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 숙소는 콜라주의 배경이 되는 도화지
여러분의 지난 여행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라.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 장엄한 광경, 힘들었던 순간, 맛있었던 식사, 아드레날린을 느낀 익스트림 스포츠 등 각자 많은 순간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런 찰나의 기억 조각들이 모여 여행의 추억을 구성한다. 다시 말해 기억 속 여행은 특별한 순간의 콜라주다. 자 그럼 여러분의 여행 콜라주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살펴볼 차례다. 다들 특별했던 기억의 조각들을 떠올릴 거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이 콜라주의 바탕이 되는 도화지, 다시 말해 여행의 바탕이 되는 사람과 숙소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누구와 함께인가, 어디에 머무르는가에 따라 여행은 완벽히 달라진다. 부모님과의 여행, 친구와의 여행, 혼자하는 여행과 같이 누구와 함께인가는 여행의 테마를 완전히 바꾼다. 또, 호텔, 리조트, 에어비앤비, 카우치, 도미토리, 호스텔, 민박과 같은 숙소에 따라 만나는 사람이 바뀌고 휴식의 질, 먹는 음식, 오가는 대화가 달라진다. 그만큼 사람과 숙소는 여행의 밑바탕을 바꾸는 핵심 요소다.
개인적으로 첫 배낭여행에서는 셋이서 민박과 도미토리를 옮겨 다녔다. 셋이다 보니 새로운 사람이 낄 공간이 없어서 여행하는 두 달간 셋이 보낸 시간이 거의 전부였다. 결혼 후 아내와는 호텔과 리조트 위주로 둘만의 프라이빗을 즐겼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에어비앤비를 예약하기 시작했고 이젠 거의 집이나 펜션같이 한 공간에서 숙식이 동시에 해결 가능한 곳을 빌려 익숙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여독을 푸는 방식으로 변했다.
지난 스페인 여행은 정착지였던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 모두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가급적 교통이 편리한 곳, 도보로 근처 공원이나 관광지 이동이 가능한 곳을 찾아본 결과였다. 물론 이런 중심지에 위치한 숙소는 같은 규모의 외곽지역 대비 숙박비가 비싸다. 하지만 몇 번 외곽의 넓은 숙소를 정했다가 교통편이나 이동 시간으로 고생을 한 적이 있어서 가급적 숙소는 접근성이 좋은 중심지로 결정한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이런 곳보다 도미토리나 민박이 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제 아무리 혼자가 편하고 구글에는 없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사람이 그립고 또 만나는 사람에게서 얻게 되는 정보가 훨씬 알짜인 경우가 많다. 물론 방범/치안 문제나 언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입소문 난 한인 민박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2년 전까지 이용해 본 에어비앤비는 숙소의 정확한 위치가 예약 후 오픈된다. 약간은 복불복 상황이기 때문에 무척 좋았던 경우도 있었고 때론 비싼 금액이 무색할 정도로 위치가 애매했던 경우도 있었다. (물론 최근에는 더욱 위치 보정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로마 여행에서 처음 예약한 에어비앤비는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전철역이 집 앞 1분 거리였고 콜로세움이 걸어서 10분 위치였다. 숙소 바로 옆에 상점이 있어서 언제나 편의용품을 살 수 있었고 모닝빵과 커피도 쉽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비용으로 출국 전 마지막 들렀던 떼르미니 역 뒤쪽의 숙소는 할렘가여서 가족이 걸어 다니기 부담스러웠다. 역 주변은 우범지역이라는 것을 깜빡한 탓에 하루 잠만 자는 숙소였지만 가족 모두 마음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후기를 열심히 읽어보며 숙소를 정했는데, 매 후기마다 주인의 성실한 댓글이 달려있는 곳을 선택했었다. 댓글의 성실성처럼 숙소에서 만난 집주인은 너무 친절하고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잠시 만나서 설명을 듣고 열쇠를 받는 10여분이었지만 확실히 기억난다. 아내와 아이들을 무척 좋아했고 웃음이 멋있어서 함께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5분 거리여서 비싸긴 했지만 접근성이 좋아서 무척 편리했다.
그라나다는 작은 도시라서 거의 모든 곳을 걸어 다녀야 했기 때문에 숙소의 위치보다는 상태에 신경을 많이 썼다. 4층 아파트 꼭대기를 통째로 이용할 수 있는 집을 빌렸는데, 방도 많고 화장실도 많아서 좋았다. 다만 겨울이라서 넓은 집은 춥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던 덕분에 실내 온도가 21도 이상 올라가지 않아서 좀 추웠다. 덕분에 외국에서 벽난로를 켜볼 수 있었고, 겨울 분위기를 한껏 낼 수 있었다. (벽난로 덕분에 습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너무 건조해서)
숙소는 여행지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맞이하는 곳이다. 보통 한 숙소에서 2~3일을 지내게 되면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흥겨운지 모른다. 단 몇 시간이지만 쉴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마음 편히 가족이 보호받고 머물 수 있는 쉘터가 존재한다는 것은 여행에 존재하는 두려움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여행은 몸과 마음이 피곤한 활동이기 때문에 편안한 휴식이 더욱 절실하다. 어색한 침대, 불편한 화장실이지만 자유롭게 머물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작은 힐링인 것이다. 불편을 통해 그동안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불편을 나누면서 서로가 더욱 단단해진다. 결국 여행은 낯선 곳에서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의식주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환경이 가져다주는 두려움을 “미지”라는 궁금증으로 바꿔내고, 새로운 사람과 장소가 가져다주는 불편함을 “도전”이라는 의욕으로 채우는 것이 여행이다.
아! 여행 가고 싶다.
#여행 #숙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