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새로운 눈이 될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12월 22일 발사 예정
딱히 크리스마스와 연말 행사가 기다려지지 않는 12월이지만, 우주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이 기대 중인 이벤트가 있습니다. 바로 인류의 새로운 눈이 되어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하 JWST로 표기)’의 발사입니다. 2004년부터 개발된 JWST의 발사는 미뤄지고 미뤄지다 12월 18일에 발사하기로 했으나 또 한 번 발사가 미뤄졌고, 결국 12월 22일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11월 25일부터 연료를 주입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이번엔 확실하지 않을까 싶어요. 발사까지 남은 시간은 약 20일. 그동안 JWST의 정보를 하나씩 알아볼까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어드벤트 캘린더의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 먹듯이 말이죠.
언제, 어디서 발사하나요?
현재 발사 날짜는 2021년 12월 22일이며,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오후 9시 20분으로 예정되어 있어요. 발사 장소는 남아메리카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라는 도시입니다. 이곳에 프랑스와 유럽 우주국(ESA)이 운영하는 기아나 우주센터가 있습니다. JWST는 아리안 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에요. 참고로 아리안 5호 로켓은 세상에서 가장 믿을만한 로켓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JWST는 아리안 5호의 상단부에 실립니다. JWST의 주경의 너비가 6.5m나 되는데, 이 망원경을 어떻게 실었을까요? JWST는 접이식 망원경입니다. 접이식 자전거처럼 착착 접혀 로켓에 실립니다. JWST의 주경은 육각형 모양의 거울 18개가 붙어있는 형태인데, 이중 양옆에 있는 세 개의 거울은 뒤로 접힐 수 있어요. 다른 지지대도 접혀 들어가고요. 망원경이 궤도에 무사히 오르면 망원경의 접힌 부분이 펴져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해요.
제임스 웹이 뭐죠? 웹사이트인가요?
모르는 분들도 계실까봐 잠깐 언급하자면, 허블 우주 망원경의 허블은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에드윈 허블은 우리 은하 밖에 외부 은하들이 있다는 걸 밝혀냈고,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관측으로 밝혀낸 사람이죠. 그 공로를 기리기 위해 허블의 이름을 사용한 것입니다.
제임스 웹 (사진: 위키피디아)제임스 웹 역시 한 사람의 이름입니다. 천문학자는 아니고, NASA의 두 번째 국장입니다. 그가 국장을 맡았던 시기는 1961년부터 1968년까지로, 소련과의 우주 개발 전쟁이 한창이던 때이죠. 이 시기에 제미니 계획이나 아폴로 계획 등을 진행시켰고, 성공적으로 달에 사람을 보냈습니다(물론 사임 후에 일어난 일이지만, 공로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NASA는 그의 공로를 기리는 의미로 우주 망원경의 그의 이름을 붙였지만, 최근 천문학자들이 그 이름에 반발하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가 생전에 성소수자를 비난하고, 성소수자 직원을 해고시키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죠.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 망원경의 이름을 변경하라고 주장했지만 관련기사, NASA 측은 이미 2002년에 지어진 이름이라며 이름을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천문학자는 이름을 반대하며 JWST를 정말 엄청난 망원경 (Just Wonderful Space Telescope; JWST - 의역함)으로 부르는 게 어떻겠냐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대요.
JWST은 허블 우주 망원경과 뭐가 다른가요?
■ 거울
망원경의 성능을 결정짓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망원경 안에 설치된 거울이나 렌즈의 크기입니다. 거울이나 렌즈가 크면 클수록 빛을 많이 모을 수 있고, 멀리 있어 희미한 천체도 볼 수 있거든요. 이 망원경의 능력을 집광력이라고 부릅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 안에 들어있는 거울의 지름은 2.4m이지만, JWST는 무려 6.5m나 돼요. 두 배 이상 크죠. 더욱 강력해진 집광력으로 JWST는 아주 멀리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는 멀면 멀수록 더 과거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JWST는 우주 초기의 상태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과 JWST에 설치된 거울 크기 차이(이미지: NASA)
■ 파장대
허블 우주 망원경과 JWST는 애초에 우주를 보는 눈이 다릅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가시광선, 근적외선으로 관측하는 반면, JWST는 주로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합니다. 적외선은 우주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파장대입니다. 적외선으로 보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별에서 나온 강력한 빛이 주변 가스에 흡수되었다가 적외선으로 재방출되기도 하고, 아주 멀리 있는 은하에서 나온 빛이 우주 공간을 이동하면서 파장이 길어져 적외선으로 관측되기도 하거든요. 허블 우주 망원경과 JWST는 관측할 수 있는 파장대가 다르니, 같은 천체를 봐도 다르게 보일 겁니다. 이 두 망원경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가시광선으로 본 성운(왼쪽)과 적외선으로 본 성운(오른쪽) (이미지: NASA)
■ 위치
마지막으로 두 망원경은 놓인 곳이 다릅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지구와 약 570km 떨어져 있지만, JWST가 놓일 곳은 약 1백50만 km 떨어진 지점이에요. 달보다도 훨씬 멀리 있죠. JWST가 놓인 곳은 라그랑주 점이라는 곳 중 하나(L2)입니다. 항상 태양이 지구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태양광이나 태양열의 영향이 적습니다. 또한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있고, 따라서 연료 소모도 줄일 수 있습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 달, JWST의 거리 비교 (이미지: NASA)JWST로 뭘 알 수 있나요?
우리는 우주가 빅뱅 이후 진화하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징검다리처럼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잘 모르는 것 투성이지요. JWST는 우주가 초기에 어떻게 진화했는지, 우주에서 최초로 탄생한 은하는 어떤 것인지 밝히며 다리와 다리 사이를 이어줄 겁니다. 그 외에도 은하와 별, 태양계 밖의 행성(외계행성)들을 관측하며 그들의 비밀을 밝힐 예정이라고 합니다.
JWST의 상상도(이미지: NASA)
이번 글에서는 JWST의 간단한 정보를 소개해 봤습니다. 더 소개할 것들이 많지만 이번 글에선 여기까지만 알려드릴게요! JWST는 발사 후에도 약 1백만 km를 날아가야 하기에 첫 번째 촬영물을 받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겁니다. JWST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것은 무엇일까요? JWST와 허블 우주 망원경과의 협업도 기대되는 부분이고요. 12월 22일 밤, JWST가 무사히 날아올라 인류의 새로운 눈이 되어주길 바라봅니다.
<참고 자료>
1. James Webb Space Telescope Web Site
https://www.jwst.nasa.gov/content/about/comparisonWebbVsHubble.html
2. Alexandra Witze, 'NASA won't rename James Webb telescope - and astronomers are angry', Nature, 2021, 10. 0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6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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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어린이천문대 네이버 포스트에도 업로드되었으며 2021년 12월 6일 네이버 과학판 메인으로 선정되었음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