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손을 두번 올렸다 내리며, 뿌뿌 소리를 내셨다

2014년 6월 20일. London. England

by 김정배

18kg씩 나가는 여행 배낭을 메고 한 시간을 걸어, 리버풀 스트릿 역까지는 어떻게도 용케 잘 찾아왔다. 그러나 이곳에서부터 공항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막막하다.


여행 가이드 북에서는 교차로에 있는 이지버스를 타면 공항까지 쉽게 간다는데, 어떤 행인분들도 정류장의 위치를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중년의 남성분께 이지버스에 대해 여쭈어보니, 그러지 말고 버스 대신 기차를 타고 공항에 가는 건 어떻냐고 물어보신다. 혹시나 우리가 자신의 영어를 이해라도 못했을세라, 하늘을 향해 자신의 오른손을 두 번 힘차게 올렸다 내리시며, “뿌뿌”하고 증기기관차 소리를 내셨다.


‘하하하하. 아저씨, 설명은 감사합니다만, 저희도 기차로 가는 법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늘이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딱 버스비만 남기고 파운드(영국 화폐)와 펜스를 탈탈 써 버려서, 기차를 탈 수 있는 돈까지는 없어요.’

그렇게 한참을 더 주위에서 서성이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이지버스를 발견하고는 정류장까지 뛰어가 버스에 올라탔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머무를, 카우치서핑(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 : 일종의 무료 숙소 품앗이)의 호스트를 아직 구하지 못하였다. 수십 건의 요청 메시지를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다시 보내본다. “나는 한국 출신이지만, 호주에서 한국 전통의 모자로 버스킹을 했었어. 소설과 영화,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기에, 나를 너의 집에 초대해준다면 우리는 서로의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야.”


우리를 재워줄 외국 친구를 만나지 못하면, 저렴한 호텔을 예약할 요량이었다. 명헌이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나는 잠시 공항 바닥에서 잠을 청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혹시 모를 도난과 분실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데, 코까지 신나게 골아가며 자고 있는 나의 모습에 명헌은 껄껄 웃으며 나를 놀려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