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돌아보며

못다 한 감사는 2024년에 하겠습니다

by 인간계 연구소

2023년, 생각보다 힘들었고 고비가 많았던 한 해였다. 아버지는 신장암에 이어 위암까지 걸려 수술을 받으시고, 항암도중 거의 의식불명의 상태까지 왔다. 또 아버지의 암수술과 비슷한 시기에 암 진단을 받게 된 누나는 부모님의 건강을 염려하여 그 사실을 부모님께 숨겨야만 했다.


8년 동안 운영하던 공간을 접어야 했고, 아내는 20년의 회사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이제는 엄마 아빠와 곧잘 맞서 싸우는 첫째에게는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애정공세와 사자후를 반복했고, 8년 만에 다시 시작한 둘째 아이 육아는 아내와 나의 하루종일을 투자해도 허덕이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늘 피곤했고 힘들었고 때로는 우울했다.


그럼에도 나는 감사하다. 감사하다?? 감사하는 게 뭐지?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로 '감사하다'는 말을 흔히 쓰고는 한다. 그러나 때로는 '만족해'라는 말 대신 '감사해'라는 말을 쓰는 느낌을 많이 받고는 한다. 도대체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것과 감사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차이일까.


"나는 내 삶에 감사해." VS "나는 내 삶의 만족해"


'감사'에는 정확한 '대상'이 있고 '만족'에는 '대상'이 없다. '감사'라는 것은 결국 고마운 마음이고 결국 정확히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러나 '만족'에는 '대상'이 필요 없다. 나의 삶은 나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물이고 거기에 불만이 없다는 뜻이다. 만족의 대상은 결국 '나'다.


누군가에게 진짜 고마운 마음이 들면 그 마음을 돌려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精)이다. 흔히 사람들이 말로만 고맙다고 하고 그 마음이 행동에서 보이지 않으면 '너 그건 진짜 고마운 게 아니야!'라고 하지 않는가. 아무리 매일의 감사일기를 쓰고 자신의 신에게 감사하다고 기도를 드려도 내 주위의 '누군가' 또는 내 삶에서 마주치는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돌려주려는 태도가 없으면 그건 진짜 '감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건 그냥 '자족하는 삶'일뿐이다.


자신의 삶에 감사한다면서 막연히 더 큰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것에 안도한다던가, 자신이 믿는 신(神)에게만 감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감사에는 분명히 내가 마주치는 세상에도 대상이 있어야 한다.


가족에게 감사를 하면 그 마음을 가족에게 돌려주는 것이고, 친구나 지인에게 감사하면 그 마음을 다시 그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멀리서 가까이서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를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이고, 버스에서 가게에서 회사에서 감사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감사'를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때로는 감사한 마음을 당연히 여겼던 나를 반성한다. 아니 오히려 9개를 받고 1개를 못 받으면 서운해하고 불만했던 마음을 반성한다. 감사해야 할 사람들에게 '이건 너의 권리, 이건 나의 권리'같은 걸 따지고 들었던 나를 반성한다.


2024년 한 해에는 그 감사한 마음을 최대한 많이 돌려주는 내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