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깨끗하게 정돈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버려야 합니다. 하루 날을 잡아 쌓아둔 물건을 모두 꺼낸 다음, 지난 일 년간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물건부터 순서대로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삶은 깨끗하게 정돈된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 무드 등은 무언가 잔뜩 사고 쌓인 포인트가 자동 소진되기 전에 그래도 어딘가 쓸모가 있는 물건으로 바꾸기 위해 찾아 구입했습니다. 반짝이는 구릿빛 몸체 위에 둥근 반투명 유리구를 가진 예쁜 물건이었어요. 와장창 깨지기 전까지는요.
이미 50%의 외관이 사라진 이 서글픈 무드 등은 깨끗하게 정돈된 삶을 위해 버리는 것이 맞습니다. 현금으로 구입한 것도 아니니 그대로 보내주어도 슬프지 않았겠지요. 깨진 이후 아깝다는 이유로 '나중에 뭐라도 만들어야지' 상자에 들어가기 전에요.
하지만 유리만 깨졌지 LED 등도 멀쩡하고 여전히 반짝반짝하는 데다 전선조차 금색 실로 직조되어 있습니다. 제 삶이 조금 지저분해진다고 해도 그냥은 떠나보낼 수 없었어요. 이런 물건이 그냥 버려진다면 그것도 슬픈 일입니다. 그러다 재미있는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https://makerworld.com/en/makerlab/makeMyVase?from=makerlab
뭔가 재미난 게 없나 가끔씩 들어가 보는 Makerworld.com에 화분을 모델링 하는 서비스가 있어요.
주요 치수를 넣으면 원하는 병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단면으로 점을 추가해서 그릴 수도 있고요.
두께도 설정할 수 있지만 표면에 구멍을 송송 뚫거나,
각지게도, 나선형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조금만 손보면 깨진 유리구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맘에 드는 모양을 정하고 stl 파일로 저장합니다. 무드 등 커넥터에 연결할 구멍을 추가로 디자인해 넣을 수 있지만 stl 파일은 표면 정보만 가지고 있어서 수정하기가 귀찮아졌습니다.
stl 파일을 수정하느라 고민할 바에는 그냥 출력부터 시작했습니다. 전등 갓이니까 두께는 0.5mm입니다.
디자인할 때 머리를 쓰지 않았으니 손발을 고생시켜야 합니다. 전등갓 커넥터와 연결할 구멍을 뚫고
부품을 올려놓고 나사가 들어갈 자리에 손드릴로 구멍을 냅니다.
이렇게 고정하면 끝입니다. 바닥 두께만 두껍게 만들지 못해서 바닥도 0.5mm가 되었지만 제법 튼튼해요.
이제 버려진 무드 등이 부활합니다.
반짝~!
https://youtu.be/eBN5W-aO5JA?si=mRkunLhi1t5DMQGi
아내 자리에 놓았습니다. 원래 있던 작은 스탠드 조명은 책상으로 옮겨졌습니다.
이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켜고 꺼질 테니 제 역할을 하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어렵지 않아서 3D 프린터가 있으시면 쉽게 만들어보실 수 있어요. 그때까지는 유리만 깨진 무드 등을 버리지 않고 보관해야 하는 깨끗하지도, 정돈되지도 않은 삶을 보내셔야 합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55944859