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지심(是非之心)

by 이소망
시비지심(是非之心)
-맹자-





혹시 유학에서 말하는 사단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못 들어보셨더라도 측은지심은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타고난 마음." 아무리 나쁜 악인이라도 우물에 빠지려는 어린아이를 보면 본능적으로 구해준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측은지심(불쌍히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부끄러워하는 마음), 사양지심(양보하는 마음). 그리고 시비지심(是非之心). 이 네 가지를 인간의 본성 사단이라고 맹자가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이 사단 중에서 시비지심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최근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이 마음을 '시비지심(是非之心)'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이라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있었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어떤가요? "어차피 다 똑같아", "인간은 다 부족하고 완벽한 사람은 없어"라며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양쪽 다 비판하는 양비론. 양쪽 다 맞다고 하는 양시론. 이런 사고와 태도가 우리의 시비지심을 서서히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비지심이야말로 여러분을 진짜 어른으로, 진짜 인간답게 만들어줄 가장 소중한 능력입니다.


만약 시비지심의 마음을 잃어버린다면 모든 것이 이익과 손해의 계산이 되고 맙니다.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도와주면 내가 뭘 얻지?"부터 생각하게 되고, 학교에서 부당한 일을 봐도 "내 내신에 영향 없으니까 상관없어"라고 넘어가게 됩니다. 진짜 선의도 의심하게 됩니다.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를 보면 "스펙 쌓으려고 하는 거 아냐?",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 "뭔가 얻으려고 하는 거겠지"라고 의심하게 되죠.

원칙 없는 삶을 살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뀌고, 이익에 따라 태도가 달라집니다. 어제는 "정의가 중요하다"라고 했던 사람이 오늘은 자신에게 불리하면 "세상이 원래 그런 거 아니야?"라고 말하게 됩니다.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가치가 아닌 사사로운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비지심을 기를 수 있을까요?

첫째,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거창한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오늘 내가 마주한 작은 선택에서부터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릴 것인가, 쓰레기통을 찾아갈 것인가. 늦었을 때 거짓말로 핑계를 댈 것인가, 솔직하게 사과할 것인가. 이런 작은 선택들이 시비지심을 기르는 연습장입니다.

둘째, "만약 내가 당한다면?" 관점으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누군가 새치기를 할 때, 험담을 할 때, 약속을 어길 때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런 환경 바꾸기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좋은 기준이 됩니다.

셋째, "왜?"라는 질문을 자주 하세요. "왜 이 일이 일어났을까?", "왜 이 사람은 이렇게 행동할까?",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깊이 있는 질문이 깊이 있는 판단력을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시비지심을 갖게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됩니다.

넷째, 다양한 관점을 들어보되, 결국은 결론을 내리세요. 여러 의견을 듣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다 맞는 것 같은데?"라고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충분히 고민한 후에는 "내 생각에는 이게 더 옳다"는 결론을 내리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귀찮아해서는 안됩니다. 계속 판단하고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바르게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정말로 기준이 될 수 있는지 계속해서 성찰하고 다듬어야 합니다. 때때로 우리의 기준은 상황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세워야 하는 것. 지켜야 하는 것.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기준을 마음에 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생들을 만나며 시비지심의 마음을 가진 학생들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시비지심을 기르고 실천할 때, 우리 사회는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학교에서 부당한 일에 맞서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학교는 더 공정해집니다. 온라인에서 악성 댓글에 맞서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공간은 더 건전해집니다. 거짓말과 부정행위를 거부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공동체는 더 정직해집니다.


어른들이 "요즘 애들은..."이라고 말할 때가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여러분이야말로 이 사회의 희망입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어차피 다 똑같다"는 체념의 문화를 깨뜨릴 수 있는 건 여러분뿐이에요.

시비지심을 가진 여러분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이 세상은 조금씩 더 정의롭고 따뜻한 곳이 됩니다. 여러분의 작은 용기가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갈 바른 세상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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