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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젊음의 비결

by 만숑의 직장생활

김 차장은 늘 먼저 출근해 있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아, 루이보스티를 마시며 오늘 할 일을 아이패드에 정리하는 조용한 습관.


랄프로렌 폴로셔츠는 항상 반듯했고, 회색 슬랙스 위로 단색 운동화. 그리고 지나는 바람을 타고 가볍게 스치는 말론 우디 향. 아침마다 헬스를 다녀오는 건지, 셔츠 너머 어깨선이 또렷했다. 앉아 있는 자세까지 반듯했고, 늘 뭔가 ‘관리된 사람’처럼 보였다.


"잘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결과보다 꾸준함을 믿어.”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야.”


그가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얘기들이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다가도, 나중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는 늘 먼저 실천했고, 말처럼 외모도 젊어 보였다. 팽팽한 피부, 탄탄한 팔뚝, 흐트러짐 없는 셔츠핏. 나보다 열 살은 많지만, 누가 봐도 더 어려 보였다.


책상엔 늘 견과류가 있었고, 입가에는 약간의 미소. 믹스 커피나 달달한 간식류는 한 번도 먹는 걸 본 적 없고, 점심은 닭가슴살 샐러드에 수저 없이 포크로만 먹었다.


‘젊음은 결국 태도의 문제구나.’

그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점심 먹고 내려오는데,대리 말을 걸어왔다.


만숑님. 저 저번 주말에 밖에서 김 차장님 봤어요."

"응? 어디서?"

"와이프 따라서 피부과 갔었는데... 거기서 무슨 시술인 가 받으시는 것 같던데요?”

“피부과?”

“네, 정확히 뭘 받으신 건진 잘 모르겠는데... 분위기가 좀 애매해서 인사는 못 드렸어요. 근데 느낌상 자주 가시는 것 같긴 하더라고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조금 놀랐다. 차장님이 피부과도 다니시는구나...’


며칠 뒤 회식 자리.

평소보다 한두 잔 더 마신 차장이 맥주잔을 빙그르르 돌리고 있었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차장님, 혹시 피부과 같은 거 다니세요?”


흠칫.


“응? ... 가끔 가지."


가끔요? 진료만요?”


“그냥 이것저것... 상담 같은 거.”


말을 돌리는 게 느껴졌다. 조금 더 파고들기로 했다.


“사실 저도 피부과 좀 다녀보려고요. 차장님 혹시 받으시는 시술 있으시면 추천 좀 받고 싶어서요.”


그가 잠깐 웃더니, 잔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봤다.


“진짜 궁금해?”


“완전이요.”


잠시 뜸을 드리던 김 차장이 잔을 내려놓고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 울쎄라.”


음... 잠깐, 뭐라구요?


울쎄라요? ... 진짜요?”


“응. 600샷.”


웃음이 터졌다. 샷 수까지 너무 디테일하잖아.


그렇게 좋은 거 받으시면서 왜 진작에 말 안 해주셨어요?”


동네방네 소문 낼 건 아니잖아. 네가 계속 어보니까 얘기하는 거지.”


살짝 민망하면서도, 비밀을 털어놓고 나서 어딘가 안도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난 멈추지 않았다.


“진짜 울쎄라만요? 차장님 피부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하나만 더, 딱 하나만요!”


그가 맥주잔을 한 바퀴 굴리더니 작게 말했다.


... 마지도 같이. 스킨 보톡스 분기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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