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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Sep 23. 2024

침술, 뇌과학을 만나다. 남민호 박사님

#침치료의 뇌신경회로 기전 #KIST 뇌과학연구소 #ICMART2024

이번 주 금요일부터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ICMART 2024! 학술대회가 개최되기 전, ICMART 2024에서 학술 연구 발표를 예정하고 계신 한의사분들의 특집 인터뷰를 준비해 보았는데요. 그 여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KIST 뇌과학연구소의 남민호 박사님입니다. 박사님께서는 뇌의 별세포를 중심으로 하는 뇌신경 질환의 기전, 그리고 침 치료의 기전과 관련해 활발한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ICMART2024에서 '침치료 효과의 핵심적인 뇌신경회로 기전'에 관해 강연해주실 박사님의 이야기를, 사막여우가 전해드립니다!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과 학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병리학 석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병리학 박사 (신경과학)

KIST 뇌과학연구소 Visiting graduate student 

KIST 뇌과학연구소 Post-doc

(現) KIST 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現) 경희대학교 KHU-KIST 융합과학기술학과 학연교수

(現) 국가연구소대학(UST) 바이오메디컬전공 부교수





INTRO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남민호라고 합니다.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04학번이고요, 졸업하고 연구 시작하여 2018년부터 KIST에 정규직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제 연구실을 시작하여 이제 5년 차 PI입니다.



Q. 요즘 박사님의 하루 일과,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보통 아침 9시에 출근하고 7시 정도에 퇴근해요. 연구실에서는 월요일이 중요한 날입니다. 랩원들과의 랩 미팅이 있어요. 학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이 지난 일주일 동안의 실험 결과를 보고하고, 제가 그에 대해서 피드백을 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이야기합니다. 돌아가면서 한 학생씩 본인 연구에 대한 Full work 세미나도 합니다. 학생들이 연구에 대해 공격하고 질문하고, 자신의 연구를 defense하는 등의 연습이 이루어져요. 학회 발표, 혹은 박사학위 받을 때의 학위 defense를 연습하거나, 박사후연구원들은 교수가 되거나 회사에서 자리를 잡을 때 필요한 job talk을 준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월요일 오후에는 저널 클럽이 있어요. 일주일에 하나씩 논문을 정해서 비판적으로 읽는 시간이에요. 지난주 탑 클래스 저널에 나온 논문 중에 하나를 정합니다. 그리고 그 논문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실험을 하여 어떤 결과를 얻고, 어떻게 분석하였는지를 공부하고, 논문 저자가 보여준 결과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지, 결과의 해석은 적절한지 등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나눕니다. 

 화요일에서 금요일에는 학생들과 같이 있으며 학생들의 실험을 지도하고, 결과도 같이 보고, 중간중간 필요한 다른 업무들을 합니다.



학부 시절



Q. 학부 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한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했고요. 



Q. 학부 시절에는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으셨나요?


 사실 저는 한의대에 처음 들어올 때, 한의사가 꿈이진 않았어요. 원래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수능을 예상치 못하게 굉장히 잘 봐서 한의대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입학했고, 또 저에게 minority를 좇는 성향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본과 1학년 1학기를 마치고는 휴학 후 1년 동안 대만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우연히 임상 연수를 하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알게 된 굉장히 유명한 중의사분의 한의원에 들어가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임상이 너무 재미있어져서, 임상의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선배님들을 따라다니면서 임상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졸업이 가까워지며 다시 진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갈 것인지, 바로 공보의가 될 것인지 등의 고민을 하다가 ‘어쨌든 minority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옛날의 꿈이 떠올랐어요. 이러한 생각의 과정을 거치며 연구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조금씩 했던 것 같아요. 

 한의대생 중에서는 휴학하는 분들도 드물고,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꽤 드물다 보니, 제가 학교 내에서 독특한 사람이었어요. 교수님들께서도 저를 아시게 되며 교수님들 연구를 도와드리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연구에 가까워진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한의대 출신 연구자의 진로



 Q. 연구자의 진로, 그중에서도 특히 신경과학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신경과학을 공부해야겠다!’라고 처음부터 생각해서 이 진로를 선택한 것은 아니에요. 저의 경우에는 유학을 가고 싶었고, 그래서 해외 경험이 많으신 경희대 최승훈 교수님께 ‘유학을 가고 싶은데 어떤 나라에서 어떤 공부를 해볼지 고민입니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전부터 저와 교류가 있었기도 했고, 대만에서 알게 되었던 중의사님과 굉장히 오랜 친구셨거든요. 그랬더니, 교수님의 병리학 교실로 오라고 하셨어요. (웃음) 그렇게 병리학 교실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병리학 교실에 들어가서 제가 처음 했던 연구는 봉한 학설*에 관련된 연구였어요. (박사님께서 15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봉한 학설에 관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ㅎㅎ) 앞으로 굉장히 중요해질 연구일 수 있으니 이에 관해 연구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최승훈 교수님께서 제안해 주셔서, 한의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동시에 서울대 물리학과 소광섭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서울대 물리학과 소광섭 교수님께서 저에게 뇌에 있는 봉한관의 지도를 주시며, 이걸 찾아보라고 하셨어요. 일종의 보물 지도를 주신 거죠. 열심히 연구했는데 잘 못 찾았어요. 일부 찾은 것 같기도 했는데 사실 아주 자신이 있지는 않아요. 이렇게 열심히 뇌에 관해 연구를 하다가, 석사 과정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뇌 연구를 좀 더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봉한 학설: 북한 김봉한 선생이 1962년 경락의 실체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제기한 것으로, 국내 최초로 경락에 대한 근대적인 연구로 평가받고 있으며 경락 연구를 체계화하고 집대성한 이론. 경락은 봉한관과 봉한소체의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고 봉한관은 봉한소관의 다발 형태를 띠고 있으며 각 봉한소관은 봉한액의 고유한 운동에 의해 전신을 순환하고 있다는 관점을 가짐. 추후 프리모 시스템으로 재명명함. 
(출처: 사이언스 온) 
→ 관련 기사의 링크를 2개 첨부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세요.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Trend.do?cn=SCTM00012458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7757


 제가 봉한관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15분을 썼잖아요. (웃음) 대학원생이던 당시에도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너는 대학원에서 뭐 연구해?”라는 질문을 받으면, 1960년대에 북한에서~ 이렇게 시작해야 했어요. (웃음) 이런 경험을 거치며, 박사과정에서는 긴 설명 없이도 남들이 다 알고, 인정하는 분야의 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뇌에 관해 연구하고 있었으니 신경과학을 더 공부해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당시 KIST에 계셨던 이창준 박사님께 컨택드리며 그 연구실에 조인하게 됐죠. 그렇게 신경과학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창준 박사님께서는 제가 ‘침과 신경과학이 결합된 연구’를 하겠다고 하는 것에 굉장히 흥미를 느끼셨어요. 침 연구를 해보라고도 하셨지만 저는 더 널리 인정받는 연구를 우선적으로 하고 싶었고, 침 연구에 앞서 신경과학자로 성장하고 싶었어요. 신경과학 필드에서 인정받는 연구자가 되어야, 제가 침 연구를 하더라도 더 가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창준 박사님은 우리나라에서 별세포 연구로 가장 앞서가신 분이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이름이 알려진 분 중 한 분이에요. 저도 연구실에서 별세포를 중심으로 여러 질병의 병리기전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어요. 박사학위 기간에는 파킨슨병 연구를 주로 했어요. 파킨슨병에서 별세포의 병리 기전에 대해 연구했고, 별세포와 관련된 중풍, 중독 연구도 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걸 생각해 보면 astronomy에서 astrocyte로 관심사가 옮겨간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웃음) 굉장히 재미있게 연구 생활을 했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우연한 기회들과 그에 따른 선택이 지금의 박사님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네, 저는 우연이 만들어주는 기회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확실한 꿈을 갖고 드라이브를 걸어 목표에 도달하는 것도 굉장히 좋지만, 바뀔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하나의 길만 고집하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때 그것을 놓칠 수도 있거든요.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하며 마음을 열어두는 것에,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길이 있는 것 같아요.



 Q. 뇌과학 연구에 있어서 한의대 출신의 좋은 점 혹은 힘든 점이 있을까요?


 힘든 점은 딱 한 가지 있는데, 학부 때 생명과학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던 것이에요. 학부에서 생화학과 일반생물학을 배웠지만 생물학을 전공한 친구들처럼 열심히 하진 않았고, 이외의 기초 과학에서도 전공적인 백그라운드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열심히 하면 모두 극복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뇌과학 ‘연구’를 하는 데에 있어 한의대 출신이어서 더 좋은 점은 많이 없어요. 그런데, 요즘은 어떤 것을 하더라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고, ‘나의 identity’가 중요한 시대거든요. 뇌과학자로서, 제가 한의학을 연구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저만의 스토리텔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침을 연구하는 뇌 과학자는 굉장히 드물어요. KIST에도 한의사는 저밖에 없어요. KIST에 자리 잡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제가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한의사라는 특이한 점이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점차 diversity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지도교수와 다른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주요했다고 봐요. 또, 과학적인 방법으로 한의학을 연구한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이 좋아요. 한의학 전공자들이 기초연구를 했을 때 상당한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Q. 연구자로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으신 목표가 무엇인가요?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구하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최초로 발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여러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지식을 발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KIST 뇌과학연구소 및 연구 활동



Q. KIST와 KIST 뇌과학연구소에 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약자이고, 1966년에 미국의 원조를 받아 처음 만들어진 국가의 종합 연구소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부 출연 연구소이고, 현재 대덕단지에 있는 많은 연구원이 KIST에서 파생되었어요.

 종합연구소이기 때문에 여러 discipline의 연구가 이루어지는데, 여태까지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선진화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해왔어요. KIST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 과학기술부 장관이셨던 최영석 장관님께서 해외에서 연구 중이던 유수의 한국인 과학자들을 한국으로 불러와 KIST를 만들고, 초대 소장이 되며 기틀을 다졌습니다. 이후 여러 분야의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지금처럼 여러 연구소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뇌과학 연구소입니다. 뇌과학연구소 외에도 바이오메디컬융합본부, AI·로봇연구소,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청정수소융합연구소 등의 여러 연구소가 있어요. 분원도 있는데, 그 중 KIST 강릉 분원은 천연물연구소예요. 이곳에는 한약재를 비롯한 천연물들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KIST 뇌과학연구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뇌과학 연구 기관입니다. 50여 명의 PI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PI가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독특한 점은, 생물학을 한 사람뿐만 아니라 공학 연구를 하는 사람, 화학 연구를 하는 사람, 물리를 공부한 사람, 약학을 공부한 사람, 수의학을 공부한 사람, 저처럼 한의학을 공부한 사람이 모두 모여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신경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저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신경과학적인 기전을 밝혀내거나 새로운 분자 타겟을 발굴하면, 화학, 특히 의약화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타겟하는 새로운 약물을 만들어요.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거죠. 연구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주는(neuro-engineering) 공학자들도 있어요. 신경 신호를 측정하는 기기를 만들 수도, 체외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는 platform을 만들 수도 있죠. 이렇듯 신경 생물학자와 신경공학자와 신경화학자들이 공동 연구를 하는 곳이에요. 세계적으로 드문 케이스예요. 



Q. 학교에서는 별세포를 ‘특별한 작용을 하지 않는 supporting cell’으로 배웠던 것 같은데, 어떻게 별세포에 주목하여 연구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박사 과정 지도교수님이셨던 이창준 박사님의 영향을 받아 별세포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뇌에는 여러 종류의 세포가 있어요. 신경세포가 가장 잘 알려졌지만, 이외의 비신경세포들도 있죠. 비신경 세포 중 혈관 세포가 아닌 것들을 신경교세포라고 해요. ‘교’는 ‘아교’에서 쓰는 풀이라는 뜻의 글자인데, 구조적으로 지지하는 세포들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이 신경교세포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세포가 바로 별세포입니다. 사람의 뇌에는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가 거의 1:1의 비율로 있는데, 별세포는 신경교세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세포입니다.


 신경세포와 비신경세포의 가장 큰 차이는 Action potential(활동전위)이에요. Firing을 하는 겁니다. 신경세포는 전기적으로 굉장히 활성을 띠는 세포이기 때문에, 먼 거리까지 신호를 전달할 수 있어요. 반대로 별세포를 중심으로 한 신경교세포들은 전기적으로는 비교적 조용하고, 그래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어요. ‘전기생리학’ 중심의 연구 기술이 개발되며 신경과학이 엄청난 발전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별세포는 연구의 대상이 되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 다들 별세포는 구조적으로 지지하며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세포라고 생각해 왔고, 비교적 최근인 20년 전쯤부터 별세포의 active한 기능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지금은, supporting의 기능만 있진 않다고 많이들 생각합니다.


 실제로 별세포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전달을 굉장히 액티브하게 매개하고 있고, 막후에서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비선 실세 같은 역할을 해요. 많은 사람들이 뇌 질환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별세포를 타깃하는 치료제를 연구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저도 이러한 노력을 하는 사람 중 하나고요.



Q. 박사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며 뇌의 ‘시각화’, ‘영상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에 관해 현재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뇌의 영상화는 여러 뇌 질환의 진단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CT나 MRI로 뇌 구조를 봐왔잖아요. 뇌의 특정한 구역에서 출혈이 발생하거나, 붓거나, 뇌실이 커지거나, 뇌가 수축하는 등의 변화는 CT나 MRI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뇌의 기능적인 부분을 볼 수는 없어요. 그래서 이 기능적인 부분을 영상화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퇴행성 뇌 질환에서는 CT나 MRI에서 보이는 변화가 아주 적기 때문에 분자 영상이 중요하고, 최근에는 PET imaging*을 통한 확인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작년에 제가 <Brain>이라는 저널에 냈던 논문이 있는데, 별세포의 이상을 시각화하는 것에 관한 연구였어요. 조적 변화 전에 기능적인 변화가 선행할 것이며, 기능의 이상을 확인해야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질환의 조기 진단에도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생각해요. 치료제 투여 후 변화의 반응을 보는 것 또한 영상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죠.

 영상의 중요성은 한의사들도 굉장히 잘 느끼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기허나 혈허를 영상화해서 보여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비슷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PET imaging 중심의 뇌 연구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고, 조기 진단과 관련하여 영상 연구는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PET imaging: 양전자 방출을 이용하는 핵의학 검사 방법 중 하나로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한 의약품을 체내에 주입한 후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기를 이용하여 이를 추적하여 체내 분포를 알아보는 방법, (출처: 위키백과)



Q. 현재 가장 집중하고 계신 연구가 무엇인가요?


 연구 분야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최근 발표된 연구, 그리고 한의대생들이 가장 관심이 있을 연구는 ‘침 치료의 신경과학적인 기전 연구’예요. <Advanced Science>라는, Impact Factor가 14.3인 상당히 좋은 저널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이 저널에서 저희 연구를 커버페이지로 선정하기도 하였습니다.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 양릉천 침 자극을 가하는 것이 파킨슨병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를 신경과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보았습니다. 양릉천이 있는 말초의 다리부터 뇌까지, 그리고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연구하여, 뇌 안의 신경회로들을 새롭게 발굴하고 침의 치료 효과를 신경 회로로 설명했어요. 이따가 영상을 통해 더 자세히 보여드리겠습니다. 



 Q. 침술 말초신경 자극의 뇌 조절에 대해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나요? 


 앞 질문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연구로 말씀드렸던 ‘Central Role of Hypothalamic Circuits for Acupuncture’s Anti-Parkinsonian Effects’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이 연구에 대한 기사가 어제(인터뷰 일시(9/7) 기준) 나왔거든요. 경희대 한의대 박히준 교수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에요. 저는 신경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확실한 basis 위에서 침의 신경과학적인 기전에 관해 연구를 하고 싶었고, 마침 박히준 교수님께서는 이 연구의 신경회로적인 부분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 하셨어요. 함께 아이디어를 디벨롭하여 우리 연구팀과 박희준 교수님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4/09/05/O6ZKZ3V3UVARRGZS4Z5VYXC3GQ/?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연구에 관한 기사 중 가장 최신의 기사 링크를 첨부합니다!) 

(박사님께서 영상을 통해 연구 내용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영상은 https://www.nam-lab.org/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파킨슨병의 침 치료 효과에 핵심적인 뇌신경 회로 기전 규명’에 관한 연구입니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죠. 떨림과 몸이 굳어지거나 운동이 느려지는 등의 운동 이상이 보입니다. 이런 운동 증상 외에, 기억력 저하 같은 비운동 증상도 있어요. 


 중뇌 흑질(substantia nigra)도파민 신경세포들이 모여 있는데, 도파민 신경세포들은 선조체(striatum)로 뻗어나가서 도파민을 분비해요. 이 신경세포들이 죽어 나가면서 도파민 분비가 부족해서 파킨슨병이 생기고, 관련 운동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 해마 부위의 시냅스 가소성이 줄어들면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죠. 


 양릉천은 팔회혈(八會穴) 중 근회(筋會)이고, 운동 질환에 쓰이잖아요. 파킨슨병 생쥐 모델을 만들고, 양릉천에 침 자극을 하면, 운동능력 개선의 효과를 보이는 것을 여러 종류의 운동행동평가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또한 이 파킨슨병 모델 생쥐가 보이는 기억력 저하 역시 양릉천 침 자극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흔히 ‘득기감’이 있어야 침 치료의 효과가 난다고 하잖아요. 이는 감각 신경의 신호 전달이거든요. 감각 신경에 의한 신호 전달이 있어야 효과가 난다는 건, 침치료의 효과 또한 신경을 통해 발현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리도카인이라고 하는 국소마취제를 양릉천에 먼저 주입해 두고 5분 후 침을 놓는 실험을 해보았어요. 그랬더니, 침 효과가 없어졌어요. 신경 전달을 막고 침을 놓으면 침의 효과가 없는 것이죠. 또, 좌골 신경을 자르고 침놨더니 침 효과가 없어졌어요. 두 실험으로, ‘신경’을 통해서 침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한 거죠.


 다음 단계로, 살아 있는 쥐의 시상하부를 이미징하면서 양릉천에 침 자극을 시행하여, MCH(멜라닌 농축 호르몬)를 분비하는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어요. 이 역시 리도카인으로 양릉천을 마취를 시킨 후 침을 놨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어요. 양릉천이 아닌, 엉덩이에 가까운 허벅지에 침을 찔렀을 때도 마찬가지로 신경세포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침 자극의 효과도 없었어요. 뇌신경 세포가 ‘양릉천’ 침 치료에 의해서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그다음으로는, MCH 신경세포의 활성이 실제 침 치료의 핵심적인 요소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신경회로 연구에서 많이 활용하는 ‘화학유전학’을 이용했어요. MCH 신경세포를 화학유전학적으로 억제하고 침을 놓았더니, 침의 파킨슨병 치료 효과가 없어졌어요. 그런데 거꾸로, 침을 놓지 않고 MCH 신경세포만 활성화를 시켰을 때도 개선 효과가 있었어요. 이 신경세포의 활성이 침 치료에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나아가, 이렇게 운동 증상과 인지 증상이 다 좋아진다면, 이 MCH 신경세포가 운동과 관련된 회로, 인지와 관련된 회로 두 가지에 관여할 것으로 생각했어요. MCH 신경세포가 인지와 관련된 해마로 연결된 회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었지만, 도파민을 분비하는, 즉 중뇌 흑질로 연결된 회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저희의 실험이 처음으로 ‘중뇌 흑질로 연결된 회로가 있고, 이 회로는 해마로 연결된 신경세포와 다른 신경세포라는 것’을 해부학적으로 그리고 기능적으로 보여준 것이죠.


 마지막으로, 해마, 또는 중뇌 흑질로 연결된 신경세포의 활성을 화학유전학적으로 각각 조절을 해보았습니다. 이 중 중뇌 흑질로만 연결된 신경세포를 조절했을 때는 도파민과의 관련성으로 인해 운동능력만 개선되었고, 해마로 연결된 신경세포를 조절했을 때는 기억력만 개선되었습니다. 침치료의 다기능적 효과를 신경 회로로 구분한 것이죠. 이렇게 하여, 결론적으로 신경세포에서 나오는 MCH(호르몬)이 파킨슨병의 운동능력과 기억력 개선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Q.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과학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그 어떤 현상이라도 설명할 수 있는 포텐셜이 있어요. 현대 학문 체계에서 학문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과학으로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며,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도 과학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학은 과학자들이 발전시키고 있잖아요. 한의학은 한의사들 위주로 발전시키려 노력하기 때문에 발전이 비교적 더디다고 생각해요. 한의학이 더욱더 과학화되어 과학자들의 공헌이 한의학으로 더 잘 흘러 들어올 수 있게 되면, 더욱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ICMART2024



Q. 최신 침, 뇌과학 연구의 트렌드에 관해 소개 부탁드려요.


 하버드대학교에 계셨던 Qiufu Ma 교수님의 연구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네요. ‘신경과학을 이용한 침 연구’의 세계적인 선두 주자이신데, ‘A Neuroanatomical basis for Electroacupuncture to Drive Anti-inflammatory Neural Pathways’라는 제목으로 <Nature>에 논문을 내셨습니다. 침의 항염증 효과와 이 효과의 신경회로에 대한 연구에요.

 조금 더 설명해 드리자면, 패혈증 동물 모델에서 족삼리에 전침을 걸면, 동물들의 사망률이 현저히 줄어들어요. 족삼리에 침을 놓으면, 족삼리의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어 신호가 뇌로 올라가고 → 뇌의 미주신경 핵을 자극하여 → 미주신경으로 신호가 내려와 부신을 자극하고 → 부신에 있는 도파민이 나와서 → 그 도파민이 전신으로 퍼지며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러한 신경생물학적인 침 연구가 최근 들어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Qiufu Ma 교수님은 ICMART 2024에 키노트 연사로도 오시니, 강연을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Q. ICMART 2024에 참가하는 한의대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ICMART가 침 연구하는 학회 중 세계적으로 가장 잘 organized 되어있는 학회라고 알고 있어요. 기초부터 임상까지 여러 aspect에서 연구자들이 발표하고, 또 시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개의 session이 진행되니, 어떤 발표를 들을지 선택해야 할 거예요. 알 것 같은 주제의 발표를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내가 모를 것 같은 주제의 발표를 들어보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학회에 가면 새로운 눈을 뜨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대만드 공통 질문


Q.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연구자로서의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이 논문(Central Role of Hypothalamic Circuits for Acupuncture’s Anti-Parkinsonian Effects)의 연구 중, 제 가설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던 순간이에요. 제가 생각한 신경회로들이 존재하며, 그 신경회로들을 통해 증상들이 구분되어 조절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논문이 나온 순간도 매우 뿌듯했어요. 한의사 과학자로서의 꿈을 처음으로 이룬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임상 한의사와 연구자를 비교해 보자면) 한의사는 비교적 굉장히 루틴적인 삶을 살아요. 환자들을 보며 굉장한 보람이 있지만, 중고등학생 때처럼 상을 받거나, 칭찬을 받거나, 시험 성적으로 평가를 받을 일이 많이 없거든요. 과학자가 되면 매번 연구 논문을 발표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끝맺음이 한 번씩 있어요. 연구를 잘하면 상을 받기도 하고, 기사가 나오기도 하는 등의 일이 재밌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한 논문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실패들을 거치게 됩니다. 힘들었던 순간은, 아무래도 논문들이 계속 reject되는 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Q. 박사님의 장기/ 단기 목표가 궁금합니다.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크게 두 종류의 연구(별 세포를 중심으로 하는 뇌신경 질환의 기전 연구, 침 치료의 기전 연구)를 하고 있어요. 두 분야의 연구 모두 꾸준히 좋은 저널에 발표하며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요. 저의 연구가 임상으로 translation 되거나, 다른 연구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쌓여 있는 연구를 하나하나 잘 진행해 좋은 저널에 발표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박사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저의 한의학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이 한의학의 진가를 인정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한의사가 아닌 과학자들이 한의학을 연구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정말 의미 있게 느껴질 것 같아요. 한의대생들 가운데 졸업 후 기초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미래를 바꿔보고자 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함께 하기를 희망합니다. (랩 홈페이지 nam-lab.org를 참고하세요!)



Q.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이 있을까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박히준 교수님의 연구 인생을 들어보셔도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경희대와 KIST의 joint 학과인 KHU-KIST융합과학기술학과에도 소속되어 계시면서 저와 굉장히 긴밀하게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계신 분이세요. 침의 과학적 기전 연구에 있어서 선두에 계신 분입니다. 특히 파킨슨병에서의 침 치료 기전 연구를 최선단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오신 만큼, 그 연구 여정을 들어보면 흥미로울 것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KIST를 방문하며 캠퍼스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KIST 캠퍼스, 함께 구경해보아요!

KIST 북문의 모습입니다!


캠퍼스 내부는 사전 등록 후 방문증 카드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박사님께서 KIST 북문부터 뇌과학연구소까지, 인터뷰 후에도 연구소에서 북문까지 함께 해주셨습니다. KIST 캠퍼스 내부는 최고 등급인 '가'급 국가보안시설이라 네이버 지도의 위성사진으로 확인이 불가능한데요.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군부대처럼 딱딱하고 차가울 것 같았는데, 제 예상과는 다르게 자연과 어우러진 캠퍼스가 참 예뻤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뇌과학연구소 로비의 모습입니다. 저는 음악 공연장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연구소’, ‘실험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른, 따뜻하고 아늑한 예술 공간 같지 않나요? ㅎㅎ  


침술과 뇌과학, 두 학문의 융합적 연구를 처음으로 접해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기초연구로 한의학의 발전에 앞장서고 계신 박사님의 연구 여정을 대만드가 언제나 응원합니다:-) 귀한 시간 내어 인터뷰 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Interviewer. 사막여우

Writer & Editor. 사막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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