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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17. 2016

<포털 미디어> 기승전 페북의 시대엔 어찌 될까

언제나 문제는 미디어 다양성. 성향 비판은 그만

존경하는 황용석 선생님의 멋진 글. 

읽는데 울컥하기도 하고, 괜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포털뉴스를 둘러싼 언론성 논쟁은 지극히 뉴스 생산자 중심의 사고를 반영하고 언론성을 사회적 권력과 유사하게 간주해서 책임 있는 언론사의 배타적 역할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관련된 법과 제도 논쟁 역시 발행인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사고를 반영해서 포털뉴스의 편집 행위를 제한하려는 의원 입법안까지 나오는 등 강력한 제도화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기사의 전재료를 지불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한국 포털뉴스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억울한 비판일 것이다.

뭐, 오래된 논쟁이다. 2000년대 중반, 신문법에 포털을 포함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언론들의 우려가 많았다.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데 무슨 언론. 언론사들이 받는 지원을 나눠줄 수도 없었다. 

“포털·블로그, 신문기금 수혜대상서 제외해야”  (2005. 3. 22. 프레시안)

그러나 규제는 필요하다고, 무책임하게 언론 뉴스를 편집하는 포털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는 의견도 팽배했다. 이에 대해 그 때에도 합리적 의견을 내놓으신 분이 있다. 

[이균성] '노무현 알레르기'와 '포털 뉴스 규제'  (2006. 6. 27. 아이뉴스24)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포털을 신문법상 언론으로 만들면 규제가 되는가. 이 질문은 당연히 신문법이 실효성 있게 신문 등 기존 언론을 상당히 규제하고 있는가, 란 물음으로 이어진다. 왜 이런 물음이 나오느냐 하면, '국민의 정부' 이후 법적으로 신문을 규제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현재의 신문법은 자유언론 창달에 기여할지언정 신문을 규제하는 요소는 많지 않다. 법이 언론사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 혜택을 줄망정 언론행위에 간여하는 일은 적다는 뜻이다.

어쨌든, 포털은 2009년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언론으로 분류된다.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다. 신문법에서 여타 신문들과 달리 유일하게 '준수사항' 규제를 받는다. 


황 선생님 글을 더 인용해보자. 


포털뉴스의 편집행위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범위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포털뉴스서비스는 사람에 의한 뉴스 편집과 기계적 알고리즘에 기반해서 이용자들이 입력한 질의어에 결과를 산출하는 뉴스검색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에 의한 편집 행위는 기사의 전재료를 지불하고 행해지기 때문에 저작권법상 문제가 되지 않고 여러 매체법상에 기사나 콘텐츠의 배열을 금지하는 법률이 없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불법적이거나 허위 사실이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검색 알고리즘에 의해 검색 결과를 재현하는 원칙은 기업 비밀이며 동시에 표현의 자유로 인정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03년에 구글의 랭킹 서비스가 수정 헌법 제 1조의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Search King, Inc. v. Google Tech, Inc., 2003).

기사나 콘텐츠의 배열을 금지하는 법은 없다. 뉴스 편집을 사람이 하든, 기계가 하든. 어떤 기사를 톱으로 올리든, 어떤 분들이 보기에 마음에 들든 아니든.. 포털에게도 그런 표현의 자유가 있다. 바로 이 대목에 먹먹함을 느끼고, 이 글을 옮기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논쟁도 역사가 길다. 


[시론/이재교]포털, 사업-보도기능 병행 안된다 (2006. 6. 16. 동아일보) 

자유주의연대가 5·31지방선거 기간 중 5대 포털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포털 ‘보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親)정부적인 편향성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포털이 한결같이 친여, 친정부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포털이 만물상회와 같은 기업이라는 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포털을 보라. 없는 게 없다. 백화점과 할인점, 각종 금융기관 등을 모두 합쳐 놓은 듯하다. ‘문어발’ 재벌그룹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이런 사업체가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눈치 정도가 아니라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겠다.

이 논리대로라면, 여러가지 사업을 하는 포털은 친정부, 친여 적인 편향성을 가지는게 필연적이다. 과연? 일단 어느 쪽에 친하다는 조사 자체가 쉽지 않은 얘기다. 예컨대 특정 사안에 대해 정부가 잘못했다는 전체 언론 보도가 8:2의 비율로 쏟아질 때, 이것을 5:5로 배치하지 않으면 편향적인 것일까? 포털의 편집 행위도 헌법에서 보호하는 표현이 자유 영역이라는 황 선생님의 지적을 곱씹게 된다. (자유주의연대라니.. 오늘날 바른언론연대의 전신 같다ㅋ) 


이 문제에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은 관련 주장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언론인 노종면씨의 페북 포스팅. 

뉴스포털 메인 노출 기사들은 매체 편향성이라는 양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동시에 질적으로도 문제가 큽니다. 민감한 기사, 특히 권력 비판 기사는 메인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1월 11일 오전 9시대 모바일을 기준으로 분류해봤더니 네이버와 다음 모두 정부 또는 정책 비판 기사가 10%였습니다. 조선일보의 정의화 국회의장 인터뷰나 동아일보의 교육부장관 후보자 관련 칼럼까지 포함한 느슨한 잣대로 분류한 결과가 이렇습니다. 이나마도 포털 최강자 연합뉴스와 지상파 방송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습니다. 늘 이런 지경입니다. 포털은 그저 공룡 매체들이 국민을 후리는 또 하나의 수단입니다. 굳이 포털을 이용하시려거든 이슈별 보도 비교 용도로 한정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검색도 구글을 추천합니다.^ㄴ^

그리고 ㅂㅎㅈ씨가 운영위원장을 맡은 바른언론연대의 주장 


농담삼아, "양쪽에서 두들겨 맞으니 얼마나 중립적이고 공정하다는 뜻이냐"고 말하곤 한다ㅎㅎ 한쪽 진영에서 보기에는 비판이 턱없이 부족하고, 한쪽에서 보면 과도한 정부 비판이 편향적이란 주장이다. 어떻게 같은 편집을 놓고, 이렇게 상반된 주장이 나올까. 


이것은 '왜 그럴까'를 묻는 질문이 틀렸다. '왜 그것을 묻느냐'의 문제다. 편집 자체가 표현의 자유, 보호받아야 한다면 비판은 수용할 문제. 다만 이용자들은 왜 양쪽 주장이 다르냐 궁금할게 아니라, 이를 따지는 자체가 타당한지 봐야 한다. 

포털은 특성상 송고된지 얼마 안되는 따끈한 기사를 선호한다. 24시간 기사가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라지만, 주요 기사 전송시간은 언론사마다 다르다. 따라서 특정 시간대에 비판 기사가 많고 적다를 따지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방금까지 비판 기사를 걸어놓았다가 속보가 나오면서 반론과 다른 시각 기사가 걸리는 일도 허다하다. 뉴스는 흘러가면서 진화하는 속성이 있다. 단면만 보면 함정에 빠지기 쉽다. 한편 언론사 대부분 위안부 관련 이슈에 비판적인데, 그런 기사가 포털에 걸려있다고 해서 성향을 따지는 일도 성급하다. (심지어 카카오의 다음뉴스는 루빅스라는 자동 알고리즘을 쓴다). 그리고 사실 친여, 친야 구분이 애매한 기사가 훨씬 많다.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정부 비판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검증이다.

그런데 심지어 '구글' 검색을 보는게 낫다고? 구글의 뉴스는 대형 언론사 위주로 보여준다. 지금이야 한국에 구글 뉴스 이용자가 적으니까 말을 않지. 구글 이용자가 더 늘어나면 구글의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성향에 상관없이 다들 맘에 들지 않을거다. 구글이나 네이버나 카카오나.. 검색이 왜 그러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저 이용자가 찾고자 하는 정보에 가장 가까운 정보로 검색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작업할 뿐이라고 할게다. '적합도'만 따질 뿐, 다른 걸 따질 여력이 없다. 맘에 들지 않다고 하는 분들은 대개 '비판적인게 먼저 뜬다', '비판적인게 잘 안 뜬다', 두 종류다. 이걸 건드려서 한쪽 눈에 들고자 하는 검색은 불가능하다. 


다들 받아치는 직업이 기자로 알게 될 지경. 그건 아니지. 무튼.


실체도 없는 편향성 이슈는 공정성에 관심 많은 내게 오래된 주제.. 다만 황 선생님의 글을 보며 곰곰히 생각을 키워가던 대목은 여기.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자율적 책무 시스템이지만, 사적 계약을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서 이것에 위임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모델이라 하겠다. 이는 언론환경에 대한 책임귀인이 포털뉴스에 얼마나 크게 가 있는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언론사들과의 협상이 개별 인터넷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기구는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양대 포털이 포털뉴스 시장에 진입하고 퇴출할 언론사를 함께 평가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진입과 퇴출이 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유연하게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 인터넷산업의 특징이지만, 방송 제도의 승인 또는 허가 제도와 유사한 진입장벽을 민간 기구가 만든다는 것은 산업의 작동 원리와 일치하지 않다. 이는 접근 다양성(access diviersity)을 훼손할 수 있으며 콘텐츠 등을 차별적으로 (접근여부)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검색 중립성(search engine neutrality)과도 충돌된다. 


모두 포털 탓이다. 뉴스 시장 유통 점유율이 높아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아웃스탠딩이나 슬로우뉴스, ㅍㅍㅅㅅ처럼 포털에 걸지 않고 승부한 미디어들도 틈새를 찾는데 성공했고, 피키캐스트는 미디어 성격에 대한 논란은 둘째치고, 역시 포털 없이 1020을 장악한 플랫폼이다. 무엇보다 요즘 만나는 미디어들은 모두 페북을 이야기한다. 언급한 매체들도 모두 한 대 트위터, 지금은 페북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키웠다. 작년 가을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모두 '기승전 버즈피드'를 말했다면, 이제는 '기승전 페북'. 이런 논쟁도 곧 의미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가장 아프다. 다만 포털이야말로, 그동안 조선일보나 한겨레만 보던 독자들에게 다른 세상을 제시한게 아닐까. 이 부분에 대한 공과도 따져봐야 할 일이다. 게다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플랫폼 다양성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 아마 페북 종속성이 높아지면 또 난리가 나겠지만. 그건 가까운 미래의 일이고.. 현재로서는 여전히 가장 두들겨 맞는 플랫폼으로서.. 글 한 편에 말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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