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사정

by Minnesota

각자 집마다 말못할 이야기가 있는 것을 잘 안다.


어느 집도 '정상'적이기만 하진 않을 것이고 어딘가 고충이 있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나랑 네 살 차이 나는 남동생은 군대 전역 후 얼마 안되서 자취를 시작했고 그 후로 얼굴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아마도 내가 첫 직장 다닐 무렵이니까 안 본지 6년 정도 된 것 같다.


부모님이랑은 연락을 하며 지냈으나 그마저도 그렇게 따뜻한 대화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어제인가 아예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고 한다.


원래부터 다시 들어와 살고자하는 의사표현을 여러번했다고 들었다.


지금은 시험 준비 중이고 아마 2년? 정도 된 것 같다.(사실 얼마나 오랜 기간 준비했는지 나로선 알 수가 없다.)


엄마에게 전해들은 바로는 본인이 혼자 살기엔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들어오겠다고 한 것 같다.


동생은 가족 중 가장 예민한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예민했다.


부모님도 동생을 버거워한지 꽤 된 것으로 안다.


내가 동생의 부모였어도 너무나 부담스럽고 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여튼 그러한 동생이 다시 부모님 집에 들어왔고 시험에 붙든, 그냥 취직을 하든 무언가 결판이 나면 다시 나가산다고 하더라.


오늘 나는 아침에 뱀꿈을 꾸었고 어제 보다 말았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를 마저보았다.


꾸물대다가 11시 넘어서 나가서 산책을 하고 왔다.


남편은 점심을 만들고 있다.


나는 엄마에게 설사 시험에 붙는다 한들 그 이후가 더 고통인 게 삶이라고 이야기했고 부모님도 동의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주인공 보안관이 한 말인데, "내가 나이가 들면 신이 나를 지켜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나도 나이가 들면 삶이 조금 덜 힘들어질 거라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걷고 있는 산책길이 달라지고 내가 출근하는 회사가 달라질뿐, 내가 서류상에 미혼이 아니라 기혼 상자에 체크하는 것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지켜주고 나를 조금 더 편안한 삶으로 이끄는 존재는 없었다.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매일이 힘들다. 행복보다는 불행을 더 자주 느낀다.


그래서 동생과, 그 동생을 책임져야만 하는 부모님이 안타깝다.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나 자신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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