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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Dec 31. 2022

불안하면 보험들면 되고, 맞나요?

-폭설 내린 시골 호숫가에서 -





폭설이 내렸습니다. 이 호숫가에  산지  이십여 년이 다되어 가는데  처음 겪는 상황입니다.

무릎 위까지 눈이 쌓이다니... 우선 한 사람 다닐만한 길을 겨우 만들었습니다. 우리 집 풍산개 하풍이  밥 챙기러 가는 길. 그 길 하나 뚫는 것도 힘이 들었는데 살림집 옆 찻집까지 오픈했더라면 지금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찻집에게 이십 년 만의 안식월을 주고 잠시 문 닫은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눈 내리는 날에 대비해서 준비한  눈송풍기는 마루 위 날린 눈이나 치울 뿐이고 미끄러짐 방지를 위한 사륜구동차는 주차장 눈더미에 빠져  차 빼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설령 움직인다 하더라도 국도 큰길에서 집으로 올라오고 내려오는 길이 경사진 길인 데다 좁아서 다른 차라도 만나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지병이 있는 환자인 저는 골절이라도 당하면...  미래는 폭설처럼 느닷없어 준비는 준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립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풀릴 생각이 없는 날씨 때문에 계속 칩거하면서   냉동실, 냉장고, 팬트리에 저장해 놓은 음식들을 파 먹고살았습니다.

    밥, 김장김치, 제자가 보내준 냉동실의 생선들, 먹다 남긴 치킨조각들 , 사위가 사다준 A**쇠고기, 친구 황샘이 직접 손질한 나물, 표고, 기장미역...,


 고립되어 칩거가 계속되면서 갑갑해지자 문득 몸이 불편해져 바깥출입이 어려운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몸들과 그 나이 든 몸이 만드는 노후 일상이 떠올랐습니다. 내 미래이기도 할 노후. 인생의 폭설이 어떤 영화에서는 사랑이 생성되는 달콤한 시간이지만 (오래오래 전 7인의 신부라는 영화에서 마을 젊은 처자들이 납치되어 갔다가 그 안에서 사랑이 이루어지는  영화) 인생의 폭설 같은 시간이 노후입니다. 고요하고 외로워지니  북적 복적하고 시끄럽고 따뜻하고 웃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오래된 식당에서 자극적인  맵고 달짝지근한 낙지전골 아님 콩나물 가득한  아귀찜이 먹고 싶습니다.

폭설   일주일

 무리해서라도 나가려고 아침부터 준비하는데  보일러가 고장 났음을 발견합니다.

. 어쩐지 새벽부터 서늘하더니..     

이 눈길에 누가 와 주기나 할까...  보일러 사장님께 전화합니다

시내에 부품 사러 나가는 길인데  앞서  예약했던 집 들러서  오후 늦게 도착하시겠다고 하십니다

덜덜 떨며 난로 찾으려 창고 가서 난로 손질하고 돌아와 불을 켜고 있는데 보일러 사장님.

 마음이 쓰여서


.. 이곳부터 해결하고 시내 가려고


오전 차편을 놓쳐서 점심약속을 포기하고 이곳의 유일한 자극적 음식 짜장면, 을 시켰습니다.

주문 후 10분 거리인 음식점을 걸어서 가려고 문을 열었더니

사장님이 짜장면과 음식을 차로 가져왔습니다

걸어오시다 미끄러질까 봐

마음이 쓰여서



두 분께 나도 마음이 쓰여서.. 한 시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마음은 혼자는 안 움직이니까요.

그래도 두 분 마음에 울컥합니다


인생에 폭설이 내린 시간들이 노후가 아닐까요

폭설고립된 시공간에서  살기 위해서  

냉장고에 저장해 놓은 먹을 것인 노후자금이 가장 중요하지만

돈으로  안 되는 마음과 마음의 울림도 중요합니다




마음의 주소는 이미 지나간 마음도 아니고 오지도 않은 마음도 아닌

지금 내가 머물고 잇는 내 공간 내 물건 내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 마음 이  

돈많고 자식출세한 그러나 만년에 요양병원 왕따 할머니가 되어 생을 마친 친구 시어머니가 될지

전라도에 비호감이던 서울친구가 엄마 병간호하던 병실에서 콩 한쪽도 나누어 먹어 무뚝뚝한 병실을 단번에 훈훈하게 만든 순천할머니가 좋아 전라도가 급호감이 되었다 하는 그런 할머니가 될지..결정됩니다


지금을 사는 사람은 그미래도 그때는 지금이니까

  

노후자금 없다고 지 말아야할 이유입니다

일단 내 공간부터 청소하고 정리해야겠습니다

내 마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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