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없이 열심히 하면 길을 잃는다
요즘 ‘열심히 한다’는 말이 점점 어려워진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더 느껴진다. 무작정 오래 한다고 열심히가 아닐 때가 많고, 대충 흉내만 내는 것도 아닌데 뭔가 진짜 열심히는 아닌 경우도 많다.
도대체 '열심히 한다'는 건 어떤 상태일까?
최근 내 머릿속에 오래 남은 세 장면이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조금씩 보여주었다.
1. 기록을 위해 뛰지 않는 육상
며칠 전, 대학 육상 3000m 장애물 경기를 보게 됐다. 중계하던 해설자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경기는 차라리 중계하지 않는 게 나을 정도입니다."
경기라면 당연히 각자의 기록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그런데 이 경기의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순위 안에만 들면 실업팀 진출과 국내 대회 상금이 보장되는 구조. 애써 기록을 단축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결국 기록은 여자부 경기 기록보다도 늦게 나왔고, 한국 육상의 정체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순위는 매겨지고, 그 순위에 따라 길이 정해지니, 진짜 성장과 발전은 사라져버린 모습이었다.
2. 전략으로 몰입하는 손석구
예능 프로그램 《틈만나면》에서 손석구와 김다미가 함께 출연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게임에서 이기면 시청자에게 선물이 주어지는 간단한 룰이었지만, 손석구는 그 안에서도 전략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방법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바로 실험해보며 몰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과정 자체를 고민하고, 스스로 집중하는 힘. 이게 결국 전략적 열심히의 시작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몰입해서 사는 삶은 하는 사람도 재미있고, 지켜보는 사람도 재미있다. 그게 결국 삶의 묘미 아닐까.
3. 끝까지 밀어붙인 기안84
최근 방영된《태어난 김에 세계일주4》에서 기안84는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30kg이 넘는 짐을 짊어지고 셰르파들과 함께 산을 올랐다. ‘셰르84’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단순 촬영을 넘어서 그 삶 자체에 들어가려 애썼다.
사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PD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작가가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시청률을 위해 무리해서 꼭 해야 하는 장면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매 순간 그 프로그램의 본질에 가장 어울리는 선택을 했다. '여행지에서 그들의 삶에 녹아드는 것.' 그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 몰입했다.
그의 행동은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한 불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뿌리 깊은 자존감에서 나온 몰입이었다. 성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는 자기 몫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태도가 결국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끌어올렸고,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의 삶의 태도 그 자체가 깊은 감동으로 남았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이 세 장면을 보며 자연스럽게 학원에서 나눈 한 대화가 떠올랐다.
"이번 ○○학교 시험은 어렵지 않았는데 평균이 40점대 초반이래요."
나도 모르게 한숨처럼 내뱉었다.
"요즘 애들 왜 이렇게 공부를 안 하지?"
학생도 멋쩍게 웃으며 "사실 그러긴 해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점점 ‘열심히 하는 법’ 자체를 모르는 세대로 자라고 있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이걸 단순히 "더 열심히 해라"라고 말하는 건 너무 쉽고, 또 무책임하다.
열심히에도 기술이 있다. 그 핵심은 전략 설계 능력과 실행력이다.
전략 설계 능력은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힘이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단계로 나누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매일의 실행계획으로 전환하는 힘이다. 이걸 연습하지 않으면, 노력도 늘 방향을 잃는다.
그리고 실행력은 ‘매일 조금씩 움직이는 힘’이다. 기분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원래 세운 전략을 신뢰하며 꾸준히 반복하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될 때, 결국 성장은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플래너를 쓴다. 아이들의 하루가 전략이 되고, 그 전략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인생을 조금씩 바꿔가도록 돕고 있다.
아이들이 언젠가 이렇게 말할 수 있길 바란다.
"나는 내가 설계한 삶을 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