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설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니 Oct 22. 2022

취업대작전 1

 이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심리적 여유가 생겨 비교적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날은 '아주' 개 같은 날이었다.

 여러모로 의심해 볼 만했다.

 사건의 시발점은 그 회사의 면접 통보를 받고 나서다.

 그 회사의 서류 합격 통보는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거상 그룹은 내가 붙을 리 없는 일류 기업이다.

 입사 지원 당시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연습삼아 '자소서'를 작성하며 글쓰기 감을 유지하기 위함이였다. 

 서류 전형 합격 소식에 기쁘기보다 '별 볼 일 없는 학벌에 아무런 기술도 없는 사람이 필요한 모양이겠거니' 생각했다.

 노동의 형태가 다양해진 시대다. 필요한 인력의 스펙트럼도 광범위해졌다. 일명 SPK(서울대, 포스텍, 카이스트) 같은 초일류 대학 출신을 일선 업무에 배치하고, 그들을 뒷받침해 줄 '잡부'도 필요한 것이다.

 그 일은 비중 없고 노동 집약적인 형태일 것이 뻔한데. 거기다 외주 인력, 그러니까 용력을 갖다 붙이면 보안 사고나 업무 정성도에 빈틈이 생길 여지가 있다.

 그래서 정직원이지만 굳이 고학력자가 아니어도 되는, 그렇지만 기밀 협약과 비밀 누설 금지 조항에 서명할 만한 동기가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현시대는 취업난이지만 보수가 적고 대우가 열악한 중소기업에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거나, 신입사원이 상사의 꾸중을 듣자 곧장 집으로 도망갔다는 뉴스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암, 그렇지. 거상이 어떤 곳인데. 나는 운 좋게 그 그물망에 걸려들었다고 믿었다.


 면접을 앞두고 정장을 세탁소에 맡기었다. 옷은 깨끗하지만, 고시원의 습한 냄새를 풍기며 갈 수는 없다.

 나는 2평에 못 미치는 고시원에 산다. 창문이 없어 통풍은 할 수 없다. 나는 내 냄새를 맡지 못할 만큼 이 공간에 길들었다.

 명절에 가끔 본가에 가면 가족들은 내게 악취가 난다며 기겁을 한다.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모멸감이 들었다. 이후 본가에 가면 황급히 가지고 있는 모든 옷을 세탁기에 돌렸다. 그렇지만 세탁기는 쉰내를 말끔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가족들은 이제 괜찮다며 내 눈치를 살폈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 방법 저 방법 다 동원해 보았지만, 고시원을 탈출하는 방법 외에는 수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면접 일정이 잡히면 꼭 면접 바로 전날 정장을 찾을 수 있는 일정으로 드라이를 맡긴다.

 골방 냄새보다는 석유 냄새를 풍기는 것이 한층 더 쾌적한 일이다.


 면접 전날. 세탁소 주인은 내가 정장을 이미 찾아갔다고 주장했다.

 나는 단순한 착오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장을 찾아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사장은 두툼한 알이 박힌 안경을 조정하고 다시 꼼꼼하게 나의 인적 사항을 확인했다.

 PC 데이터베이스에서 거듭 조회를 했고, 정장은 이미 찾아갔다고 말했다.

 그럴 리 없다며 거듭 주장했지만 내 말은 먹혀들지 않았다.

 "어이 학생! 술 마셨어!? 집에 가서 잘 찾아봐. 여기 사인도 했잖아."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


매거진의 이전글 멀미 포비아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