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로드
영화는 공수부대를 싣고 노르망디 지역의 상공을 날고 있는 수송기로 시작한다. 대공포가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터지는 상공에서 미군 공수부대 수송기는 독일군의 대공포에 맞아 끈 떨어진 연처럼 추락한다.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해안에서 먼 바다에는 곧 상륙을 앞둔 미군과 연합군의 함대가 작전 시간을 기다리고 있고, 그에 앞서 노르망디 상공으로 침투해 지역을 장악하려는 미군 공수부대 수송기 1,200대가 하늘을 뒤덮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공수부대가 노르망디 영공을 통해 후방으로 침투하는 것을 시작으로 작전이 개시되었으며, 이 작전 전체를 '오버로드 작전'이라고 한다.
수송기에 탑승한 병사들은 노르망디 해안의 후방에서 독일군을 섬멸하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이들 가운데 특별히 선발된 중대는 독일군의 내보내는 전파방해탑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안고 수송기에서 긴장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탄 수송기도 독일군 대공포에 맞아 추락하고, 병사들은 불타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린다.
공중에서 대공포를 맞아 죽은 병사들, 땅에 내리기 전에 죽은 병사들, 땅에 내렸지만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사살당한 병사들이 대부분이었고, 살아남은 병사는 고작 여섯 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독일군이 점령한 교회로 침투해 교회 첨탑에 설치한 전파 방해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본격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 영화라고 여기며 미군 병사의 뒤를 따라간다. 이들 소수의 미군 병사들은 어둠을 뚫고 숲속을 지나다 우연히 한 여성을 발견한다. 프랑스 여성인 클로이는 숲에서 토끼를 잡다 미군 병사들을 만나고, 이들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숨겨준다. 이 마을에는 독일군이 수시로 드나들고, 마을 주민을 납치해 교회 건물로 데려가는데, 교회 건물로 들어간 사람 가운데 살아온 사람은 클로이의 고모가 유일하다.
클로이를 찾아온 독일군 장교가 클로이를 강간하려는 순간, 미군 병사들이 독일군 장교 바프너를 체포한다. 그 사이, 주인공 보이스는 동료를 찾으러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독일군이 마을 주민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수색을 계속 하던 보이스는 개(셰퍼드)에게 쫓기다 독일군 트럭에 올라탄다. 그 트럭에는 죽은 병사들의 시체가 가득했고, 트럭은 교회의 지하로 들어갔다.
갑자기 독일군 비밀기지로 들어온 보이스는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일군의 생체실험 장면을 보게 되고, 동료를 구해 탈출한다. 탈출하면서 실험실에 있던 주사기를 하나 가져오는데, 클로이의 집으로 돌아온 보이스는 총에 맞아 죽은 동료 체이스의 몸에 가져온 주사기를 꽂아 주사액을 투입한다. 그러자 죽었던 체이스가 살아나고, 괴물로 변신한다.
독일군 비밀기지에서 생체실험을 하고 있었고, 독일군이 만드는 약물은 인간의 육체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성능이 있었다. 약물의 효과는 있었으나 안정적이지 않았고, 약물을 투여하면, 인간은 죽었다 살아나기도 하고, 괴력을 갖게 되며,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 특이한 존재로 변한다.
이런 설정은 게임 '울펜슈타인'의 기본 설정과 비슷하다. 주인공이 독일군에게 잡혀 '울펜슈타인 성'에 갇히고, 이곳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이 영화도 주인공 보이스가 독일군 비밀기지에 잠입해 동료를 구출하고 탈출한 다음, 다시 최초의 임무인 교회 첨탑을 폭파하기 위해 독일군 비밀기지로 들어가 임무를 완수하고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이때, 단순하게 독일군 비밀기지를 폭파하고, 독일군을 모두 사살하는 것은 보통의 전쟁영화와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독일군 비밀기지에서 '불멸의 병사'를 만드는 생체실험을 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독일군은 프랑스의 마을 주민을 납치해 생체실험의 도구로 썼으며, 이곳에서 벌어지는 생체실험은 너무 끔찍해서 묘사하기 어렵다. 물론 역사에서 이런 일은 실제 일어나지 않았지만, 독일군이 점령한 노르망디 지역에서 독일군이 비밀 생체실험을 통해 괴물을 만들어 낸다는 설정은 전쟁과 호러를 결합한 혼종을 통해, 독일군이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유대인 수용소에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것에 대한 강렬한 비유이기도 하다.
독일군은 유대인을 절멸할 계획으로 독일 지역에 많은 수용소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유대인을 학살했다. 그 과정과 방법은 이미 영화, 책, 만화 등을 통해 수없이 많이 알려졌고, 그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영화에서는 프랑스 주민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아 참혹한 만행을 저지르는 독일군을 묘사했고, 그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괴물 병사들이 등장한다.
독일군이 유대인을 가스로 학살하고, 소각하는 방식으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면, 일본군은 731부대를 만들어 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진짜' 생체실험을 했다. 일본군은 조선인, 중국인을 잡아다 생체실험을 했으며, 이들이 저지른 행위는 이 영화에서 묘사한 것보다 더 끔찍하고 잔혹해서 필설로 옮길 수 없다.
일본이 기초과학이 발달하고, 의학, 생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많이 받았다는 걸 부러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기초 데이터를 만든 과정이 바로 731부대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르며 했던 생체실험의 결과라는 걸 알아야 한다.
전쟁이 끝난 이후, 731부대의 생체실험 데이터는 전부 미군이 압수했고, 미군에게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731부대의 지휘관은 처벌당하지도 않았다. 생체실험에 앞장 섰던 731부대의 군의관들은 전쟁이 끝나고 일본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생체실험의 결과를 가지고 논문을 써서 발표했다.
일본은 지금도 731부대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으며, 그들이 했던 생체실험의 참혹함과 결과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본 731부대가 저지른 잔혹한 만행에 비하면 이 영화에서의 독일군 생체실험은 귀여울 정도로 보인다.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역사에서 실제 벌어졌던 만행이 영화보다 훨씬 극악하고 참혹하며, 잔인하다는 것이다. 현실이 더 지옥같다는 건, 창작이 현실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창작에서 아무리 극악한 장면을 묘사해도, 실제 벌어진 사건이 그보다 더 끔찍하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독일군이든 일본군이든 이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는 영화에서 아무리 최대의 효과로 묘사해도, 실제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드러내는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실제 전쟁 상황을 보여주는 흑백 다큐멘터리가 어떤 영화보다 더 강렬한 충격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