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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장난감에 줄을 선다" 팝마트

유한킴벌리 X 미래ECP X 유니토아 임직원 분들을 위한 인사이트

by 윤승진 대표

최근 한국 리테일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팝마트'와 그들의 캐릭터 '라부부(LABUBU)'였습니다. 블랙핑크 리사가 가방에 달고 나온 그 인형 하나 때문에 오픈런은 물론, 급기야 경찰이 출동해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단순한 장난감 가게가 어떻게 글로벌 소비자를 미치게 만들었을까요? 이번 리포트에서는 중국의 '아트토이' 거인 팝마트가 어떻게 탄생했고, 오프라인 공간을 혁신했으며, 한국 시장을 뒤흔들었는지 그 비즈니스 해부도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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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Brand Story: 잡화점에서 'IP 제국'으로

팝마트의 시작은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2010년, 창업자 왕닝(Wang Ning)이 베이징의 한 쇼핑몰 구석에 문을 연 작은 '종합 잡화점'이 그 시초였습니다. 초기에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팔았지만, 재고 관리와 이익률 문제로 고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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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포인트: 몰리(Molly)와 블라인드 박스] 왕닝은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이 '피규어'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2015년, 그는 홍콩의 아티스트 케니 웡(Kenny Wong)과 독점 계약을 맺고, 뾰루퉁한 표정의 소녀 캐릭터 '몰리(Molly)'를 주력으로 내세웁니다. 여기에 일본의 가챠(뽑기) 문화를 벤치마킹한 '블라인드 박스(랜덤 박스)' 판매 방식을 도입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합니다.

지금의 팝마트는 단순한 장난감 회사가 아닙니다. 전 세계의 유망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의 캐릭터를 제품화하여 유통하는 '글로벌 IP(지적재산권) 플랫폼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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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2O 비즈니스 모델: 물건이 아닌 '공간'을 팝니다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팝마트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닙니다.

① 매장의 테마파크화 (체험형 마케팅) 팝마트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장'이라기보다 '성지(聖地)'에 가깝습니다. 베이징 싼리툰이나 상하이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이들은 철저하게 IP 스토리텔링을 공간에 입힙니다.

핵심 전략: 진열대가 아닌 '콘텐츠' 중심의 동선 설계. 고객이 들어오는 순간 사진을 찍고 공유하고 싶게 만드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환경을 조성하여, 쇼핑을 하나의 놀이 문화로 격상시켰습니다.

② 모세혈관 같은 침투 (로보샵 전략) 거대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브랜드의 '심장'이라면, 로보샵(자판기 형태의 무인 매장)은 '모세혈관'입니다.

비즈니스 포인트: 지하철, 쇼핑몰 구석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저비용으로 침투합니다. 이는 24시간 매출을 일으키는 동시에, 새로운 상권의 시장성을 테스트하는 데이터 수집 기지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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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지털 마케팅: 제품이 아닌 '소셜 화폐'를 팝니다

팝마트의 마케팅은 철저히 MZ세대의 '과시 욕구'와 '공유 본능'을 자극합니다.

① 콘텐츠가 된 소비 (숏폼 마케팅) 틱톡(더우인)과 샤오홍슈는 팝마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언박싱 영상', '히든 에디션 당첨 인증', '인형 리폼(커스텀)' 콘텐츠는 그 자체로 바이럴 광고가 됩니다.

인사이트: 팝마트의 장난감은 단순한 수집품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 "나 이만큼 트렌디해"라고 말할 수 있는 '소셜 화폐(Social Currency)'의 역할을 합니다.

② 92.2%의 비밀 (사적 트래픽 운영) 가장 놀라운 수치는 팝마트의 매출 중 92.2%가 회원(멤버십)에게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ROI 극대화 전략:소셜미디어(공적 트래픽)에서 흥미를 유발한 뒤, 이를 위챗 커뮤니티 등 브랜드가 직접 관리하는'사적 트래픽(Private Traffic)'으로 가둡니다. 1만 개가 넘는 팬 커뮤니티와 공식 톡방은 단순한 알림 채널이 아니라, 팬들이 서로 자랑하고 노는 놀이터가 되어 재구매율(56.5%)을 강력하게 지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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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품 전략: IP에 '도박'과 '투자'의 심리를 섞다

팝마트 제품 전략의 핵심은 '인간의 감성'과 '수집 욕구'를 정교하게 자극하는 설계에 있습니다.

① 가격의 사다리 (Product Mix)

입문용 (블라인드 박스): 1~2만 원대. 커피 몇 잔 값이면 살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지만 중독성이 강합니다.

투자용 (MEGA 컬렉션):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 400%, 1000% 사이즈의 대형 피규어는 희소성을 바탕으로 '아트테크(Art-Tech)'수단으로 포지셔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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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오프라인만의 '손맛'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지만, 굳이 매장을 찾는 이유는 '손맛' 때문입니다. 박스를 흔들어보고(Shake), 무게를 가늠하며(Pinch) 히든 에디션을 맞혀보는 행위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도박적 유희입니다. 이는 온라인 쇼핑이 대체할 수 없는 강력한 방문 동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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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 시장 현황: '라부부'로 증명한 글로컬라이제이션

팝마트의 한국 진출 성공 사례, 특히 최근의 '라부부 대란'은 글로벌 확장의 모범답안입니다.

① 인플루언서 레버리지 (Lisa Effect) 블랙핑크 리사를 통한 노출은 우연이든 기획이든 폭발적인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희소성'과 '트렌드 동조(FOMO)'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정확히 타격했습니다.

② 커뮤니티형 탐방 유도 팝마트 코리아는 매장을 단순 판매처가 아닌 '교류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교환 파티: 원하지 않는 피규어를 즉석에서 다른 팬과 교환하게 하는 이벤트.

금손선발대: 매장 내 '흔들기 고수'들의 팁 공유. 이러한 전략은 한국 팬들에게 팝마트를 단순한 장난감 가게가 아닌 '덕질의 성지'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Editor's Note] 만나통신사 참가자 분들을 위한 요약

팝마트의 성공은 "제조업이 엔터테인먼트업으로 진화했을 때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가"를 보여줍니다.

공간의 가치: 당신의 매장은 물건을 파는 곳입니까, 아니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곳입니까?

소셜 화폐: 우리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고객의 SNS에서 자랑거리가 됩니까?

팬덤 관리: 고객을 '구매자'로 남겨두지 않고,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만들고 있습니까?

팝마트는 장난감을 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설렘'과 '과시', 그리고 '소속감'을 팔았습니다. 이것이 2025년, 모든 B2C 비즈니스가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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