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X Writing Lab Jul 27. 2020

에어 서플라이 UX Writing 개선안

1. 에어 서플라이의 배경 


기업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니 사람들이 이용하는 물품들이 필요하다. 커피, 볼펜, 휴지, 컴퓨터, 책상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핵심 업무에는 소명감과 책임감을 느끼지만 보조적인 업무를 할 때는 불필요하다거나 소모적이라는 느낌을 받곤 한다. 예를 들면 구매 업무같은 것이 그렇다. 필요한 물품이 적절히 공급되지 않으면 '핵심'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의 인식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기업의 소모품과 설비를 구매해 주는 구매 대행 업체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가 성행하는 걸 보면 이런 생각은 과장이 아닌 듯하다. MRO 업체가 제공하는 기업 전용 쇼핑몰이나 구매 대행을 통해 기업은 필요한 물품을 공급받고 구매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을 절약한다. 그럼으로써 기업은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을 확보한다. 


하지만 편리함은 희생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가격이 좋은 MRO 업체는 구색이 갖춰지지 않아 이 곳 저 곳을 전전해야 하고, 물품이 잘 구비되어 있다면 가격이 높고, 노력과 시간을 들여 최저가로 구매했더니 여기 저기 흩어진 세금계산서와 구매 이력 관리가 불편하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로랩스라는 스타트업은 에어서플라이Air Supply 서비스를 만들어 베타 운영을 하고 있다. 

 




2. 에어 서플라이의 특징 


(서비스 특징은 홈페이지에 공유된 서비스 소개 PDF를 참고했습니다) 


에어서플라이는 커피믹스나 A4 용지처럼 회사에서 물품이 필요할 때 사고 싶은 물품의 쇼핑몰 링크를 보내주면 최저가로 검색해 구매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다. 


가격 비교가 어렵지 않은 시대이니 최저가 상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문제는 시간이다. 최저가 제품을 찾는다고 날려버리는 황금같은 시간이 얼마던가. 시간 낭비를 감수하고 최저가 제품만 검색해서 이 쇼핑몰, 저 쇼핑몰에서 사는데 성공했다고 치자. 이 때는 흩어진 영수증과 구매 이력을 관리하느라 애를 먹는다. 부서, 상품 목록, 쇼핑몰 목록까지 복합적으로 더해지면 구매 담당자의 일을 한껏 가중된다.  


에어서플라이에서는 기업 계정을 만들면 부서, 담당자, 결제 수단, 필요 물품 목록을 한 계정에 등록할 수 있다. 등록된 담당자가 물품 구매를 요청할 때는 원하는 상품의 링크를 올리기만 하면 된다. 링크가 올라오면 에어서플라이는 이메일로 물품의 최저가를 찾아 기업에 제안한다. 신청자, 또는 구매 담당자는 원클릭으로 주문한다. 월말이 되면 구매 담당자는 에어 서플라이 계정에 들어가 부서별, 구매 품목별, 담당자별로 원하는 대로 한 번에 출력해서 품의를 진행한다. 에어서플라이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기업들은 더 싼 가격에 구매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관리의 편의성이 높아진다. 



이미지 출처. 에어서플라이 서비스 소개



에어서플라이측에서는 10%의 예산, 지출 결의 시간 90%, 상품 검색 시간 4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에어서플라이 강점을 키워드로 표현하면 최소 가격, 다양한 물품, 원클릭, 통합 관리, 시간 절약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 장에서는 이런 강점을 에어 서플라이의 카피가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3. 에어서플라이 소개 카피 분석 


서비스의 청사진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기업을 운영하거나 구매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구매 솔루션에서 바꿔 볼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면 이 매력이 카피에서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1) 메인 슬로건



이 서비스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 홈페이지에 적힌 카피들을 읽고 어떤 서비스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고,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라이터의 관점에서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장점이 '너무 많아' 핵심을 알 수 없다. LINK 전달, 최저가, 구매, 맞춤형, 기업몰...  LINK 전달은 방식이고, 최저가는 가치, 기업몰은 형태이다. "농장에서 키워 저렴하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야채 스낵"이 어떤 제품인지 예측되는가? 

사용자가 아닌 사업자 입장이다. 스타트업의 열정과 기술과 아이디어로 기존을 문제를 해소할 어떤 서비스가 출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훌륭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면 이 훌륭한 서비스를 써서 '내'가 얻는 혜택이 뭐지? 나는 바쁜 사람이다. 얼리 어답터도, 매니아성 고객도 아닌데 이미 관리하는 앱, 서비스가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내가 왜 이 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가? 최저가 정도가 보인다. 

표현이 모호하다. 'LINK 전달' 같은. 링크는 익숙한 단어지만 LINK 전달이라는 표현은 선뜻 의미가 다가오지 않는다. 표기상의 문제도 보인다. '링크'는 외래어지만 토착화되어 널리 쓰이게 된 단어이다. 이것을 영어 스펠링으로 표기하니 토착화된 의미가 아니라 영단어 본래의 의미가 중첩돼 이해에 시간이 걸린다. 




2) 서비스 소개문


- 서비스 소개 1:  상품 링크 전달, 최저가, 통합 구매, 하나의 계정


슬로건과 동일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소개문이다. 여전히 궁금증,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 




- 서비스 소개 2: 구매 리스트 전달, 최저가


메시지 하나에 집중하니 이번엔 명료하다. 에어서플라이에 오면 최저가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수수료도 없고 전용몰도 아닌데 어떻게 타쇼핑몰에서 구매 대행을 하고 최저가가 가능하지?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 기술력, 노하우가  있나? 이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신뢰가 생길 수 없다. 






위 이미지처럼 왜 최저가가 가능한지 알려주는 시도가 좋다. 하지만 이 글은 "왜 가능한지"에 대한 답변이 아니다. "최저가로 살 수 있다"는 명제의 반복이다. 당연히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고 최저가를 가능하게 하는 실체(아마도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보아지는)는 오리무중이다. 




- 서비스 소개 3: 배송비, 적립금 절약 

중복되는 배송비, 흩어진 적립금은 고객이 얻을 수 있는 좋은 혜택이다. 




- 서비스 소개 4: 원클릭 정산


흩어진 구매 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것은 가치있어 보인다. 직원들이 알아서 구매 요청을 올리고, 구매 담당자는 한 곳에서 검토하고, 모든 구매 이력이나 세금 계산서 등 각종 서류를 한 곳에서 출력할 수 있다면 구매팀의 일이 훨씬 간편해질 것이다. 



- 기타 1: 사회적 증거



참여 회원사를 보여주니 신뢰도가 올라가는 듯하다. 더욱 현실감을 높이고 싶다면 이 기업들이 에어서플라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도입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인용문이나 통계와 함께 제시하면 좋다. 


예를 들면 


- 스파크랩스 구매 담당자, "에어서플라이를 쓰고 나서 여기 저기 흩어진 영수증을 챙기는 시간이 줄었어요" 

- 논현정형외과, "고객이 많은 곳이라 소모품의 낭비가 심합니다. 에어서플라이에서 최저가를 찾아주니 비용이 절감됩니다" 




- 기타 2: 너무 이른 사용 권유


서비스를 알고 있거나, 이미 회원인 고객이라면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간결한 버튼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서비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서비스를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바로 이용하라!"로 권유하는 것은 섣부르다.  


피부 관리실에 처음 갔는데  "우리 숍에서는 최첨단 레이저 기술을 활용한 전신 통합 피부 관리를 최저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한 마디 하고는 바로 계약서를 내민다면 그 관리실에서 관리를 받고 싶은가? 유난히 공격적인 판매자가 있다. 누구도 그런 곳에서 구매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디지털 사용자는 일상 생활에서의 경험과 감정을
디지털 세계에 똑같이 적용한다.

자연스러운 서비스와 인식의 흐름을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적용하자. 




여기까지 에어 서플라이의 슬로건과 소개글에 집중해서 문제를 살펴보았다. 다음 장에서는 에어서플라이의 강점이 잘 드러나도록 라이팅을 개선해 보려고 한다. 





4. 에어 서플라이 UX Writing 개선안 


먼저 어떤 기준으로 라이팅을 고쳤는지 몇 가지 원칙을 살펴보자. 


1. 사업자 입장 -> 사용자 입장 

2. 서비스의 성격을 한 눈에 파악하게 하자

3.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자. 

4. 하나에 내용 하나만 

5. 쉽고 간결한 용어

6.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준점 제시(앵커링, 사회적 증거)

7. 에어서플라이의 구매 대행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도식화된 설명 

8. 충분히 알려주고 이해시킨 후 사용 유도하기


그럼 이 원칙들이 어떻게 UX Writing에 적용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메인 슬로건


개선점: 

서비스의 특징이 한 눈에 이해되지 않는다. 

너무 다양한 가치가 한 문장에 들어간다

고객이 얻는 가치를 알 수 없다

단어가 어렵고 추상적이다

아직 서비스를 파악하지 못한 고객에게 '지금 바로 이용하기'는 섣부른 요청이다. 



개선안:

지능형: 기술력, 첨단을 암시

구매 비서: 서비스의 성격

시간과 비용 절약: 고객의 혜택 




2) 서비스 소개문 



개선점1 : 

서비스를 이해하지 못한 고객에게 섣부른 설치 권유



개선점2: 

서비스 사용 방식, 사용자 가치, 서비스의 특징이 혼재, 서비스가 이해되지 않는다. 

원클릭 구매대행 프로그램 설치: 섣부른 권유



개선점  3: 



최저가라는 사실보다 어떻게 최저가가 가능한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야 에어 서플라이에서 제공한 가격이 정말 최저가가 맞는지 확신할 수 있다.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최저가로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하라. 

네이버 지식 쇼핑이나 쿠팡같은 기준선을 제시해 앵커링 효과를 유도하라. 



개선점 4: 

확실한 고객 혜택이 하나의 주장으로 잘 정리되었다. 




개선점 5: 

구매 담당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한참 스크롤해서 가장 아래에서야 볼 수 있다.  우선 순위를 좀더 높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개선안 1

서비스 초창기이므로 서비스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중요한 가치들을 분산시키지 말고 한데 모아서 보여주자. 

우선 순위 조정: 다양한 쇼핑몰의 제품을 한 곳에서 살 수 있다는 점,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점, 파일만으로도 같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고객에게 중요한 가치이니 우선 순위를 높여서 노출하자.

한 문장에 혜택 하나만 




개선안 2: 아직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용자에게 "지금 바로 이용하기"는 재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비스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먼저이다. 

어떻게 최저가가 가능한가요?:  어떻게 쿠팡이나 네이버보다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지 설득하지 못한다면 고객은 궁금증이 남을 것이고,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최저가가 가능한 원리를 설득력있게 제시하자. 

에어 서플라이 이용 방식: 에어 서플라이를 이용하는 과정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도식화를 이용해 전체 과정을 단계별로 쉽게 소개하자. 

       사례. 스피드몰 

이미지 출처. 스피드몰, 하루 배송 과정

지금 사용할래요: 기존 고객이거나, 서비스를 이해한 사용자를 위한 바로 가기 버튼




3) UX Writing 개선안 종합

이 소개글과 함께 에어 서플라이 솔루션을 사용하는 회사의 목록, 사용자 증언이 추가된다면 더욱 설득력있는 소개글이 될 것이다. 




제품을 설명하는 글이 쉬우면 
그 제품을 사용하기도 쉽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인식은 불완전하고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다. 상대의 진정한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디지털 세계의 사용자라면 그 노력은 혹독하리만치 보잘 것 없다. 첫 인상으로 제품을 판단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3초이다. 이 제품을 더 볼지, 떠날지를 이 3초 안에 결정한다.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보여지는 말씨 하나, 색상 하나까지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런치 글 그 이후


이 글이 유통되고 에어 서플라이 관계자분들이 글을 읽게 되셨습니다. 


이 글 덕에 내부적으로 문제 의식을 공유하게 되었고 한 마음으로 개선 방향을 생각하는 건설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좋아하시며 하루만에 바로 개선안을 올리셨습니다. 


스타트업의 속도와 빠른 변화에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글로서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쳤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기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에어 서플라이의 변경된 화면 공유합니다. 

에어 서플라이의 성공 응원합니다. 

더 좋은 서비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라이터로서의 역량을 보태야겠다는 다짐도 함께요. 



메인 슬로건. 


가치1. 최저가를 한 곳에 모으자. 



가치 2. 한 번에 결제하자 



차별화 1. 가치의 근거



차별화 2. 쉬운 이용 절차 



가치 3. 흩어진 영수증, 원클릭 정산



가치 4. 빠른 상품 등록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번드 메인 내비게이션 UX Writing 개선 과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