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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Jan 01. 2019

혼자 사니까 요리 잘 하겠네?

소개팅 상대가 물었다

  몇 년 전에 친구가 소개팅 자리를 주선해 준 적이 있다. 연락처를 받았고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 난 그때 기숙사를 떠나 처음으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다. 나는 소개팅 상대에게 혼자 산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고, 말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만약에 물어본다면 기숙사에 살고 있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소개팅 상대는 내가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그의 질문은 시작되었다.


  ‘혼자 사니까 요리 잘 하겠네?’


  그는 대뜸 나에게 이런 질문을 보냈다. 아뇨, 저는 학교에서 점심, 저녁 두 끼를 해결하니까 요리를 할 일이 없어요. 보통 사 먹어요.라고 답장을 보내니 ‘에이~ 혼자 살면 요리도 잘 하는 줄 알았는데~ 맛있는 것 좀 해달라고 하려고 그랬지’라는 메시지가 왔다. 순간 내 양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뭐요...? 제가 왜 처음 본 댁한테 요리를 해줘야 하죠...?


  만나기도 전에 말을 많이 하는 것도 불편한데, 그 뒤로도 그는 ‘혼자 사니까 ㅇㅇ할 줄 알겠네?’, ‘혼자 사니까 그럴 줄 알았지~', ‘에이 실망이네~’라며 몇 번이나 더 나를 테스트했다. 꼭 혼자 사는 여자가 이상형인 것 같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쇼트트랙 선수처럼 내 퍼스널 스페이스에 발을 들이미는 것이 불편했다. 그 외에도 계속되는 유머를 가장한 무례한 언행에 지친 나는 만나기 전날, 결국 소개팅 파투를 시전했다.


  그래, 난 요리도 할 줄 알고, 집안일도 곧잘 한다. 그래서 뭐. 그건 날 위해서 하는 거지, 소개팅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짓이 아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바라기만 할 줄 아는 사람은 내 입장에서도 사절이다. 게다가 혼자 사니 사생활의 벽을 쉽게 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내 퍼스널 스페이스는 넓고 담벼락은 높으며 아무나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어쩌면 그 소개팅 상대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궁금해서 물어봤을 지도 모른다.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혼자 살아보고 싶어서, 또는 친해지고 싶어서 일 수도 있겠다. 생각 없이 말한 건데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사람은 생각 없이 말하면 안 된다. 더욱이 자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그때는 나도 어렸기 때문에 ‘인연이 아닌 것 같으니 좋은 분 만나세요’라며 끝을 냈었지만 지금이었다면 두 마디를 덧붙였을 것 같다. 주변에 혼자 사는 사람이 있다면 ‘요리 잘 하겠네? 맛있는 것 좀 해줘’라고 말하는 대신, ‘혼자 사느라 챙겨 먹기도 힘들 텐데 맛있는 거 먹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라고. 그렇게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부탁하지 않아도 요리를 저절로 해주고 싶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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