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 & Talk] 303호 인터뷰
맹그로브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을 위해 준비와 충전을 하는 전초기지 같은 거예요. 유학생활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거라 준비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안녕하세요 303호님!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일본에서 온 20살 유학생입니다. 어학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고 경영학과에 합격해서 3월부터는 드디어 대학생이 됩니다! YAY!
어학원에서 공부를 한다기에는 한국어를 너무 잘하는데, 언제부터 배웠어요?
문법책을 사서 3년 전부터 독학으로 배웠어요. 고1 여름에 대학교를 어디갈지 고민하잖아요, 일본에는 가고 싶은 대학교가 없었어요. 그래서 해외에는 없는지 좀 찾아보다가 저랑 잘 맞는 학교가 한국에 있어서, 한국에서 유학하기로 정하고 입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한 거예요. 진짜 열심히 했어요!
경영학이 하고 싶었던 공부인가요?
네! 중학교 때부터 경영학과에 가고 싶었어요. 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엄마가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소비자들한테 도달하는지를 어릴 때 알려주셨거든요. 그 기억이 저한테는 인상 깊었고 관심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안 끊겼어요.
부모님은 타지 생활을 지금도 걱정을 하고 계세요. 그래도 어릴 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게 지지해 주시는 부모님이셔서 '너의 인생이니까 네가 정해라'라고 해서 응원해주셨어요.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라는 책을 읽었어요. 엄마가 한국 문학을 좋아하셔서 그 책이 집에 있었거든요. 그 책을 읽다가 울기도 했었죠.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최근 재밌게 본 아이템이나 회사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독서를 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새로운 것들을 알아보는 게 그냥 좋았어요. 딱 꼽을만한 한 가지가가 아니라, 그냥 전반적으로요. 책을 읽다 보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어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지식도 얻을 수 있잖아요.
한국에 오기 전에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라는 책을 읽었어요. 엄마가 한국 문학을 좋아하셔서 그 책이 집에 있었거든요. 그 책을 읽다가 울기도 했었죠. 단편들이 한 권에 들어있는데, 이야기가 하나 하나 세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아요. 근데 한국 관련된 많은 책들 중에서도 여행으로는 알 수가 없는 한국 사회가 어떤 상황인지, 유학이 오기 전에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국에 와서는 어때요?
한국에 와서 읽고 있는 책은 있는데 끝까지 읽은 책은 없어요. 저 생각보다 너무 바빠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나의 하루 4시 30분>이에요. 친한 일본 언니가 선물해줘서 아주 조금씩 읽고 있어요.
요즘은 어학원 수업도 집에서 듣죠?
맞아요. 요즘 집에서 공부해요. 컴퓨터로 공부하는 건 그래도 좀 힘들어요. 대학생이 되는 연습을 하기에는 좋지만요. 어학원 친구들이랑도 많이 친해졌어요.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반 친구 집에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같이 재밌게 보냈어요. 원래 유학을 온 사람들은 친구도 없고 새로운 곳도 없이 답답하고 그럴 수 있는데 친구들도 생기고 그들이랑 더 친해질 수 있었어서 운이 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오프라인이 좋아요. 사실 지난 학기에 선생님이 키가 너무 커서 놀랐어요. 원래 작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크고 마른 거예요. 온라인으로 하다가 갑자기 오프라인으로 만나면 이런 놀라운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보통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돼요?
7시에 일어나는데 늦잠 자서 7시 반이 되고, 아침을 먹고 조금 청소하고 9시부터 1시까지 수업을 들어요. 체력이 안 좋은 편이라 바로 피곤해지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요. 좀 자고 3시 즈음이 되면 배웠던 것들을 복습을 하고, 요즘엔 발표할 게 있어서 그걸 준비하고 나면 6시쯤이 돼요. 그럼 저녁을 만들어 먹고, 7-8시가 되면 다시 공부할 때도 있고, 친구들이랑 전화를 하기도 해요. 친구들이랑 수다 떨면 시간이 훅훅 가잖아요. 그러고 나서 9시쯤 되면 샤워하고 다시 공부 좀 하다가 11시 반에는 침대에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본에서 한국으로 올 때 8월에 자가격리를 했었었는데,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너무 우울하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지는 제일 좋은 방법이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서, 그래서 많이 자려고 노력하고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시간 날 때마다 디즈니 오케스트라를 자주 듣고있어요. 특히 Cinderella에 나오는 A Dream Is a Wish Your Heart Makes가 제 최애곡인데요. 강력 추천하고 싶어요!
잠이 삶의 우선순위에서 몇 번째인가요?
우선순위는 상위 5개 안에는 들어요. 밥을 먹는 것보다는 중요해요. 저녁을 안 먹더라도 잠은 자야 한다는 주의죠. 충분한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해요.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그걸 처리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자기 전에도 거의 매일 일기를 써요. 그때 많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제 머릿속 생각을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으니, 너무 좋더라고요. 그게 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때부터 일기 쓰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같이 살고 있어서 불편하다 하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안심이 돼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요.
맹그로브에 있으면 사람들을 많이 마주치잖아요. 그건 어떠세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외로움도 많이 타는 편이에요. 혼자 원룸에서 살면 계속 혼자 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구요. 여기는 주방에 내려가면 누군가가 있고, 가끔 얘기도 나눌 수 있죠.
인사만 해도 좋고, 오늘 뭐했는지 말 걸어주고 하는 것이 외로움을 안타는 이유가 되서, 혼자만의 시간과 교류하는 시간의 적당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혼자 있고 싶을 때는 방에 있거나, 카페에 내려와서 책을 읽고, 누구랑 같이 있고 싶을 때는 같이 TV 보고 하면 되는 거죠.
같이 살고 있어서 불편하다 하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다 같이 있는 느낌에서 안심이 돼요. 마음이 편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요.
맹그로브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셨어요?
구독하는 뉴스레터에서 맹그로브가 소개가 되었어요. 그때는 기숙사에 살고 있었어서, 그냥 알고만 있었어요. 기숙사를 코로나 때문에 일찍 나오게 되면서 그 때 맹그로브가 떠올라서 다른 곳들을 안 찾아봤어요. 여기에 살고 싶었거든요, 새로운 건물이기도 하고 또 제가 혼자만의 공간도 필요하지만 이 건물같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이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이랑 떨어져서 사는 것도 처음이고, 또 외국이다 보니까 좀 무서웠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다 보니까. 근데 여기는 여러 사람이 있으니까 안정적이고,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삶은 어떠세요? 외로움 안타는 것 말고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나요?
요리를 하게 되었어요. 일본에 있을 때는 다 엄마가 해주셨었거든요. 주방 도구가 잘 마련되어있다 보니까 요리를 하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한 번도 안 했었거든요.
요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다 마련되어있으니 그냥 해볼까? 하고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먹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으니, 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어요. 기숙사에 있을 때는 매일이 비슷한 밥이었는데, 그게 아니니까요.
제가 일본에 있을 때부터 좋아했던 스튜를 엄마한테 레시피를 물어봐서 만들었었고, 토마토를 좋아해서 토마토 야채조림도 해 먹고 드라이 카레로 샐러드도 해 먹었어요. 생각보다 야채를 많이 먹게 되었어요. 제 요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 입맛에는 맛있어요. 좀 담백한 스타일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한국 사람들한테 주면 좀 담백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저는 충분히 만족해요.
그동안 카페에 돈을 많이 쓰고 있구나 알았어요.
1층에 카페가 있다보니 이제 전혀 안가요.
또 다른 공간들 중 사용하는 곳이 있나요?
일본에서는 한국 카페가 정말 유명하거든요. 되게 자주 갔었는데 제가 그동안 카페에 돈을 많이 쓰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죠. 1층에 카페가 있다 보니 전혀 안 가게 되었어요. 커피도 맛있으니 계속 있게 돼요. 다른 카페에 가면 3시간 정도 있으면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는 집이니까 계속 있을 수도 있고.
10월 말쯤에 입주했는데, 맹그로브 사람들과는 좀 알고 지내나요?
사실 사람들 이름까지는 잘 모르는데 말은 많이 걸게 돼요. 제가 막내기도 하고 외국 사람이 혼자니까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여러 사람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흔쾌히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너무 재밌어요. 다른 입주 멤버들도 외국에서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일본에서는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고 하는 게 가장 무난하고 평범한 삶인데, 다른 길들도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대학교 끝나고 취직을 안 해도 되면 해보고 싶은 꿈이 뭔가요? 뭐가 하고 싶어요?
관심 분야가 넓은 편이라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요. 또 제가 한국에 왔으니까 국제적인 감각을 기르고 일본과 한국의 다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 쪽에서 앞으로 활약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막연하게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거예요. 제가 사람들이랑 얘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또 경영 쪽에 관심이 많으니까. 그걸 합쳐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막연하지만!
맹그로브에서 기억 남는 장면, 사건이 있으셨나요?
주말 낮에 맹그로브에서 준비해주신 제철 다이닝 너무 좋았어요. 그때는 주제가 브런치 였는데 요리도 맛있었고, 거기서 처음 본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다 같이 살고 있는데 처음 봤죠. 낯가림이 있어서 좀 부끄러웠는데, 많은 사람들이랑 얘기 나눌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라운지에서 같이 TV 보는 시간도 되게 좋아해요. MAMA 본 날도 생각나요. 그때도 좋았고, 601호님이랑 미드 <슈츠Suits> 보는 것도 좋고. 그냥 다 같이 뭔가 보고 있는 게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맹그로브에 이사 와서 뭔가 구매한 것이 있나요?
혼자만의 옷장이 생겨서 옷을 많이 샀어요. 기숙사는 옷장이 작았고 일본에 있을 때는 동생이랑 같은 옷장을 썼거든요. 그리고 교복을 입으니까 옷이 굳이 필요 없었는데 이제는 옷을 많이 샀어요. 나갈 곳도 없는데… 옷을 참 많이도 샀어요. 또 방에 디퓨저를 샀어요. 방은 계속 조금씩 꾸미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 있는 방은 어때요?
처음에는 작다고 생각했어요. 큰 부엌이랑 샤워실이 다 따로 있으니까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아늑한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혼자서 쓰는 방이 인생에서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래도 조금 더 크면 좋겠어요. 책상이랑 침대가 너무 가까워서… 수업을 들을 때는 바로 잠들고 싶어져요.
동네는 어때요? 동묘라는 동네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나요?
생활을 하기에 좋은 곳인 것 같아요. 마트, 카페, 올리브영, 모든 프랜차이즈도 다 있으니까 먼 곳까지 갈 필요도 없구요. 제 친구들이 사는 곳들의 주변을 보면 여기가 좀 더 생활하기 좋은 것 같아요.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물가가 비싸지 않아요. 마트 가면 하나씩 파는 야채들도 있어서 상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서 혼자 사는 거로도 좋아요.
초등학생들도 동네에 많이 있잖아요. 그 목소리가 가끔씩 들려오는 것도 좋아요. 평화로운 느낌이 들어요. 일찍 일어나서 창문을 열면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는데 뭔가 되게 평화롭고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게 되게 좋아요.
맹그로브는 303호님에게 어떤 집인가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준비와 충전을 하는 전초기지 같은 거예요. 유학생으로서 생활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은데, 그것을 위해 많이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거든요. 곧 대학생이 되지만 그 준비를 하고 더 나아가기 위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마지막 질문으로, 그럼 303호님은 맹그로브에서 어떻게 바뀌어서 나갈 것 같아요?
대학교 내내 여기에 있을 것 같아요. 나갈 때는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꼭 리더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달까.
맹그로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 홈페이지
나도 여기서 살아볼 수 있을까? → 입주 대기 상담
글 김기태
사진 엄종헌, 3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