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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ul 06. 2018

19금 예수

19금 예수

어느날, 예루살렘에 양아치들이 설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목수 요셉의 아들이라는 자는 이제 서른 살이 되었는데, 아버지를 따라 목수 일을 하지는 않고, 동네 양아치 12명과 어울려 다니면서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다닌다고 했다.

목수 요셉의 아들 예수는 어려서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동생들-야고보, 요셉, 유다 그리고 여동생 둘까지-은 모두 목수 요셉과 마리아가 낳았지만, 자신만은 나사렛 근처 외양간에서 갓난아이였던 자신을 주워 길렀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이다. 예수는 자신이 고아라는 것, 양부모가 나쁘진 않았지만 가난한 집안에 자신까지 부담을 주기 싫었고, 로마 군인들이 칼을 차고 다니며 유대인들을 길거리에서 이유 없이 매질하고, 잡아가는 것이 무섭기도 해서 열 두살에 가출했다. 

그가 집을 나서서 정처없이 방랑하며 당시 유명했던 실크로드를 따라 갔는데, 문명이 발달한 페르시아를 지나 더 동쪽으로 가서 인도에 도착했다. 어린 예수는 상인 행렬에 끼어 상인들의 심부름을 해주며 밥을 얻어 먹고, 가끔 낙타 위에서 잠을 자며 몇 달이 걸려 도착한 곳이었다. 상인들은 앞으로도 더 동쪽으로 이동해 중국과 조선, 일본까지 갔다 온다고 했다. 그들은 주로 작지만 비싼 상품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리로 만든 물건들이 많았다. 상인들은 동방에 한번 다녀오면 큰 돈을 벌었으므로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예수는 인도에 들어서서 큰 충격을 받았다. 예루살렘에서 자신이 믿던 종교는 오로지 한 명의 신이었고, 그 신은 매우 잔혹하고 악랄한 심성으로, 인간을 잔인하게 벌하는 신이었는데, 인도에서는 인간들 만큼이나 많은 신이 존재하고, 그 신들은 대개 너그럽고 다정했다. 그 가운데 그는 '샤카족의 성자'가 남긴 말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며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예수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자신이 전혀 상상도 못한 세계가 무한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보고 느끼면서, 예루살렘에서나 인도에서나, 페르시아에서나 모두 똑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그것은 어디에든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있고, 그들이 군대를 움직이며, 군대는 자신처럼 가난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설고 먼 외국에서 동냥과 노동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하며 다니던 예수는 마침 갈라디아로 가는 상인단을 만나 역시 상인들 심부름을 하며 끼니를 얻어 먹으며 다시 고향인 나사렛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예수는 스물 다섯 살 청년이 되었고, 페르시아와 인도를 여행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동네 청년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있었는데, 그건 예수의 외모가 출중하거나,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가 경험했던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신기하고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예수는 여행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과장해서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귀신을 쫓은 이야기,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이 밥을 먹은 이야기, 물로 포도주를 만든 이야기 등 허무맹랑하지만 신기한 이야기는 무지렁이 우물안 개구리들이었던 동네 젊은이들에게는 놀라운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예수의 말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 늘어나자 예수는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자릿세를 뜯어냈다. 나사렛에는 예수 말고도 장사꾼들에게 자릿세를 뜯는 양아치들이 몇 있었는데, 예수 패거리들이 싹 정리하고, 자신들이 시장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사꾼들은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동네 양아치들이 자릿세 명목으로 돈을 뜯어간다고 로마 총독에게 신고했고, 예수 패거리는 나사렛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도망갔다.

예루살렘에서도 예수 패거리-그들은 예수를 제외하고 12명이었다-는 장사꾼들에게 돈을 뜯었고, 돈이 좀 있는 사람에게 밥과 술을 갈취했다. 예수의 동생 유다는 이런 형(친형은 아니지만 그래도 형은 형이었으므로)의 행동을 보면서 로마군에 저항하고 있는 비밀조직에 알렸다. 로마에 저항하는 유대인 비밀조직은 예수 패거리의 행동이 로마군의 강경한 물리적 행동을 유발하는 빌미를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어떻게든 우두머리인 예수를 제거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예수 패거리가 돈을 뜯어서 자신들의 배만 불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의 곤란한 문제를 해결해주고 돈을 받거나 상인들에게 자릿세를 뜯어내서는 예루살렘 외곽에 있는 빈민들과 병든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사다주기도 했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은 예수 패거리가 나타나면 모두 쓰러져가는 오두막에서 나와 기대하는 눈으로 예수 패거리를 바라보았다. 

예수는 수레에 싣고 온 음식을 한 사람씩 나눠주며 '너희는 이 음식을 먹고 건강해질 것이고, 이웃을 공경하고, 사랑하고, 부모를 존경하라'고 설교했다. 사람들은 예수를 보고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고 여겼고, 그가 자신들을 이끌어 줄 새로운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예수는 예전에 인도에서 보고 들은 선행을 실천했다. 그것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었고, 자신이 가난한 집안의 고아였다는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선행을 해보니 사람들이 자신을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으로 떠받드는 것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로마 총독부는 예루살렘에 나타난 유대인 패거리가 도시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여겼다. 로마 총독 빌라도는 사회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예수 패거리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고, 마침 유다라는 자가 예수와 그 패거리가 사람들의 돈을 뺐고, 거짓말을 하며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고발하자 예수를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유다는 예수의 동생이었지만 피가 섞이진 않았다. 유다는 유대인 비밀조직에 가입한 청년이었고, 예수가 패거리를 지어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 그들의 독립운동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유대인 기득권 세력-친로마파-이 예수 패거리를 반로마 집단으로 판단하고 그들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예수는 로마군에 잡혀 감옥에 갇혔고, 십자가에 매달렸다. 로마군은 예수의 양쪽 손목과 팔뚝을 밧줄로 묶고 손바닥에 못을 박았다. 발목을 모아 밧줄로 묶고 역시 대못을 박아 고정했는데, 체중이 아래로 쏠리면서 통증이 지속적으로 온몸을 강타했다. 예수 양쪽에는 도둑질을 한 사람들이 매달렸는데, 그들은 빨리 죽여달라고 비명을 질렀고, 로마군은 창으로 도둑의 옆구리를 찔러대며 낄낄거렸다.

예수는 죽기 전,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어딘가 살아 있을 것이고, 자기를 버릴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했고, 자신이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잊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서 고아 의식은 심각한 컴플렉스로 남았고, 아버지를 찾고 싶은 욕망으로 들끓었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아버지'를 부르짖었다. 예수는 죽기 전, 그의 패거리 가운데 그나마 말귀를 알아먹는 베드로에게, 자신의 죽음을 남들에게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부모가 살아 있는지, 찾아보고, 자신의 죽음을 알리라고 부탁했다. 베드로는 그러마고 했고,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동안 열두명의 친구들을 통해 예수의 진짜 부모를 찾는 일을 시작했다. 친구의 친구, 가족, 친척, 이웃들의 입소문을 통해 예수의 진짜 부모가 마침내 밝혀졌고, 예수의 아버지는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예수의 엄마는 미혼모로, 베니게 시돈에서 살던 어부의 딸이었는데, 10대 때 강간을 당했다고 했다. 그녀는 임신했고, 집에서 쫓겨나 거리를 전전하다 나사렛의 한 외양간에서 아이들을 출산했다. 예수는 한 명이 아니고 쌍동이였고, 그녀는 외양간에 하나를 남겨두고, 다른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그 아이도 조금 떨어진 다른 집 외양간에 두었고, 아이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어린 미혼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베드로는 30년 전, 외양간에서 발견된 아이가 누구인지를 찾다가 두 명의 아이를 알게 되었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와 똑같이 생긴 또 하나의 예수를 만났다. 그는 예수와 일란성 쌍동이였고, 평범한 농민의 집에서 자라, 농민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베드로가 그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베드로는 예수의 동생(형일수도 있다)에게 당신의 형제가 지금 십자가에 매달려 있으니 만나고 싶으면 오라고 했다. 예수가 죽고 십자가에서 내려 동굴에 임시 안치를 한 상태일 때, 예수의 쌍동이 동생이 나타났다. 예수를 따르던 패거리는 살아서 나타난 예수(의 동생)를 보고 경악했다. 외모, 말투, 습관까지 예수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들 패거리는 이 놀라운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예수가 살아났다고, 죽었다가 사흘 뒤에 살아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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