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의 끝나고 다 같이 커피 마시러 갔을 때였지. 분위기가 한껏 풀려 있었고, 내가 했던 얘기를 기억했는지, 네가 바로 박 과장한테 써먹더라.
'관찰해서 다른 면을 칭찬해라.'
박 과장은 평소 무뚝뚝하고 차분하기로 유명했잖아. 근데 그날은 회의 막판에 단호하게 정리하면서 “이건 이렇게 합시다” 하고 못 박았을 때였어. 그 모습이 네 눈에도 인상 깊었나 봐. 그래서 네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어.
“과장님, 의외로 카리스마 있으시네요. 평소엔 워낙 말씀이 없으셔서 몰랐습니다.”
좋은 의도였던 건 알아. 그런데 박 과장 얼굴에 잠깐 그림자 지나간 거 봤지? 그 말속에는 ‘평소엔 카리스마 없다’라는 뉘앙스가 깔려 있었거든. 칭찬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부정하는 말이 될 수도 있지.
박 과장이 “아유, 제가 무슨 카리스마가 있습니까” 하면서 웃어넘겼지만, 그건 사실상 방어였어.
칭찬이 자기 이미지를 흔드는 공격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지.
이게 칭찬의 어려움이야. 말하는 사람은 진심이었는데, 듣는 사람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거든. 그래서 말이지, 몇 가지는 꼭 신경 써야 해.
1. 과한 반전은 금지
사람들은 자기 이미지를 어느 정도 스스로 정해놓고 살아. ‘나는 성실한 사람’, ‘나는 꼼꼼한 사람’ 같은 기본 프레임이 있지. 그런데 “오늘은 완전 딴사람 같네요”라는 말은 멋있어 보여도, 사실은 그 프레임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야. 듣는 사람은 순간적으로 “그럼 지금까지의 나는 뭐였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
칭찬은 반전이 아니라 확장으로 들려야 해.
“원래 차분하시지만, 필요할 땐 단호하게 결정하시네요.” 이렇게 말하면 기존 이미지를 존중하면서, 그 안에 또 다른 면모가 있음을 밝혀주는 거지. 존재감을 넓혀주려면, 부정이 아니라 확장이어야 해.
2. 바꿀 수 없는 조건 건드리지 않기
외모, 가족, 스펙 같이 민감한 고정 값들은 아예 칭찬 소재에서 제외하는 게 좋아. “호리호리한데 의외로 힘이 세시네요.” 듣는 순간 상대는 ‘나를 체구로 평가했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 좋은 의도가 곧바로 불편함으로 바뀌는 거지.
사람마다 민감한 부분은 다 달라. 누군가에겐 결혼, 누군가에겐 학벌, 또 어떤 사람에겐 나이. 이걸 칭찬의 재료로 쓰면 칭찬이 아니라 건드림이 돼버려. 안전한 칭찬은 상대가 노력해서 보여준 행동이나 태도에서 찾는 거야. 그건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거든.
3. 비교 금지
“업무 처리는 확실히 김 대리보다 훨씬 나으시네요.”
이건 칭찬이라기보다 랭킹 매기기야. 한 사람을 세우려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순간, 모두가 불편해질 수 있어.
비교는 경쟁심만 키워. 잠시 우쭐할 수는 있지만, 그다음엔 ‘저 사람도 내 뒤에서 비교당하고 있을지 몰라’라는 경계심이 생기지. 존재감을 키워주는 칭찬은 고유성을 짚는 거야. “오늘 발표에서 특히 정리가 깔끔했어요.” 이건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그 사람만의 장점을 또렷하게 드러내지.
4. 뜬금 금지
맥락 없는 칭찬은 공허해. “왠지 리더십 있으실 것 같아요.” 이런 건 그냥 빈말처럼 들려.
칭찬은 구체적인 장면과 붙어야 진정성이 살아.
오늘 회의에서, 오늘 대화에서, 오늘 행동에서 본 걸 짚어주는 거야. “아까 회의에서 결정을 딱 내려주셔서 팀이 빨리 정리됐습니다.” 이렇게 하면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게 돼. 그게 내가 진짜로 봤다는 증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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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제 했던 칭찬이 왜 어색하게 끝났는지 이제 알겠지? 칭찬은 단순히 “좋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상대가 스스로도 소중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맥락 속에서 보여주는 거지.
결국 어떻게 보면 칭찬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일 수 있어. 자극이 아니라 관찰이고, 비교가 아니라 고유성, 빈말이 아니라 맥락인 것처럼. 그 차이를 아는 순간, 네 말은 그냥 칭찬이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런 경험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진짜 존재감 있는 사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