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초밥왕

by 백건우

[영화] 아메리칸 초밥왕


멕시코 여성과 초밥이라는 조합은 분명 낯설다. 초밥을 만드는 요리사는 주로 남성들이었고, 그것도 대개는 동양인들이다. 여기에 여성, 그것도 멕시코 여성이 도전한다. 성과 인종의 벽을 넘어야 하는 험난한 길이지만 후아나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다.

이 영화는 따뜻한 가족 드라마다. 갈등도 거의 없고, 있어도 원만하게 해결된다. 후아나는 미혼모지만 아버지와 함께 씩씩하게 살아가고, 딸도 잘 키우고 있다. 여기에 동양의 낯선 음식인 초밥에 도전해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당차고 성실한 여성이다.

가족드라마로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갈등이 없는 영화는 큰 재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를 만약 ‘켄 로치’ 감독이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미국에서 소수 민족에, 여성이고, 미혼모이며,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가난한 멕시코 여성이 살아가는 방식은 분명 고통스러울 것이다.

즉, 이 영화처럼 따뜻한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다. 물론 힘든 삶을 과장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미국에서 중산층 이하의 가난한 서민들의 삶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안다.

따라서 미국에서 가난한 이주 노동자의 삶을 따뜻하게 그리는 것은 실제의 삶을 왜곡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역시 ‘소재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멕시코 여성과 초밥이라는 조합을 두고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상황에 관한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초밥을 훌륭하게 만드는 요리사가 되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후아나는 너무 쉽게 이런 과정을 거친다. 게다가 식당의 책임 요리사는 후아나를 적극 지원하고 응원한다. 그런 모습이 바람직하고 좋아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영화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려면, 후아나가 놓여 있는 사회적 위치와 실제 그의 삶이 어떠한가를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 보는 것이 필요했다. 우리는 별 생각없이 삶을 살아가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압력을 받고 있다. 그것은 물고기가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의 압력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후아나처럼 이주민이고, 미혼모를 키우는 여성이라면 그 압력이 훨씬 클 것은 분명하고, 그 압력의 크기와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만만치 않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따뜻함을 보여주기 위해 더 중요한 것들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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