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40대가 넘어 캐릭터에 빠졌을까
마음이 말랑해지는 순간, 나를 다독이는 작은 존재들
by
글빛 지니
Oct 29. 2025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잔망루피’가 떴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지인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처음엔 단순히 취재 겸
사진 몇 장 남기려던 의도였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잔망루피는
예상보다 훨씬 크고,
훨씬 사랑스러웠다.
핑크빛 얼굴,
동그란 눈,
포근한 미소.
그 앞에 서자
이유 없이 마음이 말랑해졌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갑자기 웃음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보도자료가 올라가자마자 달려온 터라
전시장은 조용했고,
잔망루피는 온전히 내 앞에 있었다.
그 순간,
루피가 내 것인 것만 같았다.
커다란 몸집이지만 어쩐지 앙증맞고,
심지어 뒤태마저 귀여웠다.
그 앞에서 나는 자꾸 웃음이 났다.
요즘 들어 이상하게
캐릭터에 자꾸 마음이 간다.
캐릭터를 보는 것만으로 내 마음에 위로 행복이 전해진다.
하츄핑, 쿠로미,
그리고 오늘의 루피까지.
어릴 때로 돌아간 것도 아닌데
이 작은 존재들이
내 마음을 쓰다듬는다.
나이에 맞지 않다고들 하겠지만,
이 귀여움은
내 하루의 피로를 덜어주는 작은 위로다.
마치 나를 보며 말을 걸고 있는 듯했다.
“오늘도 수고했어.”
내가 인형을 끌어안고
사진을 찍는 일은 거의 없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자연스럽게 포즈가 나왔다.
캐릭터와 내가 하나되는 순간, 내 마음은 말랑말랑해진다.
정말로 루피에게
“우리 집에 가자”라고 말하고 싶었다.
오늘 하루,
루피 하나로 벅찬 마음이 가득 찼다.
온 세상의 행복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나는 정말
캐릭터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있음을.
이혼 후 나는
인형을 모으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겐 사소한 취미겠지만
내게는 마음을 다독이는
조용한 습관이 되었다.
요즘은
인형 키링을 모으는 재미에 빠졌다.
취미가 하나뿐인 조카와 닮아가다 보니
서로 인형을 갖겠다고
티격태격할 때도 있다.
그 모습이 귀엽고,
나조차 웃게 된다.
라부부와 크라잉베이비도 사고 싶지만
그건 조금 더 고민 중이다.
이런 걸 두고 망설이는 내가
우습기도 하면서
이상하게 다행스럽다.
힘들었던 하루,
복잡한 관계 속에서도
이 작은 인형들이
내 마음의 숨통이 되어주니까.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존재들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다시 웃을 수 있다.
어쩌면 캐릭터에 빠진 건
현실의 나로부터 잠시 벗어나
다시 ‘순수한 나’를
만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주는 위로는
단순한 귀여움이 아니라,
삶의 온기를 되찾게 하는
마음의 리셋 버튼 같다.
핑크빛 잔망루피 앞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랑스럽다는 감정은
결코 나이를 묻지 않는다.
그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이니까.
말랑한 하루의 조각을 기록하는 글빛지니
당신은 어떤 캐릭터에게 위로받고 있나요?
댓글로 당신의 ‘마음 친구’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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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조용히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06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사랑한다
07
누군가의 슈퍼팬이 되어준다는 것
08
나는 왜 40대가 넘어 캐릭터에 빠졌을까
09
사람을 기다린다는 건, 결국 나를 단련하는 일
10
조급함 속에서 나를 배우다
조용히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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