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 스포일러 있음
다시 봤다. 다시 보니 감동이 더 크다. '과학하고 앉아 있네'에서 예전에 했던 이 영화의 해설을 듣고 나서, 천체물리학에 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하고 영화를 보니, 시공간에 관한 장면들이 훨씬 설득력 있었다. 지구 환경이 변하면서 인류가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게 된다는 배경이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주인공이 우주로 떠나게 되는 것도 인류가 새롭게 정착할 행성을 찾기 위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시간 여행-정확히는 중력 작용에 의한 시공간의 비틀림-을 통해 과거의 지구 시공간으로 돌아가 모르스 부호로 딸과 통신을 한다는 내용이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감동 있게 그려지고 있다.
영화에서 천문학, 물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공간이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과학의 아름다움과 인류의 지적 성장을 이렇게 재미있게 만든 것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 영화의 분야는 다양하지만, 과학의 엄밀성을 적용해 만든 영화는 다른 어떤 영화보다 흥미롭고 아름답다.
웜홀,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일반상대성이론, 특수상대성이론처럼 나같은 문외한은 전혀 모르는 내용일지라도, 뛰어난 과학자들의 이론이 저 무한한 우주에서 정확하게 통하고 있다는 것은, 인류의 지적 수준이 우주의 법칙과 맞물려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 있는 행성을 탐험하려면 그 행성에서의 1시간이 지구 시간으로 7년이 흐른다고 했다. 이것은 정확히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맞아 떨어지며, 주인공이 약 3시간 정도 행성에서 머물러 있다 우주선으로 귀환했을 때, 우주선에 남아 있던 동료는 23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상상만으로도 전율이 일어난다.
주인공은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 시간과 공간을 단축하려 시도하면서 5차원을 경험한다. 우리는 아직 4차원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5차원의 공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영화는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무한한 시공간이 펼쳐지고, 5차원 공간에 있는 사람은 그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딸 머피가 머무르고 있는 방의 뒤쪽에서 머피에게 신호를 보낸다. 오래 전, 그가 이미 딸과 함께 집에서 발견했던 과거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블랙홀 주변의 행성에서 빠져나와 거의 죽음에 이르렀을 때,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지구에서 토성으로 이주한 인류의 우주선이 주인공을 구한다. 그렇게 살아서 토성 근처의 우주선에서 딸을 만나게 되는데, 딸은 아버지보다 더 늙어 있었다. 우주는 인간이 생각하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는 상상 그 이상의 공간이다. 짧은 시간을 살다 죽는 인간이 우주에서 살기 시작한다면 삶과 생각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인간이 우주로 나가기에는 아직 많이 미개하다는 것만 절실하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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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매튜 매커너히를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시작으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그리고 결정적으로 '트루 디텍티브'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 이전에는 매튜 매커너히를 보긴 했어도 그리 인상적인 배우는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가 '콘택트'에도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타임 투 킬'에서도 흑인을 변호하는 백인변호사로 마지막 반전을 일으키는 주인공으로 인상 깊었지만, 그가 영화 전체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이를테면 '로버트 드 니로'라든가, 크린트 이스트우드, 맷 데이먼, 탐 크루즈, 브래드 피트, 알 파치노와 같은 강렬한 자기 세계를 구축한 배우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트루 디텍티브'를 보기 전까지는.
그러고보면, 매튜 매커니히의 연기 생활에서 극적으로 강렬한 연기를 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이로울 정도로 달라진 그의 연기력이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가 배우 생활을 시작한 1996년 이후부터 그의 변화는 시작되었던 것이다.
'트루 디텍티브'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의 확실한 캐릭터 연기로 그는 헐리우드에서 아이콘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그가 '인터스텔라'에 출연하게 된 것은 분명 '콘택트'와의 인연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콘택트'에서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 해도, 그후 그가 보여 준 연기생활은 '인터스텔라'에 적임자가 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는 어느 특정 배우의 연기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워낙 개인의 연기를 압도하는 장면들이 많고, 또 어떤 배우가 나와도 이 영화의 무게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후반부에 심지어 맷 데이먼이 조연으로 잠깐 나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주연배우로 매튜 매커너히를 선택한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컨택트'와 깊은 관계가 있다. 표현 기법은 다르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후반에 등장하는 장면-블랙홀에 갇히는 장면-에서 곧바로 '콘택트'의 장면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비슷하지는 않지만, 두 영화는 웜홀, 블랙홀, 다차원, 시간이동 등과 같은 물리학의 주요 이론을 바탕으로 그것을 구체적으로 체험하는 장면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물리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영화를 보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인류가 그동안 발전시킨 과학의 힘이 이 정도로 놀라운 것임을 실감하게 했다.
물론, 여전히 인류는 이 영화처럼 웜홀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인류의 우주를 향한 탐험은 그 자체로 위대하며, 훌륭하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지적 능력의 최대치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우주탐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에 살고 있는 여러 인종과 국가의 다툼을 멈추고, 평화와 자유의 시대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영화에서처럼, 지구를 버려야 하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 별 네 개 반.
출처:
http://marupress.tistory.com/2547
[知天命에 살림을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