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싶었던 7살
이것은 '어린 시절' 하면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기억이다.
어렸을 적 엄마는 신호등을 건널 때 초록불이 켜지면 꼭 '가자'하고 말씀하셨는데,
그 '가자' 소리를 먼저 하고 싶어서 안달 났었던 때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아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나,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
왜냐하면 9살 가을부터 신호등이 없는 마을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신호등 불이 바뀌면 '가자'하고 말하는 것은 꼭 어른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다.
엄마가 항상 나보다 먼저 '가자'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엄마는 어른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항상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면 눈을 부릅뜨고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을 노렸으나
변화무쌍한 횡단보도 주변의 환경은 미운 7살이 신호등에만 집중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신호등을 노려보다가 몸이 배배 꼬이고
결국 주변에 달리는 차며, 사람이며, 간판에 시선이 팔려 있을 때
어느새 신호등 불이 바뀌고, 엄마가 '가자'고 손을 이끌고,
'아 오늘도 허탕'이라고 생각하며 엄마 손에 이끌려 가는 자신을 발견할 뿐이었다.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신호등 불이 바뀌는 순간을 귀신같이 알아챌까?'
왜 나는 초록불을 맨날 놓치기만 할까 하고
아쉬워만 하던 찰나, 드디어 기회가 왔다.
자랑스럽게 '엄마 가자!'하고 엄마 팔을 이끌었다.
그러고 나서 그 건널목을 건너는 30초도 안 되는 시간이
얼마나 허무하던지..
그 뒤로 '가자'를 먼저 할 때도 몇 번 있었고, 다시 엄마에게 선수를 빼앗길 때도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둘 다 '가자'를 더 이상 말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머릿속에는
횡단보도 초록불이 반짝 켜지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