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신상털이_펩시 제로 생 레몬
인파가 가득한 일본 도시를 혼자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편의점에 있는 새로운 코카콜라...
"어? 신기한 펩시가 하나 있네?"
'생(生)'이라고 쓰여있는 펩시를 집자 점원은 말한다. 그는 한국에서 온 음료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펩시 생콜라는 '생맥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신선하고 상쾌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만든 일본 산토리만의 펩시 제품이다. 하지만 내가 구매한 것은 여기에서 더 나아갔다.
일단 크기가 크고, 칼로리, 슈거가 제로고. 무엇보다 레몬향이 나는 제품이다. 풀네임으로 말하자면 '산토리 펩시 레몬 빅 제로 생 콜라(...)'다.
길어질 대로 길어진 아파트 단지이름 같은 제품에 큼지막한 글씨는 간판지옥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콜라다.
일반 펩시보다 훨씬 시원하고, 레몬향이 세거든. 이에 마시즘도 이 산토리 펩시 레몬 빅 제로 아니 그냥 줄여서 '펩시 생 레몬'을 마셔보았다.
펩시 생 레몬은 탄산이 터지는 소리부터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한다. 기존 펩시보다 풍성한 탄산의 양에 레몬의 새콤한 향기가 퍼져 침샘을 고이게 한다.
마셔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레몬이 입안을 뛰어다닌다. 이 정도로 레몬향을 강하게 넣으면 자칫 인위적인 느낌이 나기가 쉬운데 앞에서는 강한 탄산감이, 뒤에서는 펩시 생 콜라에서 개발한 시원한 끝맛이 레몬의 빈자리를 보조해 준다.
마치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 중 하나인 '펩시 제로 라임'을 마시는 기분이다. 이 녀석도 라임향을 가득 넣어서 제로 콜라 특유의 빈 맛을 가려줬었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콜라맛까지 함께 가렸다는 것이지만.
펩시 생 레몬은 훨씬 더 자극적인 콜라다. 훨씬 탄산감이 세고, 라임처럼 새콤하며, 끝맛이 알싸하게 시원하다. 어떤 음식을 먹던지 잘 어울릴 새콤함이다. 이런 멋진 음료를 두고 왜 펩시는 제로 망고(망했다)와 제로 파인애플(파할 위기에 처했다)을 낸 걸까?
왜냐하면 레몬 콜라에는 '코카콜라 제로 레몬'이 있거든...
한국에서 펩시 생 레몬을 만날 수는 없지만, 가까이에 코카콜라 제로 레몬이 있다. 나는 이 음료를 꽤나 좋아한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캔이나 병 몸체에 'NEW'라고 쓰여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코카콜라 제로 레몬은 출시 이후 업데이트를 계속하여 레몬맛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그렇게 두 음료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작하였다. 코카콜라 쪽은 천연레몬향을 썼기 때문에 향기에서부터 구별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두 개의 향미가 비슷했다. 묘하게 레몬의 시큼한 향이 더한쪽이 펩시였다.
하지만 마셔보니 차이가 컸다. 맛이 느껴지는 선이 다르다. 펩시 생 레몬은 직선적이고 찌르는듯한 시큼한 맛이 있다. 레몬의 임팩트가 강하다. 콜라맛이 살짝 거드는 레모네이드의 느낌이다.
코카콜라 제로 레몬은 펩시보다는 둥글둥글한 느낌의 새콤한 향이 난다. 처음에는 새콤함으로 시작되었다가 끝맛에서 달콤함이 올라오는데 레몬사탕을 물고 코카콜라를 마시는 느낌이 든다.
무엇이 더 맛있는 가는 취향차이로 갈렸다. 심사위원이 있었다면 심사위원마다 손드는 음료가 다를 것이다. 레몬이나 제로슈거보다 콜라 본연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코카콜라 쪽이, 레몬의 새콤함과 탄산음료의 시원한 느낌을 더 좋아하면 펩시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펩시 생 레몬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가까이 붙어있는 두 나라에서 펩시가 존재감을 보인 방법은 다르다. 한국은 '펩시 제로 라임'이라는 라임향을 강하게 넣어 감미료의 끝맛을 가린 탄산음료로 '제로 칼로리 음료 시대'를 열었다. 일본은 '펩시 생 콜라'로 편의점이나 마트에 있는 콜라들보다 훨씬 신선한 느낌의 '생콜라'라는 영역을 만들었다.
펩시 생 레몬은 이 두 나라에서 활약한 펩시의 장점만이 뭉친 느낌이다. 당신이 펩시 제로 라임을 좋아한다면 펩시 생 레몬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 침샘을 폭발시켜 주는 레몬과 펩시 생콜라의 상쾌한 만남.
펩시 제로 라임의 후속작으로 언젠가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