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닥복닥 즐거움
매년 두 번의 새해를 맞이한다. 신정과 구정, 신정은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고 훌쩍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구정은 나에게 조금은 다른 의미다. 새해를 맞이하는 또 한 번의 기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감정을 알게 해 줬다.
올해는 엄마를 먼저 뵙고 시댁으로 내려갔다. 시댁에서 구정을 보내고, 남편의 보금자리가 있는 대전으로 향했다. 7평 남짓한 집에서 네 식구가 복작거리며 며칠을 보냈다. 서울 집 거실보다 작은 방에 울려 퍼지는 세탁기 소리는 종일 귓가에 돌돌돌 환청 소리를 듣게 했고, 아이들 숨소리가 내 숨소리처럼 들리는 공간이었다.
불편했지만, 친근했다. 아이들과 만화책을 읽고, 공원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오랜만에 아이처럼 뛰놀았다.
정작 아이들 어릴 때 놀이터에서 같이 놀아주지 못했는데, 덩치가 산만한 아들을 마주 보며 훌라후프를 돌리고 신발 던지기를 했다. 무감각하게 몸만 움직였던 그때의 나는 지금 보다 훨씬 몸도 무겁고 곱절은 나이가 많은 나였을 거란 이상한 생각이 들 만큼 몸이 가벼웠다.
손가락 사이 모래알처럼 하루는 빠져나갔고, 그 빈 공간에 추억이 몽글몽글 쌓여갔다. 인터넷 연결이 안 되고, TV가 없는 문명이 없는 곳에서 종이접기를 하고 펜으로 글을 쓰고 작은 불빛으로 책을 읽으면서, 옹기종기 모여 앉을 틈도 없는 비좁은 곳에서 우리는 살을 비비며 깔깔거렸다.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건 나뿐이었다. 여유를 즐지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이동할 때마다 노트북을 챙겨야 했고, 말과 행동이 대각선으로 향하는 일상이 반복될수록 초조함은 강해졌다. 잘하고 싶은 욕심은 밀도를 채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마음에 밀려 결국 생각 속에서 지쳐가고 있었다.
머릿속에 묵직한 돌덩이 하나를 숨겨두고 사는 기분이었다. 나를 제대로 보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눈을 가리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속 시원하게 말도 못 하면서 말을 하고 싶은 이중적인 모습, 연휴 내내 마주한 내 모습이었다.
어수선한 나의 중심 안에서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소중함은 더 커져가고 있었다.
부족함이 느껴지는 순간, 채워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 부족한 식기류, 좁은 침대, 두 사람이 바닥에 누우면 갈 곳을 잃어버린 발바닥, 작은 움직임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아, 쫌" 익살스러운 미소가 퍼지는 찰나의 순간들,
"다 올라가면 무척 허전하겠다."
기차역에서 남편이 했던 말을 딸이 똑같이 했다. "아빠, 우리 가면 외롭겠다."
시골에서 명절을 보내고 떠나는 우리 뒷모습을 보고 엄마는 눈물을 훔치곤 하셨다.
그때는 몰랐었다.
그 허전함의 깊이를,
허전함은 소중함으로 다가왔고, 익숙함에 무관심했던 모습은 후회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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