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편] C-Level을 위한 조언 : AI = 시간

남들이 하니까 하는 '숙제 같은 DX'가 반드시 망하는 이유

by 박주원 박사

1. 2026년의 이사회 풍경.

최근 제가 자문역으로 참석했던 한 대기업의 임원 회의실 분위기는 무거웠습니다. CEO가 마케팅 본부장에게 묻더군요.

"김 전무, 경쟁사 A는 이번에 생성형 AI로 광고 비용을 30% 줄였다는데 우리는 뭐 하고 있습니까? 우리도 빨리 AI 도입해서 성과 보고하세요."


김 전무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저는 직감했습니다. 이 회사의 DX(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는 실패할 것이라고요. 이것은 전형적인 '숙제 같은 DX'의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이 AI를 '남들이 하니까 안 하면 불안해서 하는 숙제'나 '비용을 깎는 칼'로 바라보는 순간, 조직은 병들기 시작합니다. 직원들은 AI를 '나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내 자리를 위협하는 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도입된 값비싼 소프트웨어는 아무도 쓰지 않는 디지털 쓰레기가 됩니다.


존경하는 경영자 여러분, 2026년의 AI 전략은 달라야 합니다. AI를 도입하지 마십시오. 대신 직원들의 '시간'을 사십시오.


2. 인건비(Cost)가 아니라 시간(Time)을 사는 투자

많은 경영진이 저에게 묻습니다. "박 박사,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하면 인력을 몇 명이나 줄일 수 있소?"


저는 정색하고 답합니다. "대표님, 인력을 줄일 생각이라면 도입하지 마십시오. 그건 하수(下手)의 전략입니다. AI 도입의 진짜 목표는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저부가가치 노동을 없애고, 그 시간을 고부가가치 생각으로 채우는 것'이어야 합니다."


계산을 한번 해봅시다. 연봉 1억 원을 받는 베테랑 부장이, 매주 월요일 회의 자료를 만드느라 4시간을 엑셀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이건 경영학적으로 엄청난 손실입니다. 그 비싼 두뇌를 단순 데이터 취합에 쓰고 있으니까요.


이때 AI를 도입해 그 4시간짜리 업무를 10분으로 줄여줬다고 칩시다. 이것은 부장 한 명을 자를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게 아닙니다. 회사가 부장의 '3시간 50분'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각할 시간'을 획득했다는 뜻입니다.

그 3시간 50분 동안 부장이 "어떻게 하면 경쟁사를 이길까?", "우리 고객은 지금 무엇이 불만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AI 시대의 진정한 ROI(투자 대비 효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3.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가 혁신을 만든다

클레이 서키(Clay Shirky) 교수는 '인지 잉여'라는 개념을 말했습니다. 사람들의 남는 지적 능력이 모였을 때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죠.


제가 경영하는 핀테크 기업 (주)링크핀에서는 재미있는 사내 규정이 하나 있습니다. "반복되는 업무가 3회 이상 발생하면, 무조건 AI 에이전트로 자동화한다."


처음엔 직원들이 농담으로 알거나,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을 찾아서 시도해 보자 그로 인해 야근이 사라지고, 단순 반복 업무에서 해방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개발팀 막내는 남는 시간에 경쟁사 앱을 뜯어보며 새로운 기능을 제안했고, 영업팀 과장은 보고서 쓸 시간에 고객사를 한 군데 더 방문해 계약을 따왔습니다.

직원들에게 '여유 시간'을 선물(?)했더니, 그들은 그 시간을 '혁신'으로 갚았습니다. 혁신은 쥐어짜는 야근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지루한 노동에서 해방된 뇌'에서 나옵니다.

저는 CEO에게 자문하면서, 늘 자신의 머리를 비울 시간을 하루에 최소한 한두시간을 가지라고 합니다. 그건 CEO들의 머리가 비어져야, 비로소 다른 업무들이 보이기 때문인데 이제는 모든 직원들에게 이런 시간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곧 회사의 혁신과 경쟁력 향상에 직결되게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4. '숙제'가 아닌 '축제'가 되려면

그렇다면 성공하는 AI 도입을 위해 C-Level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Top-down(하향식) 명령을 멈추고, Bottom-up(상향식) 제안을 사십시오.


"다음 달까지 AI 도입 성과 가져와"라고 윽박지르는 대신, 이렇게 공표하십시오.


"여러분이 가장 하기 싫은 일, 제일 귀찮은 일이 무엇입니까? 그것을 AI로 해결할 방법을 가져오면, 회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그 성과에 대해 파격적으로 보상하겠습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AI 도입은 '숙제'가 아니라, 나의 귀찮음을 덜어주는 '축제'가 됩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이거 챗GPT로 자동화하면 제가 2시간 일찍 퇴근해서 시장 조사를 더 할 수 있습니다"라고 들고 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5. 리더의 역할: 질문을 바꾸는 사람

AI는 답을 주는 기계입니다. 그렇다면 리더인 우리는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어떻게 비용을 줄일까?"라는 질문을 멈추십시오. 대신 "AI로 확보된 직원들의 시간을 어디에 재투자할까?"를 고민하십시오.


2026년, 위대한 기업은 AI 기술을 많이 가진 기업이 아닙니다. AI를 통해 직원들을 '기계적인 일'에서 해방시키고, 그들을 가장 '인간적인 일(창의, 공감, 전략)'에 집중하게 만든 기업입니다.


경영자 여러분, 계산기를 내려놓고 시계를 보십시오. 지금 당신의 직원들은 '일'을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노동'을 하고 있습니까?


AI를 도입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조직에 '미래를 고민할 시간'을 선물하십시오.


(8편에서 계속)


[다음 화 미리보기]

제8편: 챗GPT보다 일 잘하는 신입 사원, 어떻게 관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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