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필수 코스가 된 양꼬치집, 그 뒤에 숨겨진 치밀

롯데GRS 연수

by 윤승진 대표

최근 상하이를 찾는 한국 MZ세대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는 의외의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오래전 양꼬치(很久以前羊肉串)'라는 로컬 프랜차이즈 식당입니다. 중국 현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매장은 방문객의 80%가 한국인일 정도로 이례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과거 칭다오 맥주와 함께 곁들이던 허름한 동네 양꼬치집을 떠올린다면, 이들이 상하이 한복판의 고급 쇼핑몰에서 양꼬치를 먹기 위해 기꺼이 긴 줄을 서는 현상은 꽤나 흥미로운 비즈니스적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양꼬치 시장의 거대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 길거리 노점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중국의 꼬치구이 문화는 최근 야간 경제의 활성화와 함께 프리미엄 외식 산업으로 빠르게 진화했습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꼬치구이 시장 규모는 무려 1,540억 위안(한화 약 29조 원)에 달합니다. 길거리의 매캐한 연기를 걷어내고 규범화, 브랜드화, 자본화라는 새 옷을 입은 중국 외식업계의 가장 뜨거운 격전지가 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오래전 양꼬치'는 2008년 설립 이후 현재 전국 103개의 매장을 100% 직영으로 운영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까다로운 젊은 소비자들은 물론 국경을 넘어 한국 관광객의 입맛과 감성까지 사로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양꼬치'라는 평범한 메뉴를 이토록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탈바꿈시켰을까요? 그 숨겨진 성공 공식을 파헤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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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행위'를 '소셜 콘텐츠'로 바꾸다

현대의 외식은 미각의 만족을 넘어 '경험의 공유'로 진화했습니다. '오래전 양꼬치'는 치밀한 공간 디자인을 통해 '양꼬치를 먹는 행위' 자체를 몰입감 있는 소셜 활동으로 격상시켰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명과 인테리어의 극적인 대비입니다. 초기의 원시적인 동굴 콘셉트에서 벗어나, 최근 대형 쇼핑몰에 입점하는 신규 매장들은 세련된 '블랙 앤 골드'의 미니멀리즘을 채택했습니다. 넓고 어두운 무채색 공간 속에서 오직 테이블 중앙의 화로만을 비추는 따뜻한 노란색 핀 조명은, 마치 일행과 함께 어두운 밤 '캠프파이어'에 둘러앉은 듯한 아늑한 응집력을 만들어냅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양꼬치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음식의 시각적 매력이 극대화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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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인 '청정 후룬베이얼 대초원'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하는 마케팅도 돋보입니다. 시각적인 초원 영상뿐만 아니라, 과거 화제가 되었던 사은품 '초원 공기 캔'은 캔을 따는 순간의 이색적인 경험까지 디자인하여 '정통적이고 깨끗한 식재료'라는 메시지를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시켰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소셜 무기는 '직접 굽는' 행위 그 자체에 있습니다. 주방에서 다 구워져 나오는 편리함 대신, 이들은 테이블마다 독립된 화로를 배치해 현장감을 살렸습니다.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자연스러운 '아이스브레이킹'의 순간이 됩니다. 입구의 돋보이는 네온 로고, 쾌적함을 위해 제공되는 쿨링 패치, 그리고 눈앞에서 돌아가는 꼬치의 시각적 즐거움은 젊은 세대의 '인증샷' 욕구를 완벽하게 자극하며 소셜 미디어 상에서 끊임없는 자발적 바이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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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전략: 완벽한 통제, 설비가 곧 서비스가 되는 마법

디자인이 고객의 발길을 이끄는 '화려한 외면'이라면, 매장의 높은 수익성과 회전율을 묵묵히 책임지는 '단단한 내면'은 바로 주방과 홀의 보이지 않는 설비 시스템입니다. '오래전 양꼬치'는 이 기계 설비들을 단순한 조리 도구를 넘어, 하나의 핵심 비즈니스 자산이자 서비스(DAAS, Device as a Service)로 승화시켰습니다.

그 중심에는 업계 판도를 바꾼 '자동 회전 화로'가 있습니다. 특수 제작된 톱니바퀴 모양의 꼬치를 화로 홈에 끼우기만 하면 기계가 일정한 속도로 고기를 쉼 없이 회전시킵니다. 이는 고객과 직원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을 넘어, '누가 구워도 타지 않고 완벽한 굽기'를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품질 표준화 무기입니다. 인간의 감에 의존하던 불 조절의 한계를 기계의 정밀함으로 완벽히 통제한 것입니다. 여기에 가스불 대신 전통적인 풍미를 살리는 과일나무 숯을 고집하면서도, 과학적인 가열 거리를 계산해 유해 물질 생성을 30%가량 줄이는 디테일까지 챙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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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혁신은 특허를 획득한 '하향식 배기 시스템'입니다. 고기가 익으며 발생하는 연기는 위로 피어오르기도 전에 화로 아래의 강력한 흡입구를 통해 즉각적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아무리 멋진 옷을 입고 식사를 마쳐도 몸에 고기 냄새가 전혀 배지 않습니다. 양꼬치 식당은 으레 '기름지고 냄새나는 곳'이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깨부순 이 무연(無煙) 기술은, 결과적으로 이들이 상하이 난샹 인샹청 MEGA와 같은 최고급 프리미엄 쇼핑몰에 당당히 입점할 수 있는 결정적 환경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는 놀라운 운영 효율로 직결됩니다. 객단가 100~120위안(약 1만 9천 원~2만 3천 원) 수준의 중고가 포지셔닝에도 불구하고, 하루 3~4회의 높은 테이블 회전율을 유지합니다. 비결은 철저한 '탈(脫)주방장화'와 중앙 집중식 공급망에 있습니다. 고기의 숙성과 절단, 꼬치를 꿰는 까다로운 작업은 모두 센트럴 키친에서 완료되어 콜드체인으로 배송됩니다. 매장 주방은 그저 해동과 플레이팅만 담당하므로 주방 면적은 획기적으로 줄고, 매출을 일으키는 홀의 영업 면적은 극대화됩니다. 홀 직원의 역할 역시 땀 흘리며 '고기를 구워주는 노동자'에서, 테이블을 여유롭게 살피며 '맛있게 먹는 법을 안내하는 가이드'로 변모했습니다. 기계가 노동을 대체한 자리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세심한 서비스가 채워진 것입니다.

운영 전략: 불만이 터지기 전에 감동으로 덮는 '초밀착 디테일'

첨단 설비와 세련된 공간만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완전히 붙잡을 수 없습니다. '오래전 양꼬치'의 진짜 무서운 저력은 현장 접점(MOT, Moment of Truth)에서 발생하는 인간적인 상호작용, 즉 세밀한 운영 시스템에 숨어 있습니다.

0E0A8986.jpg 직원의 팔에 새겨진 헌지우이치엔 문신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이른바 '동력 회수 시스템'이라 불리는 파격적인 현장 권한 위임 제도입니다. 이는 물리적인 기계가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관리 철학입니다. 매장은 전체 매출의 5%를 일종의 '고객 만족 기금'으로 미리 빼둡니다. 그리고 현장 일선 직원들에게 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합니다. 만약 직원이 테이블을 관찰하다가 고기가 너무 익었거나, 서빙이 늦어지거나, 고객의 표정에서 미세한 불편함을 감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고객이 정식으로 클레임을 제기하기 전에, 직원이 먼저 다가가 사과와 함께 해당 메뉴를 무료로 교환해 주거나 환불을 제안합니다. 고객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던 '작은 불만'이 순식간에 '기대 이상의 감동'으로 뒤바뀌는 마법의 순간입니다. 이 선제적인 대처는 압도적인 재방문율을 만들어내는 1등 공신입니다.

여기에 더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서비스 열정을 끌어올리는 영리한 디지털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중국 내 보편화된 미니 프로그램(Mini Program)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을 넘어, 주문 화면에 '가상 선물 후원' 기능을 혁신적으로 추가했습니다. 고객이 친절한 직원에게 모바일로 단돈 몇 위안의 소액 팁(가상 선물)을 보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상부의 억압적인 서비스 교육이나 감시 없이도, 이 작은 디지털 보상 시스템은 직원들이 스스로 웃으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론: F&B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

상하이 최고급 상권에서 한국인 관광객들까지 줄을 서게 만든 '오래전 양꼬치'의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들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나 단기적인 유행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후룬베이얼 양고기'라는 본질(단일 메뉴)에 대한 극한의 집착, 이를 흔들림 없이 구현해 내는 주방의 탈중앙화와 화로 자동화라는 기술적 해자(Moat), 그리고 '먹는 행위'를 감각적인 소셜 콘텐츠로 치환해 낸 공간의 마법이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서 파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현대의 F&B 비즈니스는 '설비가 곧 서비스(DAAS, Device as a Service)'가 되는 융합의 영역이며, 동시에 인테리어와 조명 하나로 고객의 정서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섬세한 심리전입니다.

중국의 길거리 음식이었던 양꼬치가 어떻게 세련된 비즈니스 제국으로 진화했는지 지켜보며, 우리 외식 기업들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의 브랜드는 입맛을 넘어, 고객에게 어떤 '보이지 않는 경험과 가치'를 설계해 제공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기업만이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넥스트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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