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고객 인터뷰의 공통점
고객 인터뷰는 사용자 경험을 이해하고 제품 개선 전략을 수립할 때 필수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막상 고객 인터뷰를 진행해도 제품 개선에 쓸 인사이트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객 인터뷰에서 인사이트가 부족한 세 가지 주요 이유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고객 인터뷰는 기획 단계부터 반드시 명확한 목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비즈니스단 또는 기획단에서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궁금증이 무엇인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의하면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 단계가 생략된 채 진행하면 인터뷰는 산만한 답변, 부실한 인사이트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B2B 기업의 경우, 인터뷰에서 고객의 구매 결정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터뷰 질문지의 상위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인들을 놓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우선순위에 따라 인터뷰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도 우선순위를 매기고서 진행하세요.
DMI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먼저 인터뷰의 최상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세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알아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경영진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무엇인지, 전사 차원에서 검증해야 하는 가설 중에 고객의 목소리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을 구체화한 다음 세부 질문을 구성하세요.
고객 인터뷰에서 개방형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사실은 다들 명심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너무 개방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고객 인터뷰에서 개방적이다 못해 너무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추상적인 질문은 고객으로부터 피상적인 답변만 이끌어낼 뿐이며, 실제로 중요한 인사이트를 놓치게 됩니다. 특히 B2B SaaS 기업에서는 고객의 구체적인 사용 패턴과 요구 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질문이 모호하면 얻는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 SaaS 스타트업은 자사의 월간 구독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기업 고객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비스에서 불편한 점은 무엇이었나요?"와 같은 일반적인 질문을 던졌으나, 고객들은 구체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그냥 '대체로 만족한다'는 답변만 남겼습니다.
이 회사는 고객인터뷰 컨설팅 이후 인터뷰 질문을 "가장 최근에 이 소프트웨어에서 어떤 기능을 사용했나요? 그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나요?" 등으로 구체화하자, 고객들이 어떤 상황에서 실제 어려움을 겪었는지에 대해 더 정확하게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대일 심층 인터뷰(In-depth Interview)에서는 구체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춘 질문이 필요합니다. "우리 제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포괄적인 질문보다는"최근 계약을 체결할 때, 제품의 어떤 기능이 가장 핵심적인 동기로 작용했습니까?", “해당 기능을 사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던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해주실 수 있나요?”와 같이 구체적인 답변을 이끌어내는 질문이 바람직합니다.
기계적인 인터뷰는 고객 인터뷰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인터뷰어가 준비된 질문만 낭독하고, 고객의 답변에 대한 추가 질문 없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면, 대화의 흐름이 단절되고 중요한 인사이트를 놓치기 쉽습니다. 인터뷰어의 역할은 고객과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지, 질문지를 읽는 기계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제품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 준비된 질문을 하나씩 낭독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마케터가 인터뷰에 주관이 개입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이었죠. 이 인터뷰어는 고객들이 구체적인 답변을 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추가적인 질문이나 꼬리 질문 없이 다음 질문으로 바로 넘어갔습니다. 이는 고객의 감정적인 요소, 마음 속에 숨어있는 ‘진짜 이야기’를 놓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꼬리 질문이란, 고객의 답변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져 대화를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은 고객이 자신의 경험을 더 깊이 설명할 수 있게 해주며,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면 고객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드러나게 합니다.
지양할 질문 방식: "이 제품을 구매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단순히 답변만 듣고 넘어가면, 고객은 표면적인 이유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체할 질문 방식: "이 제품을 구매한 가장 중요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 결정을 내리게 된 순간이 기억나시나요? 그때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 고객의 답변에 따라 그 경험을 더 구체적으로 탐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가격'이라고 대답했다면, "그때 가격을 비교했던 다른 제품이 있었나요? 그 제품은 무엇이었나요?" 등의 꼬리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대화형 인터뷰는 단순한 질문과 답변 이상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며, 고객이 더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하게 만듭니다. 다만, 꼬리 질문은 편안한 대화를 풀어나가는 고급 인터뷰 스킬이기 때문에 많은 인터뷰 경험을 쌓아야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고객 인터뷰는 많은 리소스가 투입됩니다. 특히 인터뷰이 섭외, 대면/비대면 인터뷰 스케줄링, 실제 인터뷰 진행, 녹취록 정리, 인사이트 추출 등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후 분석하는 과정에서 보통 3~4주 넘는 기간이 소요됩니다.
이 때문에 정작 인터뷰 기획 단계는 공을 들이지 않는 기업이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업무와 마찬가지로 고객 인터뷰도 기획에서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확한 목표와 목적을 갖고 고객 인터뷰를 기획해야 인사이트 충만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고객인터뷰 목표를 구체화하려면 DMI 프레임워크를 참고해보세요.
또한 고객 인터뷰 역시 ‘대화’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개방형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너무 모호한 질문만 던지거나, 주관이 개입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준비한 질문을 낭독하기만 하면, 인사이트가 부족한 결과를 얻을 뿐더러 인터뷰이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줄 수도 있습니다.
고객 인터뷰에서 만나는 사람과 진정한 인연을 맺는다는 생각으로 진솔하게 임한다면, 단순히 정보와 보상이 오가는 거래가 아니라 생각지 못한 가치가 창출되는 값진 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