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너 _ 코카-콜라 프로즌
프라이팬 위에 미끄러지는 버터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내가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는 것인지, 녹고 있는 것인지 모를 더위가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나는 더욱 뜨거워지기 위해 가방 속의 가디건을 꺼내어 입는다. 시원한 음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 문방구 앞의 슬러시를 먹기 위해서다. 너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라면 한여름에 히트텍도 입을 수 있어.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슬러시 기계 앞에는 학생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지금은 분명 수업 시간일 텐데! 방학인가, 소풍인가, 그것도 아니면 등교거부? 나도 줄을 서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송골송골 땀이 맺히던 내 몸에서 온천수를 내뿜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디펜스에 저지된 코카-콜라 오프너* 마시즘. 아저씨가... 많이 더운데 비켜주진 않겠지?
나 또한 슬러시 기계 앞의 초등학생이었던 적이 있다. 자동차가 이동할 때 주유소를 찾듯이 우리는 학교 - 학원 - 집을 오가며 슬러시 가게를 찾았다. 음료보다 시원하고 아이스크림보다 간편한 이 녀석만 있다면 세상 더울 일이 없었다. 멋 좀 내는 친구들은 색깔별로 슬러시를 먹어서 혓바닥을 염색하곤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슬러시 라이프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진짜 슬러시의 참맛은 어른이 되고 알게 되었다. 눈빛만 교환해도 끈적이는 불쾌지수가 폭발하는 시기. 슬러시 한 입이면 세상 걱정이 다 부질없어지는 듯하다. 실제 뉴질랜드에서는 무더위가 계속되자 죄수들의 폭력성을 예방하기 위해 슬러시 기계를 깔았다는 뉴스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죄수는 아니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어른들을 위한 슬러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방금 문자로 코카-콜라에서 슬러시 음료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지난해 4월, 일본에서 슬러시 버전의 '코카-콜라 프로즌'이 나왔을 때 세계의 코-크 덕후들이 얼마나 환호를 했던가. 파우치 타입의 이 녀석은 코카-콜라 본연의 맛과 살얼음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개발에만 8년이 걸린 야심작이었다. 그전에는 코카-콜라를 얼려주는 '슈퍼 칠드’ 자판기도 있었고.
한국에도 '슈퍼 칠드' 코카-콜라 자판기가 있다. 마시즘에서도 멀리 용산역 원정을 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 '코카-콜라 프로즌'도 나왔으니 보다 가까이에서 편하게 코카-콜라 슬러시를 즐길 수 있다.
적당히 얼은 코카-콜라 프로즌을 마실 시간이다. 혀 위에 떨어지는 달콤하고, 까슬까슬하며, 시원한 느낌이 잘 살아있다. 레몬향이 들어갔기에 더 상큼하다는 것, 그리고 집에서 만들었던 코카-콜라 슬러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의 진함이 강점이다.
슬러시 용으로 제작되었기에 탄산이 아예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김빠진 콜라를 좋아하는 타입(이런 분들 은근히 있다)이라면 모든 것을 갖춘 완성형 여름 음료라고 생각이 든다.
코카-콜라의 프로즌은 콤비다. 환타 프로즌도 나왔기 때문. 2015년 '얼려먹는 환타'가 나왔을 때 정말 좋아했는데. 이번에 더욱 세련되게 변해서 돌아왔다. 코카-콜라 프로즌이 독특한 변신이라면, 환타 프로즌은 추억의 맛을 선사해줄 것이라 기대를 했다. 슬러시의 꽃은 역시 '오렌지'니까.
환타 프로즌의 뚜껑을 열었다. 냉기와 함께 올라오는 오렌지향은 환타보다 강했다. 맛 또한 더 상큼하다. 기존의 환타가 캐주얼하게 상큼했다면, 환타 프로즌은 얼음의 시원함과 함께 훨씬 진한 상큼함을 남긴다. 보통 음료들을 얼릴 때 연해지는 풍미를 극복하기 위해 세게 나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코카-콜라 프로즌도 즐기고, 환타 프로즌도 즐겼지만 뭔가 허전함이 남는다. 오렌지 말고 다른 맛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잠깐 내가 가지고 있는 탄산음료가 또 뭐가 있지?
모든 탄산음료는 슬러시가 될 수 있다. 지난번 <시원함이 배가 된다, 스프라이트 시원한 배향>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배맛 슬러시는 돌아온 환상의 조합(?)이다. 스프라이트 시원한 배향을 몹시 흔들어서 냉동실에 2시간 30분 정도를 놔두면 완벽한 슬러시를 만들 수 있다.
뚜껑을 열어 컵에 따르자마자 '두유 워너 빌더 스노우맨'이 되어버리는 스프라이트 배향 프로즌. 달달하게 퍼지는 배향과 달리 맛 자체는 상쾌하다. 과일의 모습이 그려졌던 환타 프로즌과 달리 새콤하고 깔끔한 맛 자체가 더욱 돋보인다. 셀프 메이드로 만들었기에 사르르 얼음이 녹다가 뜬금포로 톡 하는 탄산도 나름의 즐길 거리다.
거실에서 코카-콜라 프로즌, 환타 프로즌, 스프라이트 시원한 배향 프로즌(?)까지 슬러시를 3개나 먹었더니 머리가 띵하다. 이 시원함 속에 근심과 걱정, 더위가 들어올 공간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어른이 되었어도 슬러시를 찾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코카-콜라는 물론 비타민 음료, 맥주에 소주까지 슬러시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거 봐. 슬러시는 어른을 위한 음료라니까.
매미소리를 반주 삼아 선풍기 바람을 쐬며 슬러시를 먹을 이번 여름이 기다려진다. 여름아 네가 아무리 더워봐라 내가 에어컨을 틀겠니? 코카-콜라 프로즌이랑 환타 프로즌 사 먹겠지.
* 오프너(Opener)는 코카-콜라 저니와 함께 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모임입니다. '마시즘(https://masism.kr)'은 국내 유일의 음료 전문 미디어로, 코카-콜라 저니를 통해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는 코카-콜라의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리뷰합니다. 해당 원고는 코카-콜라 저니에서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