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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an 04. 2019

[영화] 더 이퀄라이저 2

더 이퀄라이저 2


같은 제목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후속편으로 만든 영화. 전편과 다르게 로버트 맥콜은 우버 기사로 일한다. 그의 생활은 변한 것이 없고, 그는 여전히 수도승처럼 살면서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평범한 악당들을 응징한다. 

영화 포맷은 비슷하지만, 1편처럼, 영화 속에 숨겨진 깨알같은 정보들을 찾아보는 것이 훨씬 즐겁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터키에서 기차를 타고 가던 로버트가 읽는 책 The Between the world and me는 미국 흑인작가 타네하시 코츠의 작품으로, 이 작품이 얼마나 훌륭한가는 아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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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 인종 문제를 향한 도발적인 주장을 던지며 커다란 논쟁을 불러온 2015~2016년 미국 출판계 최고의 화제작 『세상과 나 사이Between the World and Me』가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아프리카계 미국인 타네하시 코츠는 오늘날 미국에서 벌어지는 흑인 살해를 단순히 몇몇 인종주의자의 돌발 행동이나 KKK단과 같은 광기 어린 집단들의 문제가 아니라, 노예제를 통해 부를 일군 미국의 [유산과 전통], 바로 미국의 역사에서 찾고 있다. 미국이 자랑해 온 민주주의의 신화를 깨뜨리는 동시에, [인종]이라는 허상 속에서 권력을 추구해 온 모든 문명을 고발하는 강력한 비평서이다. 또한 백인 사회가 만들어 놓은 차별의 철창 안에서 숨죽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흑인 남성의 불안과 공포를 강렬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20세기 미국 흑인 문학의 계보를 잇는 문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 1975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윌리엄 폴 코츠는 전 블랙팬서 당원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제를 다룬 출판물을 펴내던 출판업자였다. '랩 가사와 시를 끼적거리던'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몸을 억누르는 차별에 혼란스러워하던 코츠에게 맬컴 x는 하나의 길잡이였고, 1993년 하워드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무어랜드 연구소의 열람실과 나이 든 시인들이 훌륭한 선생이 되어 주었다. 대학을 마치지 못한 스물네 살, 지금의 아내인 같은 대학에 다니던 케냐타와의 사이에서 아들 사모리를 얻었다. 사모리란 이름은 서아프리카 저항운동의 지도자 사모리 투레로부터 따온 것이다.?

코츠가 기자로서 첫발을 디딘 곳은 <워싱턴 시티 페이퍼>였고, <애틀랜틱>에서 쓴 기사 [이것이 우리가 백인에게 잃는 방식이다]로 주목받았다. 2014년에 쓴 [배상금의 사례들]은 '흑백차별의 기원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논쟁을 불러왔다. 현재 <애틀랜틱>의 블로그에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이 블로그는 2011년 <타임>지 선정 최고의 블로그 중 하나에 이름을 올릴 만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2015년에 출간된 『세상과 나 사이』는 2008년에 쓴 회고록 『아름다운 투쟁』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에서 '힙합 시대의 제임스 조이스'란 찬사를 받으며 재능을 인정받은 코츠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사유를 보다 깊고 강렬하게 밀고 나간다. 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이 작품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종'이라는 관념 위에 하나의 제국을 건설해 왔다고 주장한다. 코츠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흑인의 몸은 노예제와 분리 정책을 통해 착취당했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편견에 의해 억눌리고 터무니없이 많은 수가 공권력에 의해 감금되고 살해당하고 있다.?

2015년 미국 출판계는 단연 '『세상과 나 사이』의 해'였다. 전 영미권 매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올해의 책>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 밀리언셀러에 올라섰다. 평단의 극찬도 이어졌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코츠를 20세기 미국 흑인 문학의 대표 주자 제임스 볼드윈의 계보를 인물로 지목했으며, 이 작품은 2015 전미도서상과 2015 NAACP 이미지 어워드를 수상했고, 2016 퓰리처상과 2015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에서 각각 논픽션 부문 최종심에 올랐다. 이제 『세상과 나 사이』는 워싱턴 대학과 캔자스 대학 등 미국 주요 대학에서 추천 교양 도서로 지정되면서 젊은이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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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납치범들을 제압하고, 팀장 격인 사내에게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거라고 경고한다. 

로버트가 두 번째 읽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싯달타'.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제목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석가모니의 일생에 관한 책이다. 로버트의 삶은 금욕, 절제, 겸손, 은둔으로 상징할 수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수행자의 삶이며, 지금도 수 많은 불교의 수도승과 가톨릭의 신부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로버트는 석가모니의 삶을 배우려는 자세를 갖추었으며, 자신의 삶이 '무소유'의 삶이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는 끊임 없는 사건들에 연루되어 원하지 않는 폭력을 휘두르게 된다.


벨기에, 브뤼셀, 어느 주택에 괴한이 쳐들어와 부부를 살해한다. 살해당한 사람은 칼버츠 부부로 수잔과 같은 조직에 있던 사람이었다.

보스턴, 커먼웰스 서점, 로버트가 주문한 책을 찾으러 서점에 들어가자, 납치당했던 아이가 나타난다. 로버트는 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터키까지 날아갔다 왔다. 아이의 부모는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돈을 주기 위해 서점을 내놨지만,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자 다시 서점을 운영한다. 

로버트가 주문한 책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책이 로보트의 아내가 읽던 100권 목록의 마지막 책이다. 저자의 이름이 '로버트'라는 것,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주제와 이 영화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1편에서 로버트가 찾아가 도움을 청한 예전 직장 동료 수잔이 찾아와 네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즉, 현역으로 복귀하라는 뜻. 수잔은 브뤼셀에서 죽은 동료의 죽음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직접 조사하러 떠난다. 그 사이 로버트는 이웃 사는 학생 마일스와 이야기를 나눈다. 마일스는 예술학교에 다니지만 돈을 벌기 위해 학업에 성실하지 못한 상태. 동네 깡패들과 어쩔 수 없이 어울리는 마일스를 구하고, 그에게 '세상과 나 사이'를 읽으라고 권한다.


로버트가 우버 택시를 하며 정기적으로 만나는 요양원의 노인 새뮤얼은 자신의 처지를 로버트에게 하소연한다. 유명한 초상화의 주인공이 자기 이모라고 말하지만, 누구도 노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하지만 무심한 듯 지나치는 로보트는 노인의 주장을 따라 증거를 찾고, 마침내 노인과 이모가 만날 수 있도록 힘쓴다.


벨기에에서 살해당한 동료의 죽음을 수사하기 위해 벨기에 출장을 갔던 수잔이 호텔에서 괴한에게 살해당한다. 전편에서 그를 도와준 동료 수잔이 괴한에게 살해당하고, 과거 동료들도 비슷한 시기에 살해되면서 로버트는 수잔을 해친 자들이 누구인지 찾아나선다. 그의 과거 동료들과 만나 도움을 청하고,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범인을 찾아나서지만, 로버트의 직업적 본능은 자신이 믿기 싫은 방향으로 향한다.

수잔을 해친 범인을 알아낸 로버트는 그가 가장 가깝게 지내던 후배라는 걸 알게 되고, 사건의 전말을 이해한다. 이웃의 청년 마일스가 그림을 잘 그리는 걸 알게 되고, 그를 위해 도움을 주면서 가까와지는데, 수잔을 죽인 자들이 마일스를 납치하고 로버트는 그들과 사투를 벌인다.

뒷부분은 수잔의 복수를 위한 액션으로 이어져 깨알같은 복선을 찾아보기 어렵고, 전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재미있다. 조용하고 침착한 로버트의 행동은 그가 상당한 내공을 지닌 실력자임을 암시한다. 그는 공식적으로 죽은 사람이고, 그의 이름을 비롯한 모든 인적사항은 새로 만든 것이다. 그는 새롭게 태어난 가공의 인물이다.

하지만 전편과 다르게 이 영화에서 로버트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사건에 휘말리고, 자신과 가장 가까운 동료인 수잔의 죽음을 보면서, 그리고 수잔을 죽인 자들이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는 자기가 해결해야 할 일이 무언가를 분명히 알게 된다.

로버트의 집에 과거의 동료였지만 지금은 적이 된 자들이 습격했을 때, 마일스는 로버트의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휴대전화로 집안 상황을 감시하는 로버트가 마일스에게 책장 뒤로 숨으라고 말하면서 하던 대사가 재미있다.

책장에서 리차드 라이트의 '네이티브 선'을 찾아. 책 사이에 숨긴 비밀버튼을 찾으라는 내용이지만, 여기서 '리차드 라이트'라는 작가와 '네이티브 선'이라는 책에 관해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을 듯 해서 일부러 설명을 한다. '리차드 라이트'는 미국 작가로 흑인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로버트와 재능 있는 청년 마일스 역시 흑인이다. 그리고 영화감독 안톤 후쿠아 역시 흑인이다. 이 영화는 인종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액션 스릴러지만, 감독은 아주 치밀하게 흑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리차드 라이트가 쓴 소설 '네이티브 선'은 한국에서 '토박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바 있고, 지금은 '미국의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팔리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억압 당하는 흑인의 삶을 다루고 있는 '토박이'는 흑인 청년이 백인을 살해하고 쫓기는 과정을 그린 소설인데, 흑인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가를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

로버트는 늘 책을 읽는데, 이번에 읽는 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그가 아내와 약속한 100권의 책 가운데 마지막 책으로, 그는 이 책을 다 읽으면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게 된다. 그 이후의 삶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가 계속 수도승 같은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삶을 살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기대할 밖에.



  



출처: http://marupress.tistory.com/2597 [知天命에 살림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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