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건우 Aug 29. 2020

블랙호크 다운


블랙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저녁에 영화가 보고 싶어서 DVD를 뒤적거리다 이 영화를 골랐다. 이미 본 영화지만, 이번에 다시 보니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 명성에 걸맞게 액션 씬이 매우 뛰어나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은 생동감이 관객을 긴장하게 만들고, 전투 현장에 있는 듯한 긴박함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마크 보우든이 쓴 같은 제목의 넌픽션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소말리아 내전에 관해 알아봤다.


소말리아는 영국 보호령이었던 북부와 이탈리아의 신탁통치를 받던 남부로 갈라져있었다가 1960년에 통일되어 소말리아 민주 공화국이 탄생했다. 1969년 시아드 바레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1991년까지 22년간 소말리아 대통령을 역임했다.


미국은 친소정부였던 시아드 바레를 지지했다. 1986년 시아드 바레가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부족들을 특수부대인 레드 베레로 공격하자, 소말리아 혁명이 시작되었다.


1991년 1월 26일 시아드 바레 대통령이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가 이끄는 군벌연합의 쿠데타로 축출되어 퇴임한 이후, 소말리아 혁명에 반대하는 혁명이 발생했다. 내전에 따른 폭력의 증가는 인권 마비, 무정부상태를 초래했다.


내전이 격화되자, 소말리랜드라고 불리는 소말리아 북서부 지역이 소말리랜드 공화국으로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독립을 승인하지 않았다. 북동부 지역은 푼트랜드라고 불린다. 푼트랜드도 1998년 자치 공화국을 선포했으나, 인접한 소말리랜드와 달리 푼트랜드는 소말리아에 대해 명백하게 독립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는 남부 지역에 속해있다.


미국은 1993년 소말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델타포스를 모가디슈 전투 (1993년) 에 파병했다가 현지 민병대원에게 헬기 두 대가 격추당하고 18명의 병사가 체포돼 목숨을 잃었던 이른바 "블랙호크 다운"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1991년 부터 20년간의 내전속에서 소말리아인 4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57만명은 난민이 돼 인접국으로 떠돌고 140만명이 살던 곳에서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말리아인들은 지금의 무정부 상태보다 시아드 바레 정부 시절이 훨씬 좋았던 '황금시기'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말리아 인권단체들은 정부군의 20%(5000∼1만 명), 반군 병력의 80%가 소년병이며 9세 어린이까지 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키 백과'에서 가져 옴)

결국 미국은 세계경찰을 스스로 떠맡아 여러 분쟁 국가에 개입을 했는데, 소말리아에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영화 끝에서도 나오지만, 이 전투로 소말리아 민병대는 약 1천 명이 사망했고, 미군은 19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소말리아 반군 지휘관인 아이디드는 결국 미군에 의해 암살당한다.

이 영화는 당연히 미국의 시각에서 보여지고 있고, 소말리아 민병대를 '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소말리아 반군은 미국을 내정간섭을 하는 적으로 여기고 있고, 그들의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미군(미국)의 국제 분쟁 개입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니, '정의'니 '평화'니 하는 수식어는 가당치 않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미군 병사들의 전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들이 어떻게 작전을 수행하는가 하는 전술적인 면과 실제 전투를 하는 듯한 생생한 전투 씬이 관람의 포인트가 되겠다.

소말리아는 약소국으로 유럽과 강대국에 의해 분할 통치되어 결국 내전까지 일으키게 되는 불쌍한 나라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 강대국에 의해 착취당하는 약소국의 설움과 분노를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영화는 미군이 소말리아 반군 지도자를 체포하러 도시로 진입하면서 발생한 전투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를 거듭 보면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 내용은, 1) 지휘관의 전략, 전술이 얼마나 중요한가, 2) 현대의 시가전 양상, 3) 정규군사조직과 민병대의 차이, 4) 무기의 차이에 따른 전력의 크기, 5) 전우애 등이다. 

반군 지도자를 체포해야 한다는 명령은 '백악관'에서 강력하게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고,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부대 전체를 지휘하는 윌리엄 개리슨 소장이 부대와 군인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 소말리아의 미군은 모두 특수부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미군 정예 가운데서도 정예라고 자부하는 '델타포스', '제75레인저연대',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 부대가 연합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미군은 소말리아 민병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무장을 했고, 압도적 화력을 가졌지만, 시가전은 예측할 수 없는 전투라는 걸 가볍게 생각한 면이 있다. 미군이 본격 시가전을 치른 것은 2차 세계대전 말엽, 유럽의 도시에서가 전부였으니 50년 전의 상황이었고, 그나마 중동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라고 해봐야 아주 작은 국지전 정도였으니, 소말리아에서 시가전을 벌이는 것도 그 정도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휘부에서 시가전에 대한 심각성을 병사 모두에게 인지하지 않았다는 건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병사들도 두어 시간이면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올 걸로 생각하고, 전투에 필요한 준비물을 완벽하게 챙기지 않고 전투에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이것은 전투의 승리와 병사의 생명을 다루는 전투에서 가장 옳지 않은 태도였다.

시가전투의 전형은 2차 세계대전에서 쏘련군과 독일군이 벌인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들 수 있다. 독일군은 레닌그라드 바로 코앞의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라는 히틀러의 명령으로 수십만 명의 독일군을 투입한다. 이 당시 전쟁의 전략적 위치로만 보면, '스탈린그라드'는 독일군이 굳이 점령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었다. 독일군은 쏘련의 서남부 지역을 점령해서 유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히틀러가 스탈린과의 자존심 대결을 벌이며, 쏘련의 상징이기도 한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면 쏘련과 스탈린의 자존심을 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탈릴그라드는 약 90%까지 독일군에게 빼앗긴 상황까지 몰렸지만, 쏘련군은 병사를 전장에 갈아넣는 인해전술로 독일군의 마지막 진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건물 잔해가 자연스럽게 은폐물이 되었다. 시가전은 게릴라 전투 형식을 띄는데, 최소 단위의 부대가 움직이면서 적을 치고 빠지는 전투가 끊임없이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쏘련군과 독일군이 담장 하나 사이로 지나치기도 하고, 같은 건물에서 뒤섞여 전투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조금 크게 말하면 서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전투를 하니 대형무기보다는 소형무기와 수류탄 따위의 개인화기 중심으로 싸우게 된다. 

모가디슈의 시가전에서도 민병대는 소총과 RPG, 기관총이 무기의 전부였다. 비정규군이고 대형무기를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해서 소말리아 민병대의 무기 보유는 개인화기가 중심이다. 반면 미군은 장갑차를 비롯한 중장비와 월등한 개인화기는 물론 '블랙호크'와 '코브라' 공격형 헬기 등도 보유하고 있어 화력에서는 비교할 필요도 없이 월등한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미군이 시가전에서 큰 피해를 당한 이유는 전술이 없었고, 도시의 지형지물을 몰랐으며, 지형의 유리한 위치를 민병대가 선점했기 때문이다. 시가전에서 유리한 위치는 전투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시내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민병대는 건물 옥상과 주요 길목을 선점했고, 미군 장갑차를 공격했다.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블랙호크'가 추락하는 건 민병대가 쏜 RPG 한 방이었는데, 단순한 비용으로만 봐도 몇 십만원짜리 포탄 하나로 500억짜리 전투기를 격추한 것이니 엄청난 전과다. 

그럼에도 이 시가전의 결과는 미군의 압도적 우위로 드러났다. 미군이 19명 사망, 87명 부상인 반면, 소말리아 민병대는 약 1천 명이 사망했다. 처음 작전 투입에 대대 병력이 들어갔다면, 블랙호크가 다운되고, 지상군이 도시의 골목에 막혀 심하게 공격 당하자 개리슨 소장은 대규모 병력 지원을 요청한다. 기존의 유엔군과 다른 기지에 있던 미군까지 총동원하면서 헬기와 탱크 등 중화기와 수백 명의 병사를 추가 투입한다. 

영화에서 시가지 전투를 벌이기 전까지, 미군 기지에서 생활하는 병사의 모습이 조금 지루할 정도로 보이는데, 이것은 영화의 주제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서 죽거나 부상당하는 병사가 발생하고, 병사들은 이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후방으로 옮긴다. 개리슨 소장 역시 전장에 병사를 남기고 돌아온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단 한 명의 병사라도 반드시 귀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막강한 화력을 지원하면서 시가전을 펼쳤고, 실제 피해 규모로만 보면 소말리아 민병대가 밀린 것 같지만, 이 전투는 명백히 미군이 패한 전투였다.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 것, 시가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 미군의 피해가 상대적으로는 적지만, 전투의 규모로 보면 매우 크다는 것 등을 패배의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