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군산, 꿈과 책과 힘과 벽

by masissda


나의 어머니는 군산에 대해 책을 쓰고 싶어 했다.


군산 골목골목에 있는 가옥들이 무척 매력적이라면서 말이다. 군산은 일제강점기시절 건축부터 50~60년대 추억의 장소들과 거리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인데 그게 레트로 열풍을 따라 도시의 특색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봄인지 여름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골목을 걷다 보면 능소화도 보고 이름 모를 들꽃도 발견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군산의 아름다움을 일찍이 발견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군산이 좋아지게 된 이유를 묻는다면, 아마 걸어야만 보이는 장면들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 조용하고 넓은 거리를 걸으면 주변의 풍경도 눈에 잘 들어온다.


사랑을 시작하려는 연인들을 위한 벚꽃이 만개했던 봄의 은파호수공원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원하고 청명했던 새만금방조제

쏟아지는 별들이 소금처럼 흩뿌려져 있던 밤의 선유도이제는 이용하지 않는 끊긴 철길에 무성히 피어난 코스모스

또 좋아하는 베이글사러 월명동 거리를 가면 산책 나온 다양한 길고양이들까지.


오랜 기간 지내면서 각각의 장면들은 내게 서려있고

계절이 더해진 도시는 또 나에게 새로운 이야기와 추억들을 만들어 주었다.



이 오면 은파호수공원은 벚꽃으로 가득 찬다.


은파의 벚꽃은 낮보다는 밤의 풍경이 더 아름다운데, 조명에 물든 보랏빛 벚꽃과

호수 위에 쌓여있는 벚꽃잎들이 만들어내는 모습은 무척이나 로맨틱하다.

이곳은 군산 대표 관광지로 운동하는 사람들,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파전과 막걸리를 나누는 이들로 북적이지만

봄 만큼은 버스커 버스커의 꽃송이가 노래 가사처럼 모든 풍경이 '연애의 배경'이 된다.

배드민턴 치자고 꼬셔

커피 한 잔 하자고 불러

동네 한 번 걷자고 꼬셔

넌 한번도 그래 안 된다는 말이 없었지

- 버스커버스커, 꽃송이가

봄의 은파공원에서 다들 풋사랑같은 추억들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호수뷰를 보며 파라디소 페르뚜또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군산에서 오래된 까페 산타로사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여름이 오면 선유도를 떠올린다.


군산대학교 정문에서 99번 버스를타면 선유도까지 갈 수있는데, 선유도는 고군산도로 7개섬중 하나이다.

야미도정류장에서 가을에 코스모스와 갈대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무녀1교차로 역에서 무녀2구 마을버스의 수제햄버거를 즐기기도 한다.

장자도엔 휴양지를 연상케하는 이쁜 까페인 카페라파르가 있는데 커피보다는 장자도에 모여있는 호떡가게를 더 좋아한다.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읽었던 책, 깨끗하지만 차갑지 않은 느긋하게 숨쉬는 바다 발끝을 간질이는 모래

그리고 새벽 하늘에 쏟아지던 별빛

그 모든 순간이 여름을 기억아닌 감각으로 남겨준다.

2013년에 참가했던 새만금 걷기대회



가을에는 베이글과 무화과 크림치즈가 먼저 떠오른다.

월명동에 있는 베이글집(DBS)에 빠졌기 때문이다. 쫄깃한 베이글에 무화과 크림치즈를 올려

한 입 베어 물면 과육 가득한 무화과의 단맛이 입안 가득 번진다.

단백한 맛을 원할 때면 한국 최초의 빵집 '이성당'으로 간다. 쌀로 만든 반죽속에 담백한 팥앙금이 가득 들어 있어 먹고나면 느끼한거없이 든든하게 채워진다.

어느 해 가을엔 처음으로 신성리 갈대밭을 찾았다.

충남 서천군에 위치했지만 군산에서 차로 30분정도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스산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는 쓸쓸했지만 동시에 부드러운 온기가 숨어있었다.




겨울이면 월명동카페에서 쉬어간다.

공연과 전시가 멈추는 계절이지만 카페 창가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갖는다.

월명동의 눈 속에 잠긴 풍경은 마치 오래된 흑백영화 속 한장면같다.

눈으로 뒤덮인 조용한 거리, 그곳은 명상하는 듯한 평화를 선사한다.



엄마가 군산의 이야기를 쓰고 싶던 것처럼

여행지에서 만난 이 아름답고 작은 순간들을 글로 남기려 한다.


언젠가 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여행자가 된 듯

자기 동네의 숨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발견하길 바라면서.





* ‘잔나비- 꿈과 힘과 책과 벽’을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