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의 기둥, 1,000그루의 나무

상하이 천안천수몰과 헤더윅 스튜디오 심층 분석

by 윤승진 대표

우리는 곧 상하이의 심장부를 흐르는 쑤저우강변에서, 마치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현대에 재현한 듯한 거대한 건축물, '천안천수(天安千树, 1000 Trees)'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 압도적인 프로젝트는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 왜 21세기에 '공간'과 '경험'이 중요한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방문에 앞서, 우리가 보게 될 이 '작품'과, 이를 탄생시킨 '작가'에 대해 나누어 분석해 드립니다.

Part 1. 천안천수(1000 Trees): '건물'이 아닌 '지형'을 선택하다

우리가 방문할 천안천수는 그 이름처럼, 1,000그루의 나무가 거대한 산처럼 솟아있는 복합 상업 공간입니다. 이 독특한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디자인 철학의 핵심: "문제"를 "주인공"으로 만들다

모든 건축 프로젝트에는 '제약'과 '문제'가 따릅니다. 천안천수 부지 역시 상하이의 복잡한 도심 속, 쑤저우강과 M50 예술 지구라는 독특한 맥락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방식의 거부: 일반적으로 이런 대규모 상업 시설은 '쇼핑몰이라는 거대한 상자(포디움)' 위에 '유리 타워'를 올리는 방식을 택합니다. 하지만 설계팀은 이런 방식이 주변의 예술 지구, 공원, 강과 전혀 조화롭지 못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약'의 발견: 설계팀은 이 거대한 건물을 안전하게 지탱하기 위해 약 1,000개의 구조 기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엔지니어링적 '제약'을 발견했습니다.

발상의 대전환: 숨기지 않고 드러내다: 여기서 혁신이 시작됩니다. 일반적인 건축가라면 이 1,000개의 기둥을 어떻게든 벽 뒤나 건물 내부에 '숨기려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정반대의 접근을 택했습니다. 이 1,000개의 '제약'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건물 밖으로 완전히 드러내어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산(山)'의 탄생: 그들은 1,000개의 기둥 하나하나를,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거대한 '화분(Planter)'으로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1,000개의 회색 기둥이 아닌, 1,000그루의 나무가 심긴 거대한 녹색 '산'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건물이 아닌 지형의 일부"를 창조한 것입니다.

천안천수가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

이러한 디자인 철학은 방문객에게 완전히 새로운 공간 경험을 선사합니다.

'산책'으로서의 쇼핑: 천안천수는 전통적인 쇼핑몰처럼 실내에 갇힌 동선이 아닙니다. 건물 전체가 계단식 테라스로 이루어져 있어, 방문객들은 마치 '산'을 오르듯 야외 산책로를 따라 걷고, 각 층에서 탁 트인 쑤저우강의 파노라마 전망을 마주하게 됩니다.

역사와 예술의 공존: 이 거대한 '산'은 단순히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부지 내에 보존된 4개의 역사적인 건물(과거 제분소 공장)을 존중하며 감싸 안고 있습니다. 또한, M50 예술 지구와 마주한 거대한 남쪽 벽면 전체를 16명의 거리 예술가에게 '캔버스'로 제공하여,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스스로 마케팅하는 랜드마크: 이 독특한 외관 덕분에, 천안천수는 완공 전부터 "상하이판 바빌론의 공중정원"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소셜 미디어에서 폭발적인 화제가 되었습니다. 건물 자체가 마케팅 콘텐츠가 되어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된 것입니다.

Part 2. 헤더윅 스튜디오: '왜?'라고 묻는 실용적 발명가들

이 경이로운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장본인은 바로 영국의 천재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과 그가 이끄는 헤더윅 스튜디오입니다. 그들은 건축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발명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인 '창의적 집단'입니다. 천안천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핵심 디자인 사상

"인간 경험"에서 출발하라: 헤더윅 스튜디오는 '건물이 어떻게 보일까?'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무엇을 느끼고 경험할까?"라는 질문에서 모든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천안천수에서 '산을 오르는 즐거움'과 '자연 속에서의 휴식'을 구현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용적 발명가"가 되라 (선입견에 도전하기): 그들은 스스로를 '건축가'이기보다 '실용적 발명가'라고 부르는 것을 즐깁니다. 업계의 '당연한' 관행이나 선입견에 항상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왜 쇼핑몰은 항상 밀폐된 상자여야 하는가?" "왜 구조 기둥은 항상 숨겨야만 하는가?" 이처럼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천안천수라는 새로운 답을 찾아낸 것입니다.

"만들며 생각하라" (신속한 프로토타이핑): 헤더윅 스튜디오의 핵심 경쟁력은 '워크숍'에 있습니다. 그들은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실제 크기의 모형(프로토타입)을 만듭니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면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며 빠르게 개선해 나갑니다. 이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의 방식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긍정적이고 실용적이어라":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결국 현실 세계에서 건설 가능하고, 비용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접근법을 고수합니다. 천안천수의 기둥은 '멋'이기도 하지만, 건물을 지탱하는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는 '실용적'인 해결책이었습니다.

결론: 우리가 현장에서 볼 것

우리가 곧 방문할 천안천수는, 헤더윅 스튜디오가 '인간 경험'을 중심에 두고, '관행'에 도전하며, '실용적 발명'을 통해 세상에 내놓은 거대한 결과물입니다.

이곳을 방문할 때, 우리는 단순히 '멋진 쇼핑몰'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떻게 제약을 창의성의 원천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살아있는 교과서이자, "브랜드란 경험으로 구축되는 것"임을 증명하는 거대한 사례를 직접 걷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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