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의 주소에서 마음의 주소로 -
그것은.. 바로...
새벽부터 일어나 어제 올린 브런치 후속 편을 쓰려던 참이었다.
나는 나를 솔직하게 다 까발려야 망가져가는 몸으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씩 상처 입는 내 자존감의 얼굴을
정면으로 즉시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극복하려는 내공을 기르지만, 언니들의 신상정보까지 털은 브런치 글은 언니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다 싶어 단톡에 브런치 글을 연결해 놓았다. 불쾌하시다면 바로 삭제할 마음으로..
그래서 깨자마자 톡 확인부터 해 봤는데 다행히 큰언니가 칭찬이라고 고마워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고 다시 글을 쓰려는 순간.
삐---삐. 내 일상에 경보가 울린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 울렸다
간 밤에 눈이 많이 내렸고 , 계속 눈이 쏟아진다는 폭설경보 문자였다.
그리고 조회수 팔 구십 (그것도 어쩌다가)이 최대치였던 내 브런치 글 조회수가 금방 백에서 이백... 하더니 천 단위로 올라가는 거였다.
지금 글 쓰는 순간 10,000
왜??? 알고 보니
에디터 픽 최신글에 내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이 이유였다.
남몰래 나쁜 짓하다 내 아지트를 들킨 듯한 부끄러움과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대상 받은 작가님들이나 매일매일 몇 만 조회수 글을 쓰시는 분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사건일 테지만
공모에 탈락한 직후라 , 글이라는 것도 내게는 정리해야 할 열정인가 보다라고 포기하려는 마음과 계속 쓰라는 마음이 심각하게 싸웠는데, 닥치고 그냥 써.. 가 이겨서 글을 올린 참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몸은 공간을 가진다. 몸이 머무는 공간은 다 주소를 가진다. 주소만으로 아파트인가 개인주택인가 상가인가 원룸인가 , 몇 평짜리 , 시세가 얼마 되는 아파트인가, 조금 더 깊게는 은행 융자는 얼마인가도 알 수 있는 사회. 그 공간의 주소지가 거주하는 사람 자신이 된 시대다. 그래서 수서역 강남 세브란스 병원 셔틀버스 줄에서 서 있다가 만난 동창이 "어디 살아?" 묻는 질문에 ㅇㅇ군 ㅇㅇ면으로 시작되는 내 주소는 "어머, 어쩜.. 남편 사업했니??"로 폭망 한 도시생활자가 자연인으로 변한 걸 상상하게 만들며 부연설명을 하게 하며 서울특별시로 시작되는 언니 주소는 언니가 굳이 부연설명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부유한 성공한 인생으로 단정 짓는 세상이다. 그래서 잘 생긴 집 하나 소유하는 것에 목매는 것이리라.
작은 언니나 나는 큰 언니 보다 짐이 다섯 배는 된다. 내 전성기 때의 상징인 물건들, 언젠가 쓸 때가 있을 까봐 못 버린 물건들
노후는 몸이 변하고 사라지는 죽음도 맞이하는 시간이다. 몸 대신 마음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다
노후에 몸을 못 떠나 몸의 주소 그대로인 뒷방 늙은이가 되고 싶지 않다
몸의 주소에서 마음의 주소로 이동하는 것이 노후준비다
사실
생전 처음 가는 길들이라 두렵고 과장되었을 뿐이다. 아무도 앞길은 모른다
다만 한 발 앞서서 가는 분들에게 하나씩 배우면서 가면 된다
언니 공간이 따뜻하고 편한 것은...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공간이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노인들 집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있는 왕년에 라는 ( 한 때 언니는 이 지역 몇 대 없는 자가용을 소유한 운수회사집 부자며느리였으며 흑수저 친정동생들에게 난생처음 아케이드에서 옷도 사주고 비싼 중국 요리로 외식시켜 준..) 살림살이가 없다는 점.
몇 년 전 돌아가신 형부의 흔적도 손재주가 좋았던 형부의 핸드메이드 소품 하나만 남기고. 다 정리하고
부지런하고 깔끔한 언니답게 청소가 잘 되어있다는 점
언니 마음의 주소가 이미 지난 과거도 미련 없이 버리고
오지 않는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도 않고
지금 자기 마음이 있는 주소에 머물러 있는 것이지 않을까
나도 돈 안 들어가는 노후공간 리모델링을 해 볼 예정이다
우선.. 할 것은
내 주소를 몸의 주소에서 마음의 주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