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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율주행의 심장, 베이징 이좡에 가다

240조 시장의 미래를 미리 만나다

by 윤승진 대표

안녕하세요, 중국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전하는 만나통신사 대표입니다. 오늘은 제가 최근 직접 다녀온, 중국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심장부라 불리는 곳, 베이징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와 깊이 있는 분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단순한 산업 단지를 넘어, 이곳은 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국가 지능형 커넥티드카 정책 선행구'의 핵심 기지입니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자율주행 기술이 어떻게 현실의 도로를 달리고, 비즈니스가 되며, 도시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베이징 이좡 선행구의 모든 것을 심층적으로 파헤치며, 중국 자율주행 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 한국 기업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무엇일지 함께 모색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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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대한 실험의 서막: 중국은 왜 '이좡'을 선택했나?

모든 위대한 여정에는 시작점이 있듯, 중국 자율주행의 담대한 도전은 바로 이곳, 베이징 이좡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지금, 미국과 유럽이 법규 정비에 속도를 내며 시장 선점에 나서는 동안, 중국은 '선행구'라는 독자적인 모델을 통해 국가적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테스트하는 공간을 넘어, 규제를 먼저 허물고 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중국식 산업 육성 전략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베이징은 사실 2017년부터 중국 최초로 자율주행 도로 테스트 관리 규정을 발표하며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이미 2025년 기준으로 33개 기업, 약 900대에 달하는 차량이 도로 테스트 허가를 받았고, 그 누적 주행 거리는 무려 1,700만 킬로미터를 넘어섰습니다. 지구를 420바퀴 이상 돈 거리죠.

이처럼 탄탄한 기반 위에서 2021년 4월 공식 출범한 이좡 선행구는 매우 명확하고 원대한 목표를 품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혁신을 포용하고, 국제적으로 일류인" 지능형 커넥티드카 시범 응용 정책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곳의 핵심 역할은 기술 및 정책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가 되어, 궁극적으로 베이징을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벤치마크 도시로 격상시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이 펼쳐지는 무대 또한 광활합니다. 이좡 신도시 225㎢를 중심으로, 베이징의 관문인 다싱 국제공항과 그 주변을 잇는 6개 고속도로(143km)까지 포함하여 도시, 공항, 고속도로라는 매우 복합적이고 실제적인 환경을 모두 아우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재 600㎢에 달하는 시범구를 향후 3,000㎢까지 확장하여 더 많은 기업과 기술을 수용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중국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엿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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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래가 된 일상: 이좡에서는 자율주행이 현실입니다

"이좡에서 자율주행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닙니다. 바로 오늘, 우리의 일상입니다."

현지 관계자의 이 말처럼, 이좡의 거리 풍경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운전대 없는 자동차가 유유히 도로를 달리고, 귀여운 로봇이 분주하게 물건을 배송하며, 새벽에는 무인 청소차가 도시를 깨끗하게 정비합니다. 이는 선행구가 단순 테스트를 넘어 실제 상업 운행을 허용하는 과감한 정책을 펼쳤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자율주행 서비스들이 우리의 삶에 녹아들고 있을까요?

로보택시 (Robotaxi)

중국 IT 공룡 바이두(Baidu)의 '아폴로 고', 스타트업 강자 포니닷에이아이(Pony.ai), 위라이드(WeRide) 등이 2021년 11월부터 세계 최초로 유료 상업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놀라운점은 2023년부터는 운전석에 안전요원까지 없는 '완전 무인' 로보택시가 상용화되었고, 이제는 운행 범위가 베이징의 심장부인 3환 도로 내부까지 확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를 부르면, 운전자 없는 차가 나를 데리러 오는 경험은 이제 이좡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입니다.

무인배송

무인 배송 분야의 선두주자 니오릭스(Neolix)는 2021년 중국 최초로 무인 배송 차량의 도로 운행 허가를 받았습니다.

택배, 신선식품, 커피까지 배송하며 '무인 경제'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인건비 상승과 배송 수요 폭증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로보버스 & 무인 환경미화

위라이드가 운영하는 로보버스는 이좡 내 주요 지점을 순환하며 주민들의 '라스트 마일' 이동을 책임집니다.

새벽 시간에는역시 위라이드의 무인 환경미화 차량이 도로를 청소하고, 24시간 무인 순찰차가 주요 구역의보안을 담당하며 도시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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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서비스는 어떻게 안전하게 운영될까요? 비밀은 바로 중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车路云一体化)' 솔루션에 있습니다. 스마트한 차량(车), 도로 곳곳에 설치된 지능형 인프라(路), 그리고 이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제하고 분석하는 클라우드(云)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입니다. 이좡의 통합 관제 플랫폼은 모든 차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여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입니다. 이는 개별 차량의 센서에만 의존하는 방식보다 한 차원 높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담보하는 중국만의 독자적인 해법입니다.


3. 거인들의 격전지: 이좡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혁신적인 생태계에는 늘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모여들기 마련입니다. 이좡은 중국 토종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산업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역동적인 공간입니다.


중국의 대표 주자들

바이두 (Baidu): 검색 엔진 기업에서 AI 기업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바이두는 '아폴로 고(Apollo Go)' 로보택시 서비스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입니다. 2022년에만 140만 회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오랜 기간 1위를 지켜온 구글의 웨이모(Waymo)를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포니닷에이아이 (Pony.ai): 기술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스타트업으로, 베이징자동차(BAIC)와 협력하여 7세대 로보택시를 개발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젬백스링크(GemVaxLink)와 서울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위라이드 (WeRide): 로보택시, 로보버스, 자율주행 환경미화 차량 등 다각화된 제품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아부다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니오릭스 (Neolix): 무인 배송 분야의 강자로, 2025년 6월에는 한국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협력계약을 체결하여 곧 한국에서도 니오릭스의 무인 배송 로봇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반도체 굴기, 칩 설계 분야: 자율주행의 '두뇌'라 할 수 있는 고성능 칩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와 설립 3년 만에 7나노 공정의 고성능 칩 '광지 R1(光至R1)'을 발표한 후이시 인텔리전트(辉羲智能)의 등장은 중국의 기술 자립 의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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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의 참전

메르세데스-벤츠 (Mercedes-Benz): 2024년 8월, 해외자동차 제조사 최초로 베이징에서 L4급 자율주행 테스트 허가를 받아 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위라이드와의 공동 연구개발 성과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가 중국의 자율주행 생태계와 기술력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4. 정부가 밀어주고 기업이 달린다: 중국 자율주행 성공의 비밀

이좡의 눈부신 성과는 기업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중앙정부, 베이징시, 이좡 개발구로 이어지는 입체적이고 강력한 정책 지원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통일된 관리 규범을 제시하는 동시에, L3급 차량의 생산 진입을 조건부로 허용하고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시범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며 속도감 있게 산업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좡 선행구는 다음과 같은 4대 특색 정책으로 혁신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유료 상업 운행 허용: 기술이 검증된 차량은 빠르게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무인 배송 차량 도로 운행권 부여: '무인 경제'라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합니다.

타 지역 테스트 결과 상호 인정: 기업들이 지역을 옮길 때마다 중복으로 테스트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고속도로 테스트 개방: 다싱 공항 고속도로 등 실제 고속도로 환경에서 테스트하며 기술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이처럼 정부가 먼저 길을 열어주고 기업이 마음껏 달리게 하는 선순환 구조야말로 중국 자율주행 산업이 무섭게 성장하는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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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율주행 제1도시'를 향한 무한경쟁: 베이징 vs 우한

중국의 자율주행 산업은 베이징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국적으로 17개의 국가급 테스트구가 건설되었고, 각 도시는 '자율주행 제1도시'라는 타이틀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베이징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도시는 바로 우한(武汉)입니다.

두 도시의 경쟁은 매우 흥미로운 양상을 띱니다. 먼저 우한은 '규모' 면에서 베이징을 압도하며 전 세계 최대 자율주행 운영 서비스 구역으로 떠올랐습니다. 개방 도로 규모만 해도 3,378km가 넘어 전국 1위를 자랑하며, 운영 구역 면적 역시 3,000㎢에 달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기반이 탄탄한 우한이 바이두 같은 선두 기업과 손잡고 신속하게 상업 운영 규모를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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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베이징은 '정책 혁신'과 '기술 리더십'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국가 정책 선행구로서, 자율주행 기술의 표준을 만들고 새로운 정책을 가장 먼저 실험하는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합니다. 또한 벤츠와의 협력 사례에서 보듯 국제 협력을 주도하고, 핵심 부품인 반도체 칩 국산화에 집중하며 기술 생태계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베이징 이좡이 정책과 R&D를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이자 '두뇌'의 역할을 한다면, 우한은 이를 바탕으로 실제 상업 서비스를 대규모로 펼쳐 보이는 '생산 기지'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처럼 두 도시는 단순히 경쟁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중국 자율주행 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상하이, 광저우, 선전, 충칭 등 수많은 도시가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중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6. 240조 원 시장을 향한 질주, 그리고 우리의 기회

중국 자율주행 산업의 미래는 그야말로 장밋빛입니다. 2030년까지 중국의 로보택시 시장 규모만 해도 1.3조 위안(약 2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웬만한 국가의 1년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앞으로 중국 자율주행 산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기술방향: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 방식이 국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AI 엔드투엔드 대형 모델과 반도체 국산화가 산업 발전을 이끌 것입니다.

상업화: 이제는 테스트구를 넘어 도시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규모화 운영'과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정책방향: L3-L5급 자율주행 관련 법규와 표준을 완비하고, 벤츠의 사례처럼 국제 협력을 심화하여 더욱 개방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입니다.

2030년까지 중국 주요 도시에서 자율주행차의 대규모 상용화를 실현하고, 2035년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이 중국의 원대한 목표입니다.


결론: 중국의 혁신,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

베이징 이좡 선행구는 중국이 어떻게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미래 산업을 개척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차량-도로-클라우드 통합'이라는 독자적인 접근법, 과감한 규제 혁파와 정책 지원, 그리고 치열한 도시 간 경쟁과 협력을 통해 중국은 세계 자율주행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역동적인 행보는 우리 한국 기업들에게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완성차 업계는 물론, 통신, 반도체, 센서, AI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 보험 등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업계 리더들의 말처럼, 자율주행의 발전은 어느 한 기업이나 국가가 독식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기술 혁신, 정책 지원, 상업화라는 삼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거대한 생태계가 완성될 것입니다. 중국 자율주행 산업의 거침없는 질주를 예의주시하며, 그 속에서 우리의 기회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중국의 혁신을 직접 경험해보고싶다면?!

만나통신사는 앞으로도 이런 중국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얻은 생생한 인사이트를 꾸준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음 비즈니스 학습여행에서 직접 미래를 마주할 대표님들을 기다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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