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좋아요
<일상 에세이> - 나는 요즘 그래요
나는 내 방의 퀴퀴한 냄새와 따뜻한 공기가 좋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볼륨을 반 정도 맞춰놓고 정재형의 앨범을 들었는데
스르르 잠이 들고나면 어느새 나는 이상한 꿈속에서 어딘가를 거닐고 있었다.
물론 그 꿈은 기억이 안 나지만.
방은 그렇다.
이곳에서만 느껴지는 포근함은 그 어느 것이 날 방해하더라도 아무렴 괜찮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침대에 누워있을 땐 대게 옆으로 몸을 틀었는데 설사 내 눈 옆에 먼지 같은 것이 보여도 난 괜찮았다.
너무 편해서 치울 생각도 나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나는 그 먼지의 이름을 바보 먼지라고 정했다.
왜냐하면 날 무지하게 했으니깐
그래도 생각을 할 때면 가만히 천장을 본다.
웃기지만 어젯밤 본 영화 주인공을 따라 한다거나 가사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 곤했다.
그리고 혼잣말을 한다.
"에 그건 좀 아니었잖아."
"그랬으면 안됐는데.."
"그것도 할 걸 그랬어."
"이번에도 역시인가?"
뭐 이런 것들
나도 안다. 난 매번 천장에 대고 나직이 후회를 읊조린다.
그래서 저 천장을 난 "고마워."라고 부른다.
내 후회는 대게 다 부끄러운 것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난 말끔한 이미지를 가져야 하고 또 이런 후회 정도는 혼자 삭히는 걸로 괜찮으니까
.
이불속에서 발을 뽀득 문 질고 허벅지를 반쯤 드러낸 채 쓰잘 때기 없는 sns 화젯거리를 보고 눈을 껌뻑인다.
더 자도 되는데 왜 이런 날에는 일찍 눈이 떠지는 거야?
시원한 물이 담겨있는 병이 내 옆 책상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냉장고까지는 그리 멀지 않지만 마른침을 삼키는 걸로 일어나는 건 그만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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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쌓인 통기타
줄곧 음악을 좋아했고 연주의 욕심도 컸었는데.
내가 부지런한 사람도 아닌데 뭐.
가끔 처량한 마음에라도 그 먼지를 닦아주는데 금방 쌓여버리는 먼지다.
금방이라는 말
내가 무지해서 일까? 어쩌면 닦은 후에 시간이 꽤 지났는지도 모르겠는데 말이야.
어쨌든 뭐든 만져주어야 한다.
물건도 한눈 판 사이에 저렇게 먼지가 쌓이는데 사람은 어련하실까.
요즘 내 마음은 반쯤 마른 티셔츠라고나 할까.
누군가에게 입힐 수가 없다. 그래서 조금은 더 말라야 한다.
근데 내 날씨는 왜 우중충한 거야? 비까지 오는 건 너무하잖아..
그러니깐 조금의 해가 필요하다. 말했듯 반쯤 말랐으니 나머지 반이 마르는 건 정말 일도 아닐 것이다.
따뜻한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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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과 컴퓨터.
주로 글을 쓸 때는 컴퓨터를 이용한다.
내 방의 적절한 분위기와 클래식에 맞춰지는 타자 소리가 좋아서일까,
문득 모니터를 보고 있자면 수많은 생각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고
그중 하나를 꺼내 써보아도 나는 만족할 수가 없다.
그래도 찢어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니 작업 파일 구석에 조용히 넣어놓는다.
언젠가 그게 새 소설의 시작이 될지는 나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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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브러진 에이 포 용지, 시계, 로션, 안경, 동전
책상이 조금 넓었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언젠간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난 내 작업실에 많은 돈을 투자할 생각이다.
작은 냉장고엔 맥주 캔이 한가득 있고 30초만 데우면 되는 핫바도 많이 사놓을 거다.
실현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내 행복의 목표 설정이 이 정도로 낮음에 큰 만족을 한다.
물론 지금도 냉장고엔 맥주가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이라는 게 다른 거니까.
언제나 어디에서든 그 느낌이 중요하다.
사람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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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죄다 내 흔적밖에 없다.
낯선 누군가가 여기에 들어온다면 나의 향기가 날까?
만약 그렇다면 무슨 향기일까? 지저분한 남자의 냄새는 아니여야 할 텐데 말이야.
전에는 나름 디퓨저도 사용하고 했다.
지금은 어디 갔는지, 엄마가 버렸나.
요즘은 그렇다. 그냥 요즘은 방안이 좋다.
전에는 분명 느끼지 못했는데 나 이거 성숙해진 건진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을 하고 싶다.
반대로 여기 이 방안에서 나는 흐물흐물해져서 되게 판단도 느려지고 바보 같은 짓도 많이 한다.
그렇지만 나에 대한 고찰은 텀이 짧을수록 좋다.
문득 넋을 놓고 누워있어도 내 머리는 계속 회전하고
누군가와 연락을 한다면 1분의 텀도 없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여유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런 것들이 나에겐 순간이고 일상인데.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는 나는 이런저런 글을 쓰고 나오지 않는 글에 머리도 쥐어짜고
한 낮에 맥주캔을 따고 유명하지 않는 가수의 곡을 따라 부른다.
문득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면 노을이 지고 있고
그런 걸보고 있자면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나가고 싶지만
대신 맛있는 저녁을 먹자고 나 자신을 토닥인다.
정말 이렇게나 단순하다.
이런 나를 어느 누가 좋아해줄까?라는 생각에 없어.라고 단정 지으며 콧방귀를 뀔 때도 있었다.
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더 이상 사랑이야기는 쓰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뭐든 사랑 사랑 또 사랑.
사랑에서 파생되는 모든 것들이 새롭고 흥미롭지만 난 누군가의 입장에서 감정몰입을 잘하는 것뿐이지
실제로 살아있는 내 감정도 아니고 이제 조금은 사람 냄새나는 글을 쓰고 싶어 졌다.
그렇다고 사랑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건 아니지만 난 전문적인 연애 소설가도 아니고 제대로 사랑 한번 못해본 띨띨이니깐!
조금 더 사람에 대한 고찰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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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이든 좋다.
심지어 단골 분식점에서 할머니랑 짧게 나눈 대화도 난 좋았다.
그러니까 쉽고 가볍고 일상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바보 같아 보일지 몰라도 나는 되게 사소한 것에 전율을 느끼는 타입이다.
보통 지하철에선 눈을 감고 있는데 이어폰을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다른 곳으로 세어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럼 나는 지금 눈을 감고 뭐하고 있는 걸까?
맞다. 생각을 한다.
오늘 점심은 정말 맛있는 걸로다가 먹어야겠다.
그 아이는 점심 먹었을까?
집에 가면 3분 소설을 꼭 적어내고 말아야지!
축구 게임이 하고 싶어.
저번에 축구할 때 나름 멋진 골을 넣었는데.
저녁에는 코팩을 해야지.
여드름이 자주 나서 스트레스야.
아, 알바 가야 한다.
요즘 좋은 노래 없나?
볼에 로션이 조금 덜 발린 것 같아.
구두를 사고 싶어.
목이 뻐근하다.
등등
이런 생각들은 날 생생하게 한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서 내 주머니 안에 넣는다.
그건 내 다짐도 아니고 목표도 아니고 그냥 단지 생각일 뿐이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이라도 일탈을 범한다면 뭐든 할 수 있는 나니깐
어쨌든 그런 사소함들에 행복의 초점이 맞춰진지는 글을 쓰고 난 뒤부터니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생활에 만족을 한다.
행복을 논하는 건 아니지만 난 야망보다는 바람이 있고 어느 것을 희망하기보단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다.
질척한 사람임을 내가 알기에 내 틀 안에서 어느 정도의 룰을 만들고 (어겨도 되는) 나름 실행을 한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실제로 난 열정적이진 않지만 끊임없이 노는 젓고 있다.
나에겐 이뤄내야 할 것이 있고 방금 말했듯 난 욕심이 있는 사람이니까.
안일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아직 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이렇게 좋은 날
마냥 우울해있을 수 만은 없지 않은가
극단적이고 저기압은 싫다.
(글을 쓰기에는 최적화지만)
난 이렇다.
만약 지금이 우울하다면 난 어제 햄버거를 먹고 싶었으니
그 햄버거의 맛을 느끼며 우울함을 지운다.
사소하니 우울한 이유도 다 작은 것이더라.
그래서 자주 우울할 때도 있다.
단점일지도 모르지만 하나의 빨간 점에 입을 크게 벌리고 절규하는 건
정말 싫다.
이게 지금의 '나'인 것 같다.
홀로인 생활에 초점을 썼다면 조금 더 긴 글이 나왔을 텐데.
홀로는 곧 고독, 외로움이고
그것들이 잉태하는 건 결국 사랑이니
여기서 그만두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요즘은 어떤가요?
p.s
너무 솔직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