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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un 15. 2020

베트남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길거리 음료 4

#스트리트 드링크 파이터


모름지기 진짜배기 음료는
길에서 마셔야 제맛이다



돌이켜보면 음료에 대한 좋은 추억은 언제나 길 위에서였다.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료는 예비군 훈련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슈퍼 앞에서 마신 '갈아만든 배'였다. 무더위와 갈아만든 배의 시원함이 콜라보를 하는 바람에 받은 훈련비를 음료 마시는데 탕진했다. 거기에 자판기와의 추억, 노상에서 마신 맥주까지.


이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길거리 음료. 하지만 그 추억을 살려주는 곳이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길거리 음식문화가 발달한 이곳이야말로 제대로 스트릿 감성을 제대로 느끼면서 음료를 마시기에 딱 좋은 곳이라는 사실!


오늘의 마시즘은 편의점 음료보다 맛있다는 베트남 거리 음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다들 베트남 가면 이거 꼭 마셔보라고 추천해주더라고. 



짜다

베트남에서 즐기는 차 한 잔

베트남은 차(茶)의 나라다. 귀한 손님이 오면 전통차인 느윽 짜(Nuoc Tra)를 내준다고 한다. 이 느윽짜의 아이스티 버전이 바로 짜다(Tra da,북부에서는 쩨다). 느윽짜에 차가운 물과 얼음이 들어간 것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물보다도 대중적인 음료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보리차를 기대하고 마셨다간 짜다의 쓴맛(!)에 놀랄 확률이 크다. 기본적으로 고소한 차를 즐기는 한국에 비해 베트남은 차 본연의 씁쓸함을 즐기기 때문이다. 특히 짜다는 외국인에게는 다소 기름지게 느낄 수 있는 베트남 음식들의 느끼함을 잡아준다고.


짜다가 클래식이라면 요즘 떠오르는 차는 짜 짜잉(Tra chanh)이라고 불리는 '레몬 차'다. 레몬 아이스티를 생각하면 좋다. 레몬뿐만 아니라 복숭아, 구아바 등 과일 맛 차를 내주고 있으니 베트남 차의 쓴맛뿐만 아니라 상큼함까지도 즐겨보자.



카페 쓰어다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의 독특함

'차가 베트남의 역사라면, 커피는 베트남의 현재'라는 이야기가 있다.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의 면모를 보여주는 문장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커피를 만드는 농장의 면적이 제주도의 3.5배나 되며 큰 길가부터 좁은 골목까지 어디든지 카페를 찾을 수 있는 '커피의 국가'다. 


베트남 커피의 특징은 원두가 아라비카가 아닌 로부스타라는 점이다. (종의 이름을 몰라도 마시는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일반적으로 로부스타는 신맛이 덜하고 쓴맛이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쓴맛을 잡아주기 위해서 연유나, 코코넛, 요거트 등의 재료를 넣는데 이 단쓴단쓴의 조합이 바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베트남 커피만의 매력이 된다.


가장 유명한 버전은 연유 라떼로 알려진 '카페 쓰어다(Caphe sua da)'다. 취향과 도전 욕구에 따라 계란 노른자가 더해진 '카페 쯩'이나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카페 꼿뚜아'를 마셔봐도 좋다. 



비아 허이

맥주는 역시 노상이 제맛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을 보며 마시는 맥주만큼 맛있는 음료는 없다. 베트남은 주류 소비의 90%가 맥주일 정도로 맥주를 많이 마시며, 지방마다 떠오르는 맥주가 다르다(추가로 세계에서 가장 맥주가 싼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맥주의 천국 정도로 격상시켜 줄 수 있겠지만 문제가 있다. 여기는 맥주 안에 얼음을 넣어준다!


우물에서 뜬 물에 나뭇잎을 띄운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어도, 맥주에 얼음을 넣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이런 생맥주를 비아 허이(Bia hoi)라고 부른다. 얼음이 동동 뜬 비아 허이를 마시는 문화충격(?)이야말로 베트남 거리 음료 문화를 진하게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더위가 안주다. 땀이 부르는 무더운 날씨 아래에서 얼음까지 띄운 시원한 맥주는 환상의 궁합이 아닐까.



느억미아

베트남의 오아시스

베트남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각종 주스를 만날 수 있다. 상인(이라고 쓰고 장인이라고 부른다)들은 주문에 맞춰 다양한 과일들을 직접 주스로 만들어 준다. 초록색을 띤 베트남 오렌지주스 깜밧(Cam vat)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진정한 베트남을 느끼고 싶다면 느억미아(Nuoc mia)를 추천한다. 


느억미아는 간단하게 말하면 '사탕수수즙'이다. 사탕수수를 이용해 투명한 연둣빛 음료를 만들어낸다. 달달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음료이며,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을 뜻밖의 '향수병'에 빠지는 원흉이기도 하다. 특히 오렌지, 파인애플, 깔라만시 등을 곁들어 먹는 그 맛은... 정말인지 먹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길거리 음료를 마신다는 것은

그곳의 문화를 마시는 것

자리에 앉아서 진동벨을 쳐다보는 것이 일상인 우리에게 베트남의 거리 음료 문화는 낯설다. 하지만 길가에 목욕탕 의자 몇 개만으로도 카페가 되고, 술집이 되며, 사랑방이 되는 모습은 한 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정겨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음료 한 잔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음료 문화.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거리가 멀어졌지만. 글로나마 갈증을 달래본다. 여러분이 마시고 싶은 베트남 길거리 음료는 무엇일까?


해당 원고는 VEYOND MAGAZINE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VEYOND'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성공신화를 건설하고 있는 대원 칸타빌의 베트남 전문 매거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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