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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튜 Dec 22. 2016

Plug & Play 피칭을 마치고.

극도의 긴장속 피칭에서 얻게된 값진 경험들

지난 10월, 유라임 프로토타입 개발을 끝낸 나는 솔직히 무엇을 해야할 지를 몰랐다. 전반적인 로드맵이 정해져 있었지만, 일단 핵심적인 기능은 동작을 했고, 일차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기능대로는 동작을 하니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혼자서 하는 사업이 다 그런것일까, 내가 딱히 누구한테 외주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MBA등 내가 전문적인 경영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다. 특히 비즈니스 측면으로는 당장 무엇을 해야할 지를 모르겠더라


그래서 생각나는대로 했다. 10월부터 뭐 광고도 붙히고, 고객도 모집하고 하고 싶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울까, 사이트 완성도도 떨어지는데 부끄러운 제품으로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부탁하고는, 그저 꾸미는 자체는 좋아해서 생각을 다시한번 정리하기도 했고, 제품 소개서도 만들고, 그럴듯한 로고도 만들고, 랜딩 페이지도 만들고, 데모 동영상도 만들었다. 그래서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고, Crunchbase와 Angel.co에도 페이지를 만들고 올렸다. 



그러다 보니 몇몇 VC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Pitch에 참여해 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솔직히 아직은 제품 완성도도 적고, 특히 외국사람 앞에서 발표한 경험이 학교를 제외하고는 없어서 걱정이 앞서서 대부분은 거절했지만, Plug & Play라는 왠지 들어봤던 곳에서 연락이 왔을 때에는 선택의 폭이(11월, 12월) 좀 넓었길래 그냥 한번 연말이 가기 전에 경험삼아 해볼까 싶어서 신청을 했고, 지난주에 일단 피치를 마쳤다. 


결과적으로는 나름 성공적인 피칭이었지만, 너무나도 떨렸다. 주어진 시간은 5분, 사실 시험 공부때문에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없고, 발표 전날까지 슬라이드를 달라고 해서 아주 다행히, 발표 이틀전에 시험이 대부분 마무리 되어서 하루동안 준비하고, 밤새워 연습하고 발표를 하러 갔다. 내 사업계획서가 대충 40장 정도 되는데, 이를 단 5분내로 함축하기에는 시간도 없었고 너무나도 어려웠다. 슬라이드를 약 10장 내외로 줄여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인가.

다행히 얼마전에 DeAnza College에서 들었던 ESL Presentation수업에서 어느정도 배운 지식으로 피티를 구성해 보기로 했다. 복잡하게 알고리즘을 설명하기 보다는 Hook을 위주로, 즉 관심을 끌 만한 소재를 먼저 들이고, problem/solution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자기관리 서비스 이므로 버킷리스트를 예로 들었고, 이에 따라 14장 정도 되는 슬라이드 준비를 시작했다. 


(P&P에서 요청한 발표에 들어갔으면 했던 주제: Please include this information in your pitch: problem, solution/product, technology, competition, team, status of company, and your need.)


사실 14장을 5분내로 발표하기란 정말 힘들었다. 연습을 총 50번 정도 했는데, 겨우 시간을 4분 50초 정도에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정말 페이스가 거의 엄청나게 빨랐을 때, 그리고 거의 외우다 시피 한 대본이 있었을 때를 가정하에 한 결과였다. 그렇게 일단 플러그앤플레이 본사로 갔다.

생각보다 이 인큐베이팅 센터가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도 무진장 많고, 수 많은 테마로 한 명예의 전당도 있었다. 각국의 국기가 걸려있고, 투자하는/참여하는 회사들, 그리고 Guestbook이 벽에 쓰여있었다. 참으로, 스타트업 다운 분위기였다. 누구나 다 자유롭게 의견을 토의하고, 구석 구석 아이디어와 생각을 나누는 모습이 정말 내가 꿈꾸던 그런 삶이 아닐까. 분위기 자체는 즐거웠지만, 내가 참여했단 EIR (Executive In Residence)와의 만남의 장소는 조금 무거웠다.


앞줄, EIR, 뒷줄, 스타트업 대표들.


발표에 5분정도 늦었다. 약 20명 정도의 Executive들이 ㄷ자형으로 앉아있고, 그 뒤로 이번 피칭에 참여하는 대표 및 직원들이 이어 앉아 있었다. 생각보다 백발의 나이든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 미리 EIR들의 프로필을 보고 오긴 했지만, 대부분 경력이 30년 이상이라 그럴까. 그저 대기만 했는데도 묘한 긴장감이 흐르곤 했다. 그래서 먼저 발표한 팀을 듣고 있었다. 피티도 좋고, 매끄럽고 아이디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 여러 군데의 Executive들이 질문공세를 펼쳤다. 유저는 어떻게 모을것인지, 수익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다른 경쟁 서비스가 있는데 자신만의 장점은 무엇인지, 특허를 받은 것인지 등에 대해 물었다. 예상했던 질문이지만, 일단 영어가 너무 빨렀고,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우쭐대면 바로 관심을 꺼버리는 것 같더라. 정말, 여기가 전쟁터란 말인가. 앞선 팀들이 영어를 너무 잘했다. 5분 내의 발표 시간도 좋았고, 저 정도 영어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긴장했다. 

내 유라임의 발표차례와 EIR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그리고 바로 이어 발표를 시작했다. What's in your mind? In my case, I always bring the bucketlist. 이때까지는 이목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다. 보통 피칭이 3초내로 승부를 판가름 한다던가, 다들 신기하게 쳐다봤지만 이어서 내가 너무나도 영어를 빠르게, 작게, 그리고 긴장한 티를 팍팍 내면서 설명을 했다. 긴장한 탓에 EIR들을 쳐다보기도 힘들었고, 내가 어디를 보고 얘기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5분이라는 시간은 제대로 맞췄지만,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발표가 끝나고,  EIR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총 네 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하나는 제대로 못들었고, 하나는 보통 꿈(Dream)하면 전날 내가 꾼 꿈이나 그런걸 생각하는데 그걸 어떻게 실현하냐, 세번째는 Social기능을 어떻게 집어넣을 것이냐, 마지막은 동기 (motivation) 를 어떻게 줄 것이냐였다. 네 질문 다 어영부영 혹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여 답변을 제대로 못하자, 절반 이상의 EIR들이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내 첫 피칭은 끝났다.


다른 팀들의 소개를 듣고 있었다. 나는 솔직히 seek funding요소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였다. 뭐 seed니 series A,B,C니, 이런건 뉴스에서는 접했는데 실제로 내가 투자를 원할때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그것을 잘 알지 못했다. 다른 팀들은 팀원 전부가 30년이상 경력에 MBA, PH.D.인 경우도 허다했고, 대부분 어느정도 고객을 유치했고, 수익도 조금씩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들으면서 느꼈다. 내가 투자를 받기 위해 정말로 무엇이 필요한지, 전문성과 사업성. 이 두 가지에 대한 verification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중간에 진행자가, EIR들에게 받은 피드백 용지를 주었다. 사업성, 마케팅, 제품성 등 다양한 항목으로  상중하를 평가하고, Comment를 개별적으로 남기고,  Further meeting에 대해 yes/no 를 남겼다. 절반 정도가 interest하셨고, 피드백도 다양했다. 이 얼마나 값진 용지이던가....

Luncheon이 있던 식사자리, 테이블마다 스타트업 로고가 주어지고 거기에 앉아서 대기한다.


모든 피칭이 끝나고, Luncheon이라고 불리는 식사 자리가 있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자리에 앉으면 관심있는 EIR들이 근처로 와서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솔직히 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 자리에 세 명의 EIR이 앉았다. 한분이 내게 물으시길, 내가 가장 문제였던게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그런데 하필 영어 울렁증이 급 튀어나오고, 식사 도중에 이런 질문을 영어로 받으니 제대로 말도 안나오더라. 그래서 뭐 테스트가 힘들고 개발이 지연되고.. 이런 얘기 하다가 OK하더니 다른 테이블로 가버리신다. 


잠깐 서먹하더니 옆에 있는 백발의 할아버지(?)로 보이는 EIR분이 얘기를 꺼내셨다. "미국인들이 보통 Dream이라고 하면 자신이 진짜로 꾼 '꿈' 이라고 알아. 뭐 전날에 꾼 꿈 그런거 있잖아, 그런데 너 원하는게 버킷리스트이지? 근데 거기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꿈'으로 인식하는데 네 피티가 이해가 될 리가 없지 안그래?" "너 피티가 너무 빨렀어. 너무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어. 5분이라는 시간이 적은 것은 알아. 하지만, 그 시간에 발표자는 평상시와 같은 속도로 또박또박, 호흡하면서 천천히 사람들이 이해하게 말을 해야해. 긴장하지 말고 에너지를 보여줘야해." 와 같은 말씀을 하셨다. 아직 미국인들의 뉘앙스를 알리가 없는 내게는 가히 충격적인 얘기였고, 피티에 대해 지적해주신 부분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래서 솔직한 심정으로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었는지를 얘기했다. 솔직히 이분은 내 아이템 자체는 크게 관심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내가 그래도 외국인이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좋아보였던 것 같다. 그러다 검은 옷을 입은 한 EIR이 내 테이블에 앉았다. 내 아이템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앉으시자마자 내 사업 아이템이 Highly interest하다고, 제품은 이미 만들어진것이냐, 사용해 볼 수 있냐, 향후 플랜이 어떻게 되냐 등 다양한 부분을 물어보셨다. 그리고 처음으로, 명함교환을 할 수 있었다. 관심이 많으니, Feel free to contact라고 하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아직도 생각나는 마지막으로 그분이 덧붙이신 말씀. Here people, they are already on your side. Don't scare of it. 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이미 이곳 모두가 내 편이니깐, 절대로 두려워 하지 말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던 그 말씀이 정말로,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왜 앞으로 피칭을 자주 해야하는지에 대해 알았다고나 할까. 내 편을 만들고, 더 빠른 피드백을 받고, 그리고 내가 더 한걸음 성장하기 위해서, 그래서 필요한게 그렇게나 극도로 긴장되는 아주 짧은 피칭이라는 시간이었구나. 그래서 수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수 많은 피칭에 참여를 하는구나.


2016년이 가기 전에, 나는 제품을 만들고 이를 처음으로 미국인들 앞에서 선보였다. 아직 나도 내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대학원 생이었는데, 그렇게 도전하다 보니 어느새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 2017년에는 좀더 제품을 User-friendly하게 만들고, 직관적으로, 많은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이상은 두려워하지 않되,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도 생각해보면 두려웠지만, 올해 얻은 것 중 가장 값진 경험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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