨는데,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저 사람은 뭘 한 것인지 몰라 몇 달을 답답하게 지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것은 '삭제' 기능이다!



이것 외에도 위챗은 갑자기 약관 동의를 다시 요청하기도 하고, 내 생년월일을 다시 입력하게 하기도 했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진행되었고, 중간에 나가려고 하면 '이것은 당신의 어플 사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어제 나는 무엇에 취해 쿨하게 '나가기'를 눌렀고, 이게 내 위챗 사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떨면서 기다리고 있다.




입사 n개월 차, 아직 위챗과는 서먹한 친구 상태다. 상대가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으면서도 답답할 때도 있다. 카카오톡 스토리처럼 내 기분을 업로드하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릴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계속 상태를 업데이트하는데, 나도 한 번 해볼까 생각 중이다.


새로운 메신저 툴을 사용한다는 것은 비약하자면 언어 발음법을 새로 익히는 것과 같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메신저 툴이 우리의 입이며, 제공하는 기능이 우리의 혀이기 때문이다. 나는 텔레그램도 새로 깔아야 했는데, 이건 또 이거 나름대로 독특하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광고회사에서, 날쌘 비가 내리는 창문 앞 책상에서, 나는 오늘도 버둥거린다. 작은망고의 인턴 적응기, 2편으로 찾아오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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