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by Minnesota

작년 이맘때, 정확히 말하면 2월 구정 연휴에 나는 신입치고는 꽤 많은 연차를 몰아서 쓰고 미국에 갔다.


원하던 부서에 배정받았지만 역시나 직장생활은 쉽지 않았다.


2월에는 급한 불을 다 껐을거란 생각에 10월에 미리 비행기 표를 구매해두었다.


그 사이에 나는 11월에 만났던 사람과 헤어졌고 곧바로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


그 사람과는 처음엔 좋았지만 역시나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나는 그 사람이 데려다준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힘든 시간을 거쳐 헤어졌다. 2018년 2월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 후로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실 2월은 서막에 불과했다.


3월을 애매모호하게 보내고선 4월에 발령이 났고 나는 얼떨결에 다른 지사로 가게 되었다.


온갖 감정으로 복잡미묘했다.


그냥 버텼다. 그래 4월은 4월이니까 적응기간이니까, 버텨보자 하고 버텼다.


5월은 그래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아 하면서 버텼고


6월부터는 심드렁해졌다. 업무에는 당연히 관심은 제로에 수렴했고 억지로 하하호호 하며 지내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여전히 어려웠다.


그렇게 지난한 여름. 나는 여름 태생이지만 한번도 여름이 반갑거나 즐거웠던 적이 없다.


8월 내 생일에 휴가를 내고 쉬었지만 별다른 건 없었다.


사이사이에 데이트를 했지만 그 누구와도 깊은 관계로 여물진 않았다.


그 사이에 직장 동료는 다이아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다니며 자신의 웨딩플랜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렇게 매일 매일 또 하나의 노동이라고 느껴지는 점심 시간이 흘렀고 매일 나는 옥상에 올라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11월에 나왔다. 아주아주 고되게 나왔다. 회사를.


11월 중순 넘어 퇴사하고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직을 위한 전형을 진행하긴 했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다.


가끔 산책을 했고 그 외의 시간은 방에서 숨죽여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렇게 지내왔다.


그렇게 1달이 지나고나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버렸다.


크리스마스만큼은 혼자 지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이 현재의 남자친구다.


첫 만남에 사귀자고 한 사람은 이 사람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사실 그 날도 나는 전날에는 잠을 거의 못 잤고 아침엔 시험을 보러 갔다가 겨우겨우 동네 맥주집에 가서 만났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쓰고 만난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그 정반대에 가깝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고 벌써 40일이 넘었다. 그런데 역시나 마냥 행복하진 않은 것 같다.


계속 다투다보니 서로 지쳐서 오늘은 쉬기로 했고 나는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낮잠을 자고 목욕을 하고 시간을 보낸다.


내일 만나기 전까지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잘 지내고 싶다. 올해 2월은 작년 2월과는 달랐으면 좋겠다.


올해 2월은 행복한 한 해의 서막이 되길 무척이나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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