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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an 30. 2017

[영화] 여교사



[영화] 여교사


19금 영화. 여교사와 남자 고등학생의 섹스 장면이 나오는 건 '그냥 19금'이 아니라 '막장 19금'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제 이런 정도는 보통이 되어버린 세상에 나만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계급 문제와 연애하는 사람들 사이의 질투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젊고 예쁜 학교 이사장의 딸(혜영), 가난한 집안의 임시직 교사(효주), 무용에 재능이 있는 학생(재하). 이렇게 세 명의 관계는 수직적이면서 계급적 관계를 갖고 있다.

약혼자가 있는 혜영은 제자인 재하와 섹스를 하고, 효주는 우연히 그 장면을 보고 자기의 정교사 자리를 위협하는 혜영을 협박한다. 효주로서는 정교사가 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에 이사장의 딸이 들어왔고, 그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혜영은 자신의 '불륜'이 들킨 걸 알고 효주에게 사정하지만 곧 태도가 돌변한다. 곧 있을 정교사 발표를 앞두고 이사장에게 다른 교사들은 모두 정교사로 발령하도록 해놓고 효주만 빼놓는다. 결국 권력 앞에 효주는 무너지고 대학후배이자 학교후배교사인 혜영에게 무릎을 꿇고 빈다. 그것도 학생들이 다 보는 운동장에서.


한편 효주는 혜영과 육체관계를 가졌던 재하와 육체관계를 갖고 '사랑'한다. 재하가 무용대회에서 상을 받고, 무용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효주는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하지만 혜영에게 재하의 접근이 계획된 것이라는 말을 듣자 분노에 휩싸여 혜영을 살해한다. 

결국 자신을 스스로 파멸하게 되는 효주는 혜영이 학교 이사장의 딸이 아니었고, 제자와의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가 없었다면 이런 파국까지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불안정한 임시교사라는 사회적 위치가 모든 관계를 비틀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효주나 혜영이 제자와 성관계를 한다는 설정까지도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건 영화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설정을 했던 것일테고, 막장 드라마를 만들어야 이야기에 몰입하기 쉽기 때문일 테니가.


효주는 임시교사로 일하기까지 10년 가까이 남자친구와 사귀고 그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 남자친구라는 인간이 소설을 쓴다고 집에서 백수로 빈둥거리기만 한다. 심지어 밤늦게 퇴근한 효주가 저녁밥을 차리고 설겆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집에서 노는 백수가 집안 일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만 보며 빈둥거리는 꼴을 보고 빈정이 상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효주의 일탈과 파국을 만드는 과정에서 남자친구의 역겨운 태도가 한몫을 했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효주는 억울하다. 10년간 사랑했던 사람이 무능한 인간이었고, 자기의 피만 빨아먹는 인간기생충이었으며, 학교에서는 이사장의 딸이 자기자리였던 정교사 자리를 노리고 있고, 세상은 온통 불합리하고 억압과 착취만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영화의 미장센은 평범하고, 인물의 성격과 갈등도 강렬하지 않다. 주인공의 복합적인 상황을 그리는 건 좋지만 인물이 조금 더 입체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영화 '리플리'처럼, 주인공의 심리가 분명하게 드러날수록 관객의 호감도 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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