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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Dec 26. 2021

일러스트야(いらすとや)가 돈을 버는 방법


위와 같은 그림체의 그림을 본 적이 있는가? 일본에 살고 있거나 일본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한 번쯤은 무조건 봤을 것이다.


위 그림은 일러스트야(いらすとや irasutoya.com)라는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그림으로, 적당히 귀여운 그림체와 일관성 있는 퀄리티가 특징이다. 놀랍게도 모든 그림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저작권 표시를 따로 해줄 필요도 없다(라고 약관에 쓰여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제공되는 그림의 수가 무려 2만 5천 점이 넘는다는 것이다. '가족 식사' 같이 평범한 그림부터 '마법을 부리는 여우'처럼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를 그림까지 다양하다. 분류도 상세하게 되어있어 이리저리 탐색하기 편하게 되어있다. 현재 '마스크', '연하장' 같은 카테고리가 메인 화면에 붙어있는 걸로 봐서는 시기적절하게 카테고리 노출을 바꾸는 것 같으며, 물론 키워드로 검색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사실 일러스트야 같이 그림이나 사진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는 무수히 많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일러스트야가 유난히 돋보이는 이유는 그 일관성에 있다. 무난하게 귀여운 그림들이 풍부하게 제공되는 점이 좋기도 하지만, 그 그림들이 모두 일관된 스타일과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


특히 일본 사회에 특화되어 있는 그림들도 많아(예: 일본의 국세청 건물 일러스트), 일본 기업이나 가게 입장에서는 상황 맥락에 딱 맞는 일러스트를 찾기 좋다. 덕분에 일러스트야의 그림은 일본의 가게 간판, 안내문, 전단지, 유튜브, TV 등 정말 안 쓰이는 곳이 없다.


음식점 알바생 모집 간판에 쓰인 일러스트야 그림 (사진 출처: https://tori-kara.hatenablog.com/entry/irasutoya_mapping)


일러스트야에 올라오는 그림은 모두 미후네타카시(みふねたかし)라는 사람 1명의 작품이다. 그는 2012년 1월부터 그림을 올리기 시작해, 새 그림을 약 9년간 거의 매일 업로드해왔다고 한다. 다만 2021년 2월부터는 체력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정기적 업데이트로 운영 방식이 바뀌었다. 최근 기록을 보면 약 3~4일에 한 번씩 업로드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러스트야는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일까? 추정이긴 하나 대부분의 수익은 웹사이트 광고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광고 종류를 한 가지만 사용하고 있어(370x310 사이즈의 배너가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는 것이 전부)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피로감이 거의 없다. 광고 배너의 출처도 모두 구글 광고 하나인 덕분에 사이트 로딩이 빠르다.


일러스트야를 이용할 때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그림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은 맞지만, 무제한으로 무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이트 이용 방법을 살펴보면 1개 저작물 당 일러스트야의 그림을 20점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나오며, 21점부터는 유료로 전환된다.


참고로 21점을 사용했다면 20점을 초과하는 1점에 대한 값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21점에 대한 값을 내야 하는 계산법이니 주의해야 한다. 유료로 사용할 경우 그림 1점 당 가격은 1,100엔. 여기서 1개의 저작물이란 전단지 1개 종류, 유튜브 영상 1개, 간판 1개 등을 말한다. 즉, 간판을 3개 만든다고 하면, 각 간판에 일러스트야 그림을 20개씩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유튜브 영상에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영상 1개당 20개까지 무료).


일러스트야는 광고 외에도 인기 그림을 인형 굿즈나 라인 스티커로 발매하는 등, 다른 방법의 수익화도 진행 중이다. 사이트 광고나 굿즈를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1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구축해놓은 세계관에서 여러 형태의 비즈니스가 파생되는 모습은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것은 사이트 운영자가 지난 9년간 쌓아온 꾸준함이 낳은 결과물일 것이다.


그냥 그림 감상을 하고 싶은 기분이라면 '랜덤' 버튼을 눌러보자. 멍 때리며 감상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이 글을 쓰면서 랜덤을 3번 눌러보았는데, 각각 '공기청정기', '일하는 도중 스트레칭하는 회사원 여성', '보이스피싱'이 나왔다. 각 그림의 구체적인 상황 설정에 다시 한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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