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북펀드 <앉는 걸 멈추지 마!> 추천사

지난 겨울 광장을 기억하는 저항의 책

by 마고

한 달 전,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인스타그램 DM 이 왔다.

"마고, 당신 꼭 이 책의 추천사를 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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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쥬쥬베북스가 출간 예정작 『앉는 걸 멈추지 마!』(둘채 쓰고 그림) 의 추천사를 지난 겨울부터 광장을 지켜온 말벌 동지들에게 받고 있었다. 남태령의 밤을 기록한 글과 영상을 첨부하며 적극적으로 추천사 작성 의사를 밝혔고 영광스럽게도 좋은 기회로 글을 실을 수 있게 되었다.


▶ 남태령 밤샘 투쟁 기록 글12월 -7℃, 남태령 길 바닥에서의 밤샘 투쟁


▶ 남태령 밤샘 투쟁 기록 영상� 남태령에서 밤샌 썰 푼다..트랙터와 함께 한 1박 2일 철야 집회 V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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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는 걸 멈추지 마!』는 현재 알라딘을 통해 북펀드를 받고 있다.


추운 겨울, 아스팔트 바닥 위에 앉아있기 위해 시간 내고, 돈 쓰고, 마음 쏟은 광장의 주인공들을 그리고 쓴 이야기이다. 『앉는 걸 멈추지 마!』는 내 자리를 꿋꿋이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저항과 연대를 전할 수 있었는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이 책을 통해 깊은 밤, 각자의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용감하게 거리로 나온 그 얼굴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


▶ 알라딘 북펀드 링크




『앉는 걸 멈추지 마!』서평


202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돈 룩 업 (Don’t Look Up!)’ 에서는 지구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는 혜성의 존재에 대해 경고하는 천문학자에게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다.

“Sit tight, and assess.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기다려 보자.)”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불의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경우를 두고 ‘뒷짐 지고 앉아서 기다린다’ 고 표현한다. 이렇듯 ‘앉는다’는 것은 흔히 방조, 수동성, 나태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차디 찬 아스팔트 바닥 위에 앉아 ‘앉는 행위’가 내포하고 있는 저항성을 엉덩이 두 쪽으로 느끼고 나니, 돌채 작가의 『앉는 걸 멈추지 마!』 속 ‘앉는 행위’ 는 의미심장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앉는 걸 멈추지 마!』 의 주인공은 의자 위에서 샤워를 하고, 새에게 모이를 주기도 하고 우주로 날아가기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대통령은 돌연히 전 국민의 ‘앉는 행위’를 금지시킨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대국민담화를 지켜본 주인공은 대통령이 금지한 바로 그 ‘의자’를 끌고 광장으로 향한다. 광장에는 앉을 자유를 외치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심지어는 의자 레이싱을 주최해 의자를 타고 자유롭게 찻길을 달리고 차벽을 넘는다. 대통령에게 금지된 의자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온갖 유희를 즐긴다.


『앉는 걸 멈추지 마!』 의 등장인물은 그 어느 곳보다 ‘의자 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의자는 또 다른 신체, 삶의 일부에 버금한다. 우리는 각자 자기에게 가장 편한 자리를 찾아 간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해보일지라도 나에게는 딱 맞는, 그런 자리 한 두 곳쯤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 발 뻗고 누울 자리 하나 없으면 이 놈의 세상살이 너무 팍팍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위협을 느끼고 그 의자를 앗아가려는 자들이 분명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또 속수무책으로 빼앗기지는 않는다. 춥든, 덥든, 옆으로 차가 지나가든, 사방이 둘러싸이든, 그 자리에 눌러앉는 것으로 투쟁한다. 우리는 지난 겨울, 그 누구도 무력으로 우리의 자리를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이 자리를 지켜낼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아직 그 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유튜브 채널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12.3 비상계엄 현장의 증언이 담긴 영상이 8개월 간 2~3일 간격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 중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공동대표의 영상도 있다. 그 날 밤 유엔이 정한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장애인들이 모여 여의도를 행진하고 국회의사당역 지하 대합실에서 1박 2일 농성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 행위를 금한다.’ 고 적혀있다는데 여기서 ‘사회혼란’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바로 일어서있는 사람들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그 날도, 지금도 아직 거리에 앉아있다. 일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는 영역의 확장을 위해 아직도 그 자리에 앉아있다.


앉아있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앞을 보기 위해서는 다들 몸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왜 편하게 기대어 앉아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가? 우리는 왜 누가 더 오래 서있고,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 지를 앞다투어 증명하는가?



지금 여기, 눌러 앉자!

앉아있음으로써, 우리의 존재로써 저항하자!




+ 알고보니 쥬쥬베 북스 출판사와는 구면이었다.

작년 국제도서전에서 『76번째 여름 날의 무지개』, 『할아버지가 사랑한 무지개』를 보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앞으로도 이 세상에 필요한 서사를 전하는 출판사가 되기를 항상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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