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그와 동거가 끝났다. 그가 떠난 자리가 너무 그립고 허전해서 오늘은 내가 그를 보러 그의 집에 갔다.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는 그에게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였으나, 그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방으로 사라지더니 내가 선물한 빨간색 소방차 장난감을 들고 나왔다.
반 고흐가 사랑하는 조카를 위해 그렸다는' 꽃피는 아몬드 나무 '
나의 짝사랑 그대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2살짜리 조카이다. 여동생네 집이 리모델링을 해서 한 달 동안 우리집에 와서 함께 지냈고, 같이 지내는 한 달이 정말 정신 없이 흘러갔다. 갓 100일이 된 아가에게 6번 분유를 타서 먹이고, 재우고... 첫째 아이와 놀아주고 식사를 챙기고, 잠들 때까지 각종 성대모사를 하며 책 20권을 읽어주는 여동생이 참으로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 엄마는 위대하다!!
새롭게 꾸민 집으로 조카들이 떠났고 왁자 지껄 했던 집이 고요해졌다. 갑자기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사랑스러운 조카들의 빈자리인 것 같다.
얼마전 사촌동생 결혼식에 갔다 무차별 원자폭격을 맞고 정신이 혼미해져있을 때, 부모님은 나에게 인연은 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 어딘가 짝이 분명히 있을거라고 하셨다. 늘 부모님은 느긋하셨고, 나 역시도 느긋했으나... 원자폭탄 투하를 직격으로 맞은 이후 1순위 기도 제목이 생겼고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다. 옆에서 엄마는 기도는 금식기도가 최고라며 굶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나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일상들이 행복하고 감사하고 그렇다.
그리고, 지금 듣고 있는 음악과 잘 어울리고, 내가 좋아하는 류시화 시인님의 시집에서 시 하나를 필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